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외전화서비스 경쟁

시외전화 사업이 앞으로 경쟁체제로 바뀐다. 정부가 오는 97년부터 시작될통신시장개방에 대비해 데이콤을 이제까지 한국통신이 독점해 온 시외전화사업의 제2사업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데이콤은 이에따라 오는 9월까지 전국적인 통신망을 구축해 이르면 오는 10 월부터 시외전화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외전화사업이 경쟁체제로 바뀌면 사용자들은 지금보다 한차원 높은 시외전화 통화 품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국내통신업체들은 외국의 유력 통신 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하기전에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시외전화사업의 경쟁체제 전환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가 당초 올하 반기로 예정했던 시외전화 제2사업자 선정을 앞당긴 것은 통신분야의 국제협상이 가속화되고 각국의 시장개방과 자유화 조치도 예상보다 빨리 진전되고있어 97년경에는 통신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국내업체들이 한국의 통신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의 통신사업자와 시장개방 이후 경쟁을 하려면 독점체제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앞으로 통신시장개방은 예정돼 있어 정부가 당초보다 앞당겨 시외전화 사업자를 확정한 것은 이런 점외에도 업무효율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

우선 현행 전기통신기본법과 사업법이 오는 4월6일부터 개정 발효돼 만일 정보통신부가 오는 4월6일 이후에 시외전화사업자를 선정하려면 개정법에 따라 지정이 아니라 보다 절차가 복잡한 허가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시말해 현재처럼 비교적 손쉬운 절차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가 없다. 최근 삼성이 한전 등과 협력해 시외전화사업참여를 희망했고 금성과 현대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이 분야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데이콤은 시외전화를 오는10월부터 상용화하기 위해 9월이전까지 3백여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올해안에 시외전화시장 점유율을 2%까지 높인다는 계획이 다. 또 시외전화 시장점유율은 내년에 12%、 97년까지는 20% 이상으로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것은 데이콤의 계획이므로 사업추진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데이콤이 10월부터 한국통신과 함께 시외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면 사용자입장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은 전화요금과 시외전화의 지역번호 체제가 변한다. 데이콤은 시외전화 요금이 한국통신보다 최소한 10%는 가격이 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해야 데이콤이 빠른 시일안에 경영정상화를 이룩하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한국통신의 입장은 데이콤과는 다르다. 지나치게 높은 요금격차를 두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시외전화사업에서 경쟁을 하면 현재보다 시외전화요금이 낮아질 수 있고 서비스의 질도 갈수록 향상될 것이다. 다만 국제전화에서 처럼 시외전화도 후발 경쟁자를 육성해 공정경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요금격차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한국통신 데이콤의 상반된 입장을 어떤 방향에서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판가 름날 것이다.

지역번호도 4자리 단위의 단일체제나 사업자에 따라 다른 지역번호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콤은 한국통신과 같은 자릿수의 번호확보를 목표로 하고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현재 시외전화번호 앞에 "1" 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데이콤의 시외전화 사업시작과 관련해 교환기등 3천억원 규모의 각종 장비를 구매해야 하고 한국통신과 시내망 접속조건에 대한 협상도 해야 한다. 만약이런 일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데이콤의 시외전화 서비스는 처음 계획 했던 것보다 시일이 늦어질 수 있다.

우리는 시외전화 사업이 경쟁체제로 바뀐만큼 한국통신과 데이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지금보다 대폭 높여 주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국내통신시장의 빗장이 풀리면 외국의 대형 통신사업자들이 잇따라 한국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높고 그때 요금이나 서비스질 등에서 외국통신사 업자보다 시외전화 서비스가 뒤떨어지면 사용자들은 고개를 돌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본질적인 문제를 떠나 지엽적인 문제로 서로 소모적인 신경전을 벌이지 말고 대국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문제는 국내업체간 경쟁이 아니라 외국업체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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