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MS의 확장완성형 재택에 대한 의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윈도즈95"와 "윈도즈NT 3.5"에 한글코드체계로 채택키로 한 "확장완성형"(본보 5월20일자 참조)에 대해 업계 및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92년 서울국제표준화기구회의에서 다국어문자코드(ISO 1064 6)상의 한글코드체계로 채택된 이른바 "정음형" 한글코드를 처음 제안했던 동국대 전산과 변정용교수의 의견을 소개한다.

변교수가 제안했던 "정음형"은 뒤에 "자소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ISO 10646상에서는 공식적으로 "Hangul Jamo"로 표기돼 있다. 이 코드는 나중에 일부 수정돼 부산대 김경석교수에 의해 "첫가끝조합형"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변교수가 보내온 글 가운데 지적했음을 밝혀둔다. 변교수는 현재 영국요크대 전산과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며 요약소개하게될 "M S의 확장완성형채택에 대한 의견"이라는 글은 인터네트를 통해 본지에 직접 보내온 것이다. <편집자 주> "MS의 확장완성형 채택에 대한 의견" 변정용 동국대 전산과교수 "확장완성형"이 지난 3월의 유니코드기술위원회(UTC)회의에서 MS의 국제적인 로비활동에 힘입어 "유니코드2.0"의 한글구현방식으로 공식 채택된 것으로보인다. 어쩌면 우리(학계 또는 당국)가 원치않는 것을 또는 모르고 있는 사이에 UTC 가 이를 채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수 없다.

특히 국제적 로비활동이라는 부분은 우리측이 원하는 바와 달리 그들이 유리 한 대로 결정한 것으로 이해가 된다. 우리측 입장이 무엇이었는지、어떠한 과정을 거친 것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사안의 중요성으로 보아 UTC의 역할과 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대한 언급도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각 나라의 문자를 다루는 위원회라는 점에서 한국대표가 있었을 법하며 자연히 공업진흥청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유니코드는 현재 8비트체계의 ASCII코드를 16비트체제로 전환하면서 전세계 의 모든 문자를 여기에 수용하려는 새로운 미국표준코드이다.

그런데 지난 2월경의 국내회의(SC2)에서 "확장완성형"을 한국입장으로 결정 、 3월의 ISO SC2회의에서 이를 국제표준으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바로 한글코드의 국제표준이 국내표준에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글코드규격이 국제표준이라는 미명하에 한글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이끌려왔다는 사실도 문제다.

음소문자이면서 동시에 음절문자인 과학적 특성을 갖는 한글이 외국기업의 SW개발에 불편을 초래한다고 해서 그 특성을 간단하게 포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한글문자에 관한 사항은 우리자신이 주체가 돼 통일된 의견으로 이끌어 내야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공청회 한번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문제 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제적 입장에서 참아야 한다는 식으로 돼버린 측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한글문자코드의 제정방향에 대한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완성형 한글코드는 92년 서울국제표준화기구회에서 6천6백56자만 반영돼 ISO 10646에 4덩어리로 나뉘어 배치됐었다. 그런데 이번에 MS가 4천5백16자를추가 1만1천1백72자로 만든 다음 이를 한덩어리로 재배치하고 이를 확장완성 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이건 완성형은 문자표시위주의 응용에는 문제가 없더라도국어정보처리응용 분야의 대부분이 언어정보처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한글문자의 특성인 자소정보를 가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완성형은 또 옛한글(고어)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더이상 훈민정음이 아니다.다시말해서 한글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훈민정음은 문자론적으로 로마자.가나문자와 비교할때 모두 표음문자라는 점에서 같은 범주에 넣을수 있다. 그러나 로마자는 음소문자、 가나는 음절문자 한글은 음소 및 음절문자의 특성을 모두 갖는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그동안 우리는 이같은 2가지 특성이 거추장스럽다는 판단아래 그 가운데 하나를 버리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완성형의 선택으로 음소 문자적 특성은 버린 셈이다.

그 결과 가령 "철수은 울고 있다"에서 철수의 "수"는 받침이 없는 음절이어 서 "은"이 아닌 "는"이어야 하지만 완성형코드로서는 이의 원칙을 이해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통일적 원리를 밝히는 학문이라 할 때 한글에 대한 이해는 통일적이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수 많은 현상에 대한 부분적 이해만으로 한글 코드제정에 임함으로써 시행착오를 거듭해온 것이다.

음절문자는 소리마디의 판별을 쉽게 하도록 2차원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컴퓨터내부에서는 음소문자를 풀어쓰기형태로 표현하고 화면이나 프린터에 보일 때만 음절문자적인 특성을 구현하면 될 것이다. 그것이훈민정음의 정신이자 원리다.

훈민정음해례는 컴퓨터에서처럼 단순하게 문자를 표시하는 수준을 위한 것이아니라 삼라만상의 모든 소리를 적기 위한 문자다. 그러므로 국한된 그리고 특정집단의 이익에 편승한 시각으로부터 삼라만상을 바라 보는 시각으로 한글연구에 임해야할 할 것이다.

아울러 한글코드의 제정도 말과 글에 관련된 모든 응용분야에서 만족할 수있는 최적의 코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람마다 쉽게 쓰도록 할따름이다 라는 훈민정음정신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락처byunjy@wonhyo.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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