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미확인 신화(I)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현장에 전해오는 확인되지 않은 신화들 이 있다. 우선 운용체계, 컴파일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통신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매우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우리가 과연 개발할 수 있는가"하고 회의적인 입장을 이야기하는 신화들과, 그에 반대 하면서 "할 수 있다, 아니 해야한다"를 거칠게 주장하는 신화들이다. 이번엔 첫번째 범주에 들어가는 신화만을 우선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이 신화가 처음등장했을 때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최근 5~6 년 사이에 국내 기술진이 몇개의 대표적인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한 사례들이 나타났다. 전전자교환기 TDX10에 들어가 있는 실시간 운용체계, CHILL 컴파일러와 관련 도구, 국산 중형 컴퓨터 TICOM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바다"관계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KDOS 개인용컴퓨터 운용체계, 메시지 처리나 디렉토리 관리를 위한 통신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제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지적하기보다는 국내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더라도 상품성을 갖춰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있게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 바뀌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만을 푸는게아니라 국제적 제휴, 판매 전략, 표준화 그리고 교육.상담 지원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의 신화와 거의 같은 맥락에 있는 신화가 하나 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경쟁할 수 있는가."이 신화 뒤에는 경쟁할 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깔려있다. 그런데 여기서 10년전에 "IBM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AT&T UNI X와 경쟁할 수 있겠는가"하는 신화가 있었다는 것을 참고해 봄직하다. 그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도 IBM의 조그만 용역회사였다.

"일본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줄 모른다." 일본이 여러 제조업 분야에선 이미 미국을 앞지르거나 미국과 비슷하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게임 소프트웨어나 응용 소프트웨어가 아닌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이렇다할결과를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같은 문화권이요 비슷한 경제체제를 갖는 우리도 이 분야에선 승산이 없다.

그런데 과연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하고 같은 상황인 가. 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이 신화를 곰곰이 음미해 보아야 한다. 서양 사람이 볼 때는 우리가 일본과 비슷하게만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일본과 다른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풍부한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응용 개발을 하자." 너무 기술지향적이면서 위험부담률이 높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에 자원을 투입하느니 싱가포르처럼 응용 기술을 발전시키자. 응용 기술은 그 시장 크기도 시스템 소프트 웨어에 비해 엄청나게 클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나 사회체제의 특수성 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우리나라에 맞는 응용 개발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있는 분야이다. 과연 그럴까. 파리 제7대학의 어느 교수 밑에는 한국인 박사 과정 학생 5명이 한글 자연어 처리 연구를 5년 넘게 하고 있는데, 그 연구실 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우리 전문가도 깜짝 놀란다.

지금까지 설명한 신화들은 국내에서 산.학.연 어느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기 본소프트웨어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정열을 바치는 이들에게 늘 꼬리를 물면 서 던져지는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 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환경이 갖춰지는 시기에 들어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일 사실은, 위 신화들이 우리나라에만 전해오는게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서 선배 나라인 유럽선진국 사이에도 전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분야에선 미국이 거의 독주하고 있다.

다음엔 "시스템소프트웨어를 연구개발해야 한다"는 범주에 들어가는 신화들 을 살펴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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