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지방의회와 케이블TV 중계

충청북도와 일본의 야마나시(산이)현은 지리적인 공통점이 있다. 두 곳 모두바다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연이 작용、 두 지방자치단체는 자매결연을 맺고 각종 교류를 통해 상호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야마나시현청 소재지、 고후(갑부)시를 흔히 "보석의 도시"라 부른다. 자수 정의 명산지일 뿐 아니라 보석전문대학이 있을 정도로 보석분야 산업이 발달된 도시다. 그러나 고후시는 안테나 없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고후시에는 11 만가구라는 일본 최고의 가입자를 확보한 케이블 TV방송국、 일본네트워크서비스 NNS 가 있다. 가입대상가구의 80여%가 케이블 TV를 시청、 시내에 서는 안테나 보기가 힘들어 도시미관에도 케이블 TV가 한몫을 하고 있다.

"일본네트워크서비스"는 두개의 지역채널을 운용중이다. 9채널은 아침 9시부 터 자정까지 보도、 교양、 오락 등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 중심으로 방송한 다. 2채널은 24시간 문자에 의한 뉴스만을 방송한다. 자연히 시청률은 9채널 이 높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의회나 시의회가 열리면 2채널은 문자방송을 중단하고 의회중계 채널로 변모、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일본네트워크서비스"의 의회중계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철저한 생방송이라는 점、 둘째 개회부터 폐회까지 계속 방송한다는 점、 셋째 의회중계 중 일체의 광고나 고지방송이 없다는 점 등이다. 개회식이 열리기 전부터 의사당 전경이 음악과 함께 방송되기 시작한다. 어떤 의원이 제일 먼저 등원했는지 등원해서 무엇을 하는지、 시민들은 집에 앉아、 또는 직장에서 지켜본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텅빈 의사당을 그대로 보여 준다. 폐회를 선언할 때까지 방송은 계속된다. 의회중계시간에는 단 한건의 광고도 없다. "지금은 휴회중이오니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내용 이외에는 그 어떠한 고지방송도 없다.

이러한 일본네트워크서비스 특유의 지방의회 중계가 일본 최고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일본네트워크서비스와 달리 지역채널이 하나뿐이거나 녹화중계를 하는 케이블TV국도 많다.

도쿄(동경)도 분쿄(문경)구의 "도쿄케이블네트워크"의 경우 무려 36개의 채널을 방송하고 있으나 지역채널은 7채널 하나뿐이다. 특히 이 채널은 분쿄구 청과 공동으로 운용、 하루 한시간씩은 구청에 시설된 "시티스튜디오"에서 공보과 직원들이 직접 제작 편집해서 방송한다.

분쿄구의회 방송은 철저한 녹화방송이 특징이다. 분쿄구의회는 87년 3월、 케이블TV 방영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방송국과 구청과의 연석회의를 통해 "질의 및 답변 등 1회 45분을 녹화、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각 1회、 일요일 2회 등 총5회 방송한다"고 결정했다. 다음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시험 방송을 한 뒤、 89년 3월 5일 정기의회부터 녹화가 시작됐다.

아사히(조일)신문은 이날의 구의회 녹화광경을 이렇게 보도했다. "전략-5일 오후에 열린 분쿄구의회、 가와구치(천구 풍/공산당)의원이 등단、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발언을 방해하기 위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12분이 되어 카메라가 촬영을 멈추자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하략 이와같은 내용의 신문과 방송을 접한 분쿄구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의원들을 꾸짖는 목소리가 언론기관과 구의회、 의원자택 등으로 쏟아졌다. 그 이후발언내용을 방해하는 고함소리는 물론、 옆 의원과 잡담하는 의원、 잠을 자는 의원의 모습은 사라졌다. 케이블TV산업이 부진하다는 일본에서도 지방의 회를 중계하는 케이블TV국 대부분이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어 지방의회 중계 가 가입자 확보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웅변으로 증거하고 있다.

케이블TV의 지방의회중계는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정치의식 함양、 지방행정의 공개、 구민의 적극적인 행정참여라는 다목적 효과를 얻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6.27선거로 우리나라도 2백45개 지역에 지방의회가 탄생했다. 일부 의회는 개원식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지방의 회를 중계하는 케이블TV국은 없었다.

케이블TV 가입자들은 이렇게 묻고 있다.

케이블TV 뉴스채널은 국회의원들의 발언내용을 그대로 중계함에도 왜 지역 케이블TV는 지방의회를 중계할 수 없는지、 또 지방의회도 중계하지 않는 케이블TV가 어떻게、 무엇을、 지역주민에게 서비스하겠다는 것인지 이에 대한 슬기로운 답변이 있어야만 한다. <세일정보통신 상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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