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3사, 제품 가격인하 대책마련 부심

가전3사가 10개월여 만에 주요 가전제품값을 또다시 내린 후에 채산성 악화 를 보전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기능보강 등으로 원가가 높아진 신제품을 비롯한 일부 경쟁모델은 생산 라인에서조차 손익분기점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인하 조치까지 단행 됨에 따라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각사마다 가격인하를 발표하면서 겉으로는 이익의 대고객 환원、 지방선거를 앞둔 물가안정에 기여 등을 내세웠지만 제품별로 속앓이가 적지않은 것으로전해지고 있다.

이로인해 가전3사는 그렇지 않아도 마진이 취약했던 저가형 제품을 수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던 주력모델 수를 줄이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컬러TV 세탁기 냉장고 등에 비해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VCR의 경우 이번 가격인하로 보급형 제품의 값이 5~6%정도 떨어짐으로써 이들 모델 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나 내수를 축소하고 수출로 전환하는 것조차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냉장고도 기본기능 향상과 부가기능을 추가하면서 생산원가가 높아졌음에도불구하고 시장점유율 확대 등의 전략상 이를 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한 터에소비자가격까지 인위적으로 인하、 모델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업체 까지 나타나고 있다. 곧 신제품으로 시중에 선보일 S전자의 프레온가스(CFC) 대체 냉장고는 지난 1일 가격인하로 수정책정한 소비자권장가격으로 볼때 판매이익을 남기기가 매우 곤란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컬러TV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몇몇 모델은 이번 가격인 하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마진을 남길 수 있지만 기능축소 또는 모델변경 등의 자구책을 강구해야 할 제품이 적지않다.

결국 가격인하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치열한 시장경쟁 등으로 가격채산성이 악화돼 이를 반도체 브라운관 등 이익을 많이 남기는 다른 사업부문에서 보전하는 행태가 앞으로 더 심화되는 불안한 산업구조로 치닫을 전망이다.

이는 취약기술의 국산화나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재투자의 여지를 크게 축소 시킴으로써 기술확보를 통한 실질적인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전3사는 또 해외 현지생산을 더욱 늘려 원가구조를 안정시키려는 전략을 이제까지보다 더 강도높게 추진하게 되고 해외생산 제품이 역수입되는 현상 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통시장 개방과 수입선다변화 해제 등까지 가세해 국내시장이 다국적 브랜 드의 각축장으로 발전하는 시점에선 가전제품의 국내생산 비중이 어느 수준 으로까지 떨어질지 예측키 어려울 정도다.

이번 가격인하는 또 시장원리 등에 따라 업계 자율로 결정되기보다는 정부의 끊임없는 종용에 의해 가전3사가 이를 수용하는 양상을 띠었다는 점에서 사업장의 제품운용 정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시장경쟁에 의한 가격인하는 마케팅의 한 수단이면서 제품의 개발-생산-판매 에 이르기까지 사전 준비가 마련되지만 이번의 경우 사후대책을 짜내야 하는무리가 따르고 있다는 게 각 사업책임자들의 얘기다. 즉 인위적인 환경변화 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후대책을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이 물가의 안정적인 운용측면에서 일정 부분을 기여할 수있고 가전3사가 대기업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물가당국이 가격정책의 수단으로 이를 활용했다 하더라도 산업적 측면은 무시된 결과이고, 공산품중 승용차처럼 물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제품은 왜 제외됐느냐하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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