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 가격질서 왜 흔들리나

유통현대화의 첨병으로 각광받고 있는 판매시점 정보관리(POS)시스템 시장이 가격질서 문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POS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대형백화점을 비롯、 디스카운트스토어와 회원제 창고형도소매점 등 신종 유통업태가 속속 출현해 기존 유통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내년부터 유통시장이 완전개방돼 외국의 첨단 마케팅기법과 시스템으로 무장 한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유통환경의 급변 외에도 소비자들의 취향 역시 급변하고 있다. 자본 주의가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 보다는 제조자들의 공급량이 많아지는 공급과다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2차대전부터 시작된 공급자 중심의 소품종 대량생산시대가 이제는막을 내리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도록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구축 하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교통 및 광고 등의 발달은 이같은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결국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방편으로 POS 시스템 및 유통VAN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POS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공급하는 업체들 역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편의점、 의류전문점、 슈퍼마켓 등과 각종 요식업소、 호텔 및 주유소 등의 시장을 노리고 POS시스템을 공급하는 중소 POS업체들은 무질서할 정도로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대기업의 SI업체를 비롯한 수십 개의 SI업체 들까지 POS시스템 판매에 나서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 가운데 POS시스템에 대한 노하우와 유지보수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게다가 사업을 시작한 경륜이 대부분 10년 미만의 젊은 회사들이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재정적 능력 도 부족한 상태다.

이곳에서부터 가격질서의 문란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중소 POS업 체들은 당장의 자금확보와 시장선점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 입찰을 부친 유통업체 역시 이들의 경쟁을 이용해 시스템의 안정 은 외면한 채 가격을 낮추는데만 주력하고있는 실정이다.

수주전에서 이기기 위해 POS업체들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고있다. 자사 연구직원들이 몇달 동안 밤샘하며 완성한 응용SW 가격이 할인의 제일 첫번째 대상이 된다. 나아가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 및 단말기 가격까지 깎아 입찰에 응하고있다. 우리나라에서 POS 단말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는 현실 을 감안할 때 이들 업체들은 밑지는 장사를 하고있는 셈이다.

이처럼 싼 가격에 POS시스템을 공급할 경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본적으로적자를 보면서 POS단말기를 공급하면 대부분 중소기업인 POS업체 들로는 경영에 위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POS시스템을 공급받은 유통업체들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전까지는 대금지급을 완전히 실시하지 않는 것이 관례화돼있다.

이로인해 POS시스템 공급업체들은 계약금의 일부 만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하고 장비구입비를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POS시스템 공급업체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직원들의 이직률이 심해지고 결국 기술축적이 어려워져 시스템에 대한 사후 유지보수가 엉망이 된다.

지난 1~2년 사이 POS시스템을 설치했다가 이같은 이유로 POS시스템을 재구입 하는 유통업체들이 최근 늘고 있으며 일부 POS시스템 공급업체들이 부도설에휩싸이거나 실제로 도산하는 경우가 이를 증명해준다.

POS시스템의 가격질서 문란은 시스템 공급업체 뿐아니라 무조건 싼 시스템 만을 선호하는 유통업체에도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싼 제품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면 서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구매자도 손해를 입을 뿐더러 이같은 가격 질서의 문란은 POS시스템 보급뿐 아니라 산업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 고 말한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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