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의 연간 PC수요는 이미 1백50만대를 웃돌고 있다. 이 정도면 전세 계에서 열손가락안에 꼽힐 정도. 컴퓨터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 또한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들만큼 뜨겁다.
게다가 우리는 오늘날 PC부품중 CPU칩을 제외하고는 가장 고가인 메모리 칩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제일의 생산국이다.
사안이 이정도가 되느니만큼 우리의 PC가 세계각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당연 한 이치.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 국내업체들이 내수시장에만 의존해 PC수출을 포기해버린 것은 이미 오래전으로 올해들어서는 끝내 수입초과국으로까지 전락해버렸다.
PC수출은 20만대가 채안되는 데 비해 수입은 완제품만도 근 30만대에 달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제 대만제 부품이 없으면 내수용 PC조립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실토한다.
오늘날 대만은 세계제일의 PC생산대국이다. 일반PC는 물론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노트북PC를 비롯, 스캐너 마우스 등 각종 컴퓨터 주변기기 생산력은 이제 전세계 어느국가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다. 그들은 적어도 컴퓨터에 관한한 일본에 대한 열등감마저 극복했다.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충성으로 내수시장에만 의존해온 국내 대기업 PC제품들 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만일 대만 중소기업 PC제품이 제대로 된 유통망과 AS망을 갖추고 한판 싸움 을 걸어온다면 그들의 가격과 품질수준을 도저히 당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한때는 우리가 세계 제1위였다. 지난 88, 89년경 세계제일의 PC수출 국은 대만이 아닌 바로 우리였다. 대만은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이 잘 발달돼있어 PC조립과 생산에 유리했으나 우리는 조직유통성이 굼뜬 대기업위주였기 에 발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PC산업의 특성상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체념적인 논리도 이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대만은 인구가 우리의 절반에 불과하고 PC내수시장규모가 우리와는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아 대부분의 제품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대만은 또 최근들어서는 중소기업위주 산업에 한계를 느껴 대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의 PC제조기술은 기능별로 분리 제조하던 예전의 방식과는 달리 제반기능을 한데 통합하여 만드는 기능통합 제조방식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멀티미디어PC를 제조할때 비디오카드, 동화상카드(엠팩보드), TV수신카드, 사운드카드 등 한개의 카드로 통합하거나 아예 주기판(마더보드)내에 함께 장착하는 등의 최신기술조류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같은 단일보드 제조중심의 양산방식은 소량다품종 생산위주인 대만보다 대기업위주인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새로운 여건변화다.
또 우리에게는 대만과는 달리 든든한 내수시장과 아직도 품귀현상이 가시지않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세계최대 생산력도 있다.
실제로 보급형인 1MB비디오카드의 경우 총 6만원의 제조원가중 절반인 3만원 이 D램 메모리 비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바로 이같은 새로운 PC제조기술추 세와 메모리산업의 강점을 이용하면 이제 우리도 대만을 제치고 세계제일의 컴퓨터강국으로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같은 기회야말로 우리에게 두번다시 오지 않는 컴퓨터산업을 위한 "절호의 찬스"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컴퓨터 관련기기 제조의 핵심부품인 D램을 사고싶으나 외국에서보다 구입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시중의 통상 상거래방식인 어음결제가 허용되지않는 까닭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현금이 없어 원산지 D램도 "그림의 떡"이다.
대기업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D램은 요즘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데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부도율높은 어음을 받아 장사를 그르칠 수는 없다. 이제는 우리의 PC산업 중흥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역대 정권들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갖은 "중소기업육성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구두선 에 그쳤을 뿐 정작 쓸모있고 실질적인 대책은 전무하다는 것이 중소 기업 경영자들의 말이다.
대만의 경우는 중소기업 진흥기금이 그같은 어음부도시 처리하는 등의 위험 을 떠맡는 중간 완충역할을 한다. 국내에도 물론 정보통신산업 진흥기금을 위시한 각종 중소기업 기금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호황에도 불구 하고 컴퓨터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다.
이제 우리정부도 중소기업 정책만큼은 더이상 "구두선"에만 그치지 말고 대만정부의 "기금운용 묘책"을 본받아야 한다. <컴퓨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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