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한국산 가전제품에 고율의 반덤핑 판정을 내리고 있어 국내 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EU집행위는 최근 17인치이상의 한국산 컬러TV에 대해 13.4~17.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올 4월 종료될 16인치 소형TV에 대해서도 다시 덤핑 여부를 조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는 지난 93년말부터 조사해온 한국 산 전자레인지도 반덤핑 잠정관세율을 최고 32.8%까지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TV의 경우 "반덤핑관세"란 무기를 앞세운 EU의 압박작전으로 한국 산 제품의 수출길이 막힐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국내업계는 태연작약하다. 지난 87년 필립스 등 유럽 가전업체들의 16인치이하 소형 컬러TV에 대한 반덤핑제소로 90년 10.2~10.5%의 잠정관세 를 물게 된 이후로 대EU지역에 대한 컬러TV의 직수출을 줄이는 대신 현지 생산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2년과 93년까지만 해도 EU지역의 컬러TV수출은 각각 1억5천4백 만달러와 1억5천5백만달러에 이르렀으나 지난해에는 현지 생산량증대에 따라1년사이에 3분의 1정도로 줄어든 5천1백만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추세대로라면 올해에도 EU지역의 컬러TV 수출은 지난해 수준을 넘지않을 것으로 보여 여차하면 이같은 물량은 모두 현지생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U집행위의 17인치이상 컬러TV의 덤핑관세부과에 대해 가전 업계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의 경우는 다르다. 올해 EU전체수요물량의 33%에 해당하는 2백30만대를 잡아놓은 가전3사의 수출계획이 당장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가전3사는 현재 가동중인 EU현지공장의 생산을 조기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윈야드복합단지에 전자레인지공장 건설로, LG전자는 영국 전자레인지공장의 생산설비증설로, 그동안 꾸준히 프랑스 현지생산을 늘려온 대우전자 역시 현지생산확대로 각각 반덤핑 문제를 해결한다 는 전략으로 있으나 수출물량을 역내 생산으로 돌리기까지는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문제는 EU의 반덤핑 작전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EU집행위 가 확정관세이후 5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종료되는 16인치소형 컬러TV에 대해 재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없이 "반덤핑 무기"를 남용하고 있다는점이다. 현재 EU지역에 반덤핑관세를 물고 있는 제품은 컬러TV를 비롯 비디오테이프.
카오디오등이 있으며 최근 전자레인지의 잠정 관세부과도 시간문제다. 반덤 핑무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EU의 분위기로 보아 수출이 늘고 있는VC R나 냉장고등 일반 가전제품에 대한 반덤핑제소도 조만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레인지 수출은 거의 세계제일의 수준이며 VCR는 모두 1천50만대를 생산 、 전세계시장의 24.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EU집행위가 소형 컬러TV의 반덤핑재조사를 대형TV 확정판정시점에 다시 거론하고 있는 것은 EU가 한국산 전자제품의 역내 유입을 견제하기 위한 속셈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한국산 가전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도 개방화- 세계화되고 있는 국제무역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국내 업계는 EU집행위의 덤핑조사 및 덤핑마진율 결정을 재량권 남발로 해석하고 있다. EU집행위가 직수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소형 TV에 대해 재조사를 결정한 것은 분명 피소자인 우리나라업체의 자료는 전적으로 무시하고 제소자인 자국업체의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U집행위가 한국자료를 판정과정에서 무시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이 EU역내에서 판촉활동을 위해 지출한 광고선전비를 손비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도 따지고보면 형평에 어긋나는 부분이다.
EU는 권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질서를 흩뜨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떳떳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이미 출범한 마당 이다. 세계무역의 본산이라할 수 있는 EU의 균형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데스크라인] 변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
9
[ET톡] 지역 중소기업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