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해외진출 지지부진

단면PCB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지지부진함으로써 가전3사를 비롯한 세트업체들 의 해외생산 가속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내적.외적 요인이 중복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적인 원인중에서는 PCB산업특유의 "속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PCB업종은 대단위 투자를 요하는 장치산업으로 보통 1개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만도 수십억원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투자규모가 크다 보니 PCB업계의 해외진출은 계획시점 부터 엄청난 리스크를안고 출발한다. 이 때문에 업계는 안정적인 구매선이 확보돼 조기 투자회수 에 대한 강한 확신이 생길때까지 단지 관망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PCB가 막대한 투자를 통한 자동생산품목이란 점도 저임금국가로에의 진출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키는 두드러진 이유중의 하나다. PCB는 다른 범용부품과 달리 인건비비중이 낮아 인건비가 낮은 지역에서 현지생산을 추진할만한 메 리트가 별로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업계관계자들은 해외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이같은P CB업계내부의 원인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외부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PCB업계가 말하는 해외진출의 최대 걸림돌은 세트업체의 태도변화. 그동안 부품업체와의 동반진출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정구매량을 보장해 주었던세트업체들은 점차 현지에 진출한 외국 부품업체와의 자율경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는 곧 지극히 내수지향적(로컬포함) 사업을 견지해온 국내단면PCB업체들에 게 큰 부담으로 작용、 업계가 해외진출을 의욕적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대표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5대전자복합화단지설립계획에 따라 협력업체와의 동반진출을 모색했던 삼성전자는 당초 방침을 바꿔 현지외국업체와의 무한경쟁에서 생존하는 기업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협력업체모임인 협성회 회원사중 멕시코.중국 등에 대한 진출을 추진했던 많은 부품업체들이 딜레마에 빠졌으며 대덕산업.코리아써키트.한일서키트 등 PCB업체들도 당초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새한전자의 경우 최근 멕시코진출을 서서히 구체화해 나가고 있으나 이또한 삼성전자의 물량을 감안했다기 보다는 멕시코에 진출한 일본의 세트업체를 염두에 둔 독자적인 진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멕시코 등 현지진출대상국의 심한 정정불안과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까다로운 관련법규도 PCB업계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는게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등소평사망설로 시작된 정정불안으로 대규모투자에 따르는 PCB업체들의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PCB업체들은 중국진출문제는 등소평사후나 돼야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B업계의 해외생산추진은 불가피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 다. TV、 VCR、 오디오 등 단면PCB의 최대수요처인 가전3사의 해외생산량이 오는 2000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돼 머지않아 국내생산량을 추월할 것으로전망되기 때문이다.

가전 3사에 따르면 LG전자가 오는 2000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외생산 규모를 45%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며 대우전자는 올해 15%수준에서 무려 70%까지확대할 계획이다. 또 단일업체로는 최대의 단면PCB수요업체인 삼성전자도 유럽.중남미.동남아 등지에 5개 전자복합화단지를 설립、 지속적으로 해외생산 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물론 세트업체들이 이처럼 현지생산을 늘린다고 해서 당장 국내단면 PCB업체 들의 수요가 격감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세트업계의 현지생산가속화는결국 생산원가절감차원에서 비롯되고 있고 EU.NAFTA 등이 역내부품채용률을계속 높여갈 것도 분명하다.

업계관계자들은 "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이 멕시코.중국.동남아로 속속 몰려들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해외진출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따라 서 결국은 PCB업체들이 국내 일부세트업체와의 동반진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업체들을 겨냥한 자립적이고 개척자적인 자세로 인식을 전환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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