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났을때 그 백화점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산사람들이 외상대금의 처리문제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전산체계에도 문제가 생기지나 않았나 자신의 외상값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가 등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문지상을 통해서 알려진 바로는 전산체계에 별 문제가 없으며 고객들의 거래상황도 제대로 보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전대미문의 끔찍한 사고가 나서 대형 건물이 무너지고 많은 사상자가 났음에도 전산자료가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전산자료 보존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산실의 담당직원들이 사고직전 중요자료가 보존되어 있는 마그네틱 테이프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사용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로 이처럼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못하게 될 것을 대비하는 수단 혹은 행동 을 백업(backup)이라고 부른다.
야구경기에서도 백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야구장에서 타자가 내야 땅볼을 때린 경우에 포수는 1루 뒤쪽으로 내닫는다. 그것은 1루로 던진 공이 1루수를 비켜 지나갔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백업은 문체부 순화집에서는 "여벌"로 표현된다. 여벌이란 본시 "원체 소용 되는 밖의 것"이란 뜻과 "입고서 여유가 있는 남은 옷"(특히 옷을 세는 단위 가 `벌`이기 때문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즉 꼭 필요한 것 이외에 가지고 있는 것(옷)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순화용어 로서의 여벌은 이러한 본래의 뜻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장차의 망실을 대비 하여 가지고 있는 원본과 똑 같은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벌철"은 특히 자료 파일을 한벌 더 만들어두는 것을 말하고 "여벌받기"는 그러한 여벌을 만드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파일백업(file backup)의 경우에는 "여벌철 만들기"로 순화되었다. 또 전산기의 내부에서 CMOS의 내용을보존시켜주는 전지를 백업 배터리라 하는데 이 말도 "여벌전지"로 순화되었다. 김병선 국어정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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