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품기획력이 경쟁력

우리나라에서 상품다운 상품을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선진국시장의 소비자 패턴을 몰랐던 탓으로 주로 바이어가 제시하는 샘플에 따라 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수출했다. 이것이소위 OEM상품으로써 섬유와 가전제품이 그러했다.

따라서 당시에는 상품기획이란 없었고, 비록 있었다하더라도 국내시장을 겨냥한 부분적인 상품기획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를 서두르고, 생산성향상을 위해 생산기술에 힘을 써왔던 관계로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진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OEM수출상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다량생산을 위해서는 판매력이 막강한 기업의 OEM이 가장 편할뿐 아니라 상품기획이 선진국의 노포(로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구성 소비재인 TV도 그 품질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디자인, 기능, 사용의편리성 등 상품으로서 뛰어나야 가격을 제대로 받고, 소비자로부터 환영을 받아 대량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품기획은 정부가 아무리 많은 출연연구소를 설립하고 뛰어난 과학 자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업계 스스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OEM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제시 하지만 상품기획이 그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는 OEM비중을 쉽사리 줄일 수는없다. 지금의 일본기업은 세계 곳곳에 진출하여 시장의 형태와 소비패턴을 잘 알고있어 자가브랜드에 의한 수출을 많이 하고 있으나, 초기의 수출품 중에는 OEM이 많았는데 디자인 감각과 상품기획이 미국, 유럽 각국에 미치지 못했기때문이다. 제2차대전시 일본은 훌륭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에 여지없이 패배했다. 성능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기시스템에 대한 기획이 미국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세계 요소에 디자인센터를 설치하고 있어 단품에 관한 한 세계적인 상품기획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품을 사용하여 하나의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조립하는 기술은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소프트웨어시스템에 관련된 것도 있으나 일본의 시스템 상품기획력이 미국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신기기의 경우 일본에서 생산하는 교환기, 슈퍼컴퓨터, 광통신기기는 미국제품에 못지 않게 뛰어나다. 그러나 고속정보 통신망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전제로 할 때에는 미국을 따르지 못한다. 결국 21세기 경제력과 기술력의 싸움은 상품기획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해도과언이 아니다.

연구개발력과 상품기획력은엄연히 다르다. 아무리 연구개발을 잘한다 하더라도 상품으로 직결되지 못하면 그 연구개발은 헛수고가 된다. 상품기획력이뒷받침해 주어야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고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OEM에의존하는 이유는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으나, 결국에는 상품기획력 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상품이 되기까지 투입되는 자금을 1백이라 할 때 기본연구개발이 20~30, 나머지가 상품기획과 생산기술이다. 또 기존 제품에 대한 상품기획력은 소비자 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감각과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도출하는 창조성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70년대초 LED로 시간이 표시되는 디지털 전자손목시계를 우리나라가 생산 했을 때 일본업체보다 빨랐다. 그러나 세이코, 시티즌, 카시오의 상품개발력 에 미치지 못하여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전자시계업체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도산한 바 있다.

기업이 상품기획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여 그 곳에서 상품기획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환취급에 관한 여러가지 규제가 풀려야 하고,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이에대해서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아무런 육성책을 마련한 적이 없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77년에는 대폭적인 자유화가 예정되고 있다. 좀 늦은감은 있으나 지금이라도 서둘러 외국기업의 진출에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일본브랜드의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이 기능.성능.품질면에서 이들보다 결코 못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상품성에서 취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기획력 향상을 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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