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주변기기 설계 "인체공학" 도입 붐

오랫동안 PC자판기로 자료입력을 해온 P양은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쉬고 있다.

P양의 사연은 이렇다. 그녀는 퇴직하기 6개월전부터 손목과 손가락 관절에 통증이 오는 이상증후를 발견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점차 커 피잔을 갑작스럽게 떨어뜨리는가 하면 버스에서 갑자기 손잡이를 놓쳐 찰과상을 입는등 증상이 악화되어 갔다. 결국 그녀는 키보드 타자는 물론 작은 물건마저 제대로 들 수 없게 돼 퇴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PC작업을 오래한 사람들에게는 손목 어깨관절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모니터를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눈동자가 충혈되고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한 직종에 오래 근무함으로써 발생하는 직업병은 그동안 화학제품을 다루거나 제조하는 작업현장, 중금속을 취급하는 곳, 먼지가 많이나는 광산등에서 나 발생하는 것 쯤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정보화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개인기기로 각광받는 PC를 사용하는 곳에서도 이처럼 각종 증후군이 발생하고 있다.

모니터를 오랜시간 쳐다봄으로써 눈에 발생하는 질병인 VDT(Video Display Terminal 증후군과 키보드 자판을 오래 두드리면 발생하는 컴퓨터 엘보등이대 표적인 사례이다.

PC작업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질병은 키보드나 마우스등 자주 이용하는 주 변기기의 인체공학적 설계가 반영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PC의 주변기기 가운데는 사용자의 신체와 접촉이 유난히 많은 품목이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등 입력장치는 이용자가 작업시 항상 손가락과 손목이 밀착되는 주변기기이다. 본체나 모니터등의 모델도 이용자의 자세교정과 작업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체공학적 설계가 필요한 항목이다.

최근 PC환경이 사용자 중심으로 급전환되면서 PC를 구성하는 각종 주변기기 에도 인체공학적 설계가 가미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키보드는 대부분 사각형태로 밋밋하게 제작된 것이 주류를이루고있다. 사각키보드를 오래사용하다 보면 손목관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게 마련이다. 책상위에서 양팔을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하려면 양팔사이를 약 15도이 상 벌어진 자세로 놓으면 된다. 사각키보드는 양팔을 좁혀 사용해야 하므로 관절에 이상을 초래한다.

인체공학에 기초한 키보드는 이미 90년대 초부터 개발되었으나 사용자들의 인식부족과 고가의 가격부담으로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헬스키어키보드등 키보드 제조업체들이 인체공학설계를 기초로한 제품을 전략상품으로 내놓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세 진과 BTC코리아가 연내 제품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인체공학적 키보드는 우선 벌어진 양팔의 자세에 맞게 키보드 배열을 부채꼴 이나 삼각형태로 제작한다.

또 개인마다 다른 신체조건과 작업조건에 따라 높이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있도록 조절장치를 가미한 것. 자연스러운 상태에서의 작업은 손목관절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한손으로 입력이 가능한 담뱃갑크기의 소형 키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키의 수를 줄여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의 위치조합으로 모든 문자 지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 문자배열이 적어 초보자도 짧은 시간내에 배열을 익힐 수 있으며 왼손 오른손을 번갈아 사용해 손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어기대를 모으고 있다.

PC사용이 그래픽환경으로 전환되면서 키보드와 함께 주요 입력장치로 부상하고 있는 마우스 또한 인체의 특성에 맞게 설계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마우스 모양을 손목의 굴곡선에 맞게 J자형의 곡선으로 제작, 편안한 자세에 서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손목의 행동반경을 감안해 설계함으로써 관절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준다. 또한 사용자의 연령층에 맞게 크기가 작은 유아용제품에서 큰 성인용제품도 나오고 있다.

로지텍, 바이맨등 마우스업체들이 인체공학적 설계를 기초로한 제품을 자사의 전략상품으로 삼고 있다.

VDT증후군으로 불리는 눈병질환은 모니터에 보안기를 설치하고 휴식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등 작업시간을 조절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PC모니터와의 적당한 거리조정도 필수 불가결하다.

최근 모니터에도 높낮이 조절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제품이 늘고 있다.이러한 제품은 개인마다 다른 PC사용 환경에 적절하게 모니터의 위치를 배치할 수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PC메이커에서는 아예 PC본체와 모니터를 일체화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PC본체가 모니터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이 제품은 홈PC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것으로 제품출하부터 책상위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니터 높이를 고정시킨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컴퓨터의 작업환경을 보다 안락하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컴퓨터 액세서리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반영하지 못한 기존기기를 보완할 수 있는 PC액세서리를 용산상가에서 쉽게 구할 수있기 때문이다.

손목을 많이 사용할 때에는 PVC받침대와 섬유로 만든 충격완화대를 갖추고손목피로를 덜어주는 손목보호대를 사용하면 한결 PC작업이 편리하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없는 키보드를 사용할 때에는 키보드 받침대를 사용하는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거나 참조할때 모니터와 수평방향으로 자료를 편안하게 배치할 수 있는 컴퓨터받침대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PC는 모든 작업장에서 활용되고 전화만큼 보급대수가 늘어나는등 개인에게 가장 친근하고 밀접한 생활용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편적으로 사용될 PC의 인체공학적 설계가 국민건강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다가오는 정보화사회에서 야기될 인간소외와 인간성 상실이라는 사회문제의 해결은 PC의 인체공학적 설계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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