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연구원들이 이제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떠나겠다고 마음을 굳히고있습니다. 조만간 대학이나 기업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입니다. 이번에는무사히 넘어간다고 해도 연구는 고사하고 해마다 몇 번씩 연구외적으로 겪어야 할 고통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는 거죠." 한 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전하는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의 오늘의 실상이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 등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 되는 지금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 원들이 이제는 더 이상 연구를 하지 않겠다는 포기각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공계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지난 연말 정부조직개편 이후부터 시작된 정부 출연연구소의 개편이라는 회오리 속에 휘말려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심심찮게 터져 나온 출연연구소 개편에 대한 소문은 지난 연말 과기처 장관이 교체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 개편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벌써 2월 중순에 이른 지금까지도 출연연 개편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소문만 무성히 나돌면서 이같은 소문에 의해 출연연구소 전체가 울고 웃고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과기처가 정부 출연연구기관중 화학연구소와 기계연구소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일부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2월 중순경 이공계 전정부출연 연구기관들에 대한 개편계획 이 과기처 차원에서 수립돼 오는 3월 열리는 임시국회에 상정되고 이것이 통과되면 4월1일부터 이공계 연구기관들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단행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어 연구원들은 연구를 중단한 채 자신들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정부의 개편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연구소 개편에 대한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연구원들의 불안감과 위기감은 출연연구기관들을 관리하고 있는 과기처에 대한 격렬한 비판과 성토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에 대한 민간의 매각, 4월 전격 개편 등 출연연 개편을 둘러싼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과기처가 이에 대해 뚜렷한 해명없이 묵묵부답 으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출연연 개편에 대한 소문들이 구체화되면서 연구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자 정근모 과기처 장관은 이례적으로 "과학기술계 연구원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편지를 연구원들에게 보냈으나 편지내용이 연구원들의 동요를 막기는 커녕 연구원들에게 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연구원들이 과기처에 대해 등을 돌리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 연구원들의 대체적 인 분위기다.
또 지난 10일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회의에서도 정장관은 개혁을 전제로 연구원 조직과 체제의 개편은 물론 계약제 실시, 사업별 총원가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기계 및 화학 등 일부 연구소에 대해서는 출연 연구기관의 범주에서 탈락시킬 수도 있음을 강력히 암시했다는 것이 참석자 들의 전언이다.
이것은 현재 나오고 있는 출연연구소의 개편 방향이 연구소 내부적인 개편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한 외형적인 개편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것은 연구원들 이 생각하는 개편방안중 최악의 선택이며 또 지금까지 출연연의 자율적인 개혁을 외쳐온 과기처의 주장과는 완전히 상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과기처의 요구에 의해 자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했던 과기처 산하 이공 계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느끼는 과기처에 대한 감정은 배신감 그 자체일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이번 출연연 개편은 이미 과기처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사실화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번 출연연 개혁도 지난 80년대초의 1차 통폐합 때와 마찬가지로 과학 기술인이 아닌 비전문가들에 의해 단행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국내 과학기술은 당분간 발전의 속도를 아래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과학기술계의 공통된 시각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책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백연대계입니다. 현재 개편작업을 추진 하고 있는 정책입안자들은 지금과 같이 연구원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혁작업이 과연 장기적으로 국내 과학기술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정부 출연 이공계 연구기관 개편을 보는 한 연구기관 관계자의 우려섞 인 목소리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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