[정보공원산책] 고객감동 컴퓨터

작년 연변에 가서 조선족 교포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사람에 대한 인터페이스는 어릴적 외가에 갔을때 외가 식구들이 나를 대하던 그런 모습이었다. 비록 식사의 질은 훌륭하다고 할 수 없지만 조금 더 먹으라고 권하는 말과 조금 더 놀다 가라고 붙잡는 모습에서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사라져버린 사람에 대한 인터페이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물건의 좋고 나쁨보다 사람에 대한 인터페이스가 우선하는구나라는생각이 들었다.

요즘 고객감동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만큼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잘 하라는 말이다. 컴퓨터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컴퓨터는 일반 사람들에게 굉장히 어려워서 감동을 주기는 커녕 거의 공포의 대상이다. 나이 많은 어느 회사의 중역이 내일 아침 컴퓨터 시간에는 바보가 되지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외국만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컴퓨터는 사용하기에 너무 어렵다.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책이 쏟아져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까지는 컴퓨터가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자 시도한 노력이 크지 않았다. 단지 많은 데이터를 빨리 계산해 주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한 것 같다.

컴퓨터를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역사를 살펴보자. 70년대에는 컴퓨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컴퓨터는 아예 큰 방에 에어 컨과 같이 들어앉아 있어 쑈보이지도 않고 단지 사용자에게 보였던 것은 그 컴퓨터를 움직이는 오퍼레이터였다. 컴퓨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있었던게아니라 오퍼레이터 인터페이스만이 존재하였다. 그래서 그 오퍼레이터에게 잘 보이면 조그만 창구로 결과를 빨리 내주곤 하였다. 그 후 터미널이 일반화되면서 사용자는 비로소 컴퓨터와 직접 대화하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컴퓨터가 내 명령에 대해 바로 바로 대답하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사용하던 사람은 교육받은 특수 부류 의사람들이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어 컴퓨터가 바로 사용자 옆에 앉게 되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때까지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가 사용자들에게 원성을 사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원성을 막고자나왔던 것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이다. 책상 위의 모습을 추상 화하여 만든 것으로 X-윈도니 MS윈도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GUI도 인간의 인터페이스능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있어 90년대에는 여러가지 대화 방식을 지원하는 멀티모달(multimodal)사용 자 인터페이스가 선보이고 있다.

멀티모달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하나의 컴퓨터에 여러가지 입출력 장치가 달려있고 그 입출력 장치들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의미 가 된다.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방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사용자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멀티모달 인터페이스에서는 일관된 개념을 가진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메타포(metaphor)를 지원하고 있다. 그 메타포로 사용환경에 따라 사무실、 책 그리고 방의 모습 등을 제시하고 있어 보다 사용자에게 현실에 가까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컴퓨터는 사용자를 감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점점 더 사용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컴퓨터、 그것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미래에는 사용자가 아무런 메타포가 없는 환경에서 손과 펜만 가지고 컴퓨터 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어디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지만 손놀림이나 제스처를 알아보고 사용자가 원하는 일을 해주는 컴퓨터이다. 제록스 PARC에서는 그러한 컴퓨터를 "Ubiquitou s 컴퓨터"라고 부르는데、 그 때쯤 되면 고객들이 조금 감동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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