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성장, 그러나 경영수지는 고전". 종합부품 3사의 상반기 성적표다.
삼성전기.LG전자부품.대우전자부품 등 종합부품 3사의 상반기 실적은 외형면 에서는 상당한 성장을 거두었다. 최대업체인 삼성전기가 6천5백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8%가 늘어났고 LG부품이나 대우부품도 10%를 훨씬 웃도는 신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의 조직이나 인력、 매출의 열쇠가 되는 세트 시장 등이 안정화 단계에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성장세는 호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올해 처음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기의 팽창은 부품업계는 물론주식시장에서까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올해 사령탑이 바뀐 LG전자부품이나 의욕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는대우전자부품 역시 외형 성장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전자부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백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중 부품업계를 강타한 엔고.원고 등 환율 태풍과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 외부 환경의 변화는 부품 3사의 속사정을 판이하게 바꾸어놓았다. 매출 신장세에도 불구하고 3사가 공통적으로 "당초 기대에는 미흡하다"고 털어 놓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부품 3사는 올해 최대의 외형 성장은 물론 그간 숙제가 됐던 수익성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3사 모두 경영 계획을 이익과 외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데 맞춘 것도 사실이다. 가전 컴퓨터 정보통신등 세트경기가 의외로 호조를 지속하고 엔고 여파 는 국내 세트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켜 덩달아 부품도 호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런 기대는 상당 부분 빗나갔다. 우선 엔고에 따른 수혜 폭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엄청난 환차손만 떠 안게돼 수익성 악화를 재촉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엔고에도 불구하고 세트업계의 새로운 시장 창출이나 수출확대 등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로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원자재의 60 % 이상을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 상승 압박을 판매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로 상쇄한다는 계획은 효과를 거둘 수가 없었다는 평가이다.
엔고의 실제적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는 대일본 직수출을 확대하거나 부품업체 자체적으로 일본이 장악한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삼성전기를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매우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구조는 자연히 매출은 물론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원자재 수입은 엔화로 결제하고 판매는 달러로 하는 부품업계의 관행 으로 미루어 엔고에 이어 원고까지 겹치면서 이익률은 "샌드위치 마크"를 당하는 신세가 됐다. 실제로 대일본 직수출이 활발한 삼성전기만이 세전수익이 2백억원을 넘어서 전년대비 2백5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을 뿐 LG부품이나 대우부품은 외형 성장만큼의 수익은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부품 전문업체로서 독립적인 경영을 지향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룹사 물량에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현실을 탈피하기란 쉽지 않다. 또 부품을 육성하기 위한 그룹 의사 결정층의 적극적인 지원도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매출과 수익의 확대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기 는 그런 의미에서 3사 뿐아니라 일반 부품업계에도 참고할 만한 예가 될 수있다고 말한다.
품목별로는 역시 주력제품들이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칩 부품과 MLB(다층 PCB)、 LG전자부품의 튜너류、 대우전자부품의 콘덴서류가 모두 전년 보다 큰 폭으로 성장했고 수익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3사의 상반기 경영활동중 특이한 것은 해외 진출이 활성화된 점이다.
특히이 부분에는 대우전자부품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유럽.동남아.미주지역에 잇따라 공장을 세움으로써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매출 규모에서는 삼성전기에 비할 수는 없지만 해외 진출은 오히려 한층 광 역화돼 있다.
LG전자부품은 일본 알프스전기와 합작법인이라는 핸디캡 때문인지 아직은 중국지역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포르투갈 및 태국공장의 설비 증설과 중국 동관 제 2공장 증설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차피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은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 밖에 없고 세계 시장 의 경제 블록화가 가속화되는 추세여서 해외 진출은 늘어날 전망이다. 3사의 공장들이 잇따라 본격 가동되는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부품도 본격적인 해외 생산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부품 3사는 대체적으로 외형성장과 달리 수익성에 문제를 보였던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는 현재 달러당 7백5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고에 대응해 수 익성을 제고시켜야 하는 숙제까지 안게 됐다. <이 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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