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산업의 발자취 (158);소형모터 (10.끝)

소형모터산업이 이 땅에 뿌리내린지도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수 많은 모터생산업체들이 냉혹한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른 부침을 거듭했다. 80년대 말에는 한때 내로라했던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일순 간 사라지는가 하면 기술력을 지닌 중소업체들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극심한 구조조정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시기를 거치면서 이제 국내모터산업은 나름대로의 틀을 갖춰 나가고 있다. 시장규모도 타 부품산업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3천억원(94년기준) 을 넘어섰고 전문업체 수도 DC모터 40여개사를 비롯해 총 60여개에 달할 정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AC모터의 경우 이제 일본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있다. 60년대 금성사의 노력과 70년대말 성신과 같은 탄탄한 전문업체들이 본격 출현하면서 급성장한 AC모터산업은 최근들어서는 40여국에 달하는 세계 각지로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등을 비롯한 각종 가전제품의 핵심구동용 모터를 수출할 정도로 확고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반면 전자산업의 급성장에 편승, 시장확대가 두드러진 DC모터분야에서는 다소 고전하고 있다. 일본의 심한 견제에 밀려 아직도 독자적인 기반기술 구축 과 시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소형.경량화, 고성능화, 다기능화를 꾸준히 추구해온 DC모터분야는각종 전자제품의 기술발달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성장잠재력이 가장 뛰어난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따라 AV기기, 컴퓨터를 비롯한 사무용기기등과 자동차등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DC모터산업은 최근들어서는 통신산업기기, 계측기, 의료기기 등 초정 밀 기술이 요구되는 첨단분야로 시장을 확대하여 보다 많은 상품군을 만들어가고 있는 추세.

특히 90년들어서는 그동안 일본업체들의 국내생산 초토화 전략에 밀려 고전 하던 DC모터 분야에서도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고무적인 모습을보여주고 있다.

삼성전기와 금성알프스등 대기업 계열업체들이 앞다퉈 AV용 캡스턴, 드럼 및HDD구동 등에 필요한 고성능 모터를 출시하면서 수입대체를 위한 노력을 가시화했다. 이어 모터전문 중견업체들도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스테핑모터와 팬모터, 그리고 최근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페이저용 모터생산에 도전해 예상밖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국내 소형모터 기술수준은 아직도 일본과 비교할 때 조립.가공기술을제외한 설계.금형등 주요 기초기반 기술들은 일본 수준의 50%에 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소형모터산업이 최근의 양적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입의존도가 전체수요 의 50%에 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기반기술의 취약성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모터업계의 또하나의 문제점은 완제품 못지 않게 원재료의 일본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우수한 원재료와 제조 공정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제품의 기반이 일본에 종속돼 있는 이상 국내 기술개발이 조립기술 차원을 넘어서기란 요원하다.

최근의 기술개발 추세가 재료와 공정의 혁신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마그네트, 코어 등 원재료의 고급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일본에 집중돼 있는 기술제휴선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유럽지역으로 다변화하고 응용기술분야 뿐 아니라 설계분야를 포함한 원천기술의 도입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모터산업의 바람직한 전형을 위해서는 여기에다 수요업체들의 노력도 함께해야한다는게 모터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불과 몇 퍼센트의 가격차이 때문에 하루아침에 공급선을 일본 등 외국업체로 바꾸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모터생산이 뿌리 내리기는 사 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이 국내시장 장악을 위해 자국보다 낮은 판매가를 적용해 전략적 으로 밀어붙이는 DC모터 시장에서 국내업체의 입지는 한층 좁을 수 밖에 없다. 대다수 모터업계 관계자들은 이와관련 "국내 모터 생산업체 육성은 전자산업 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필수적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수입제품의 가격 견제용으로도 긴요한 역할을 한다"며 수요업체들의 보다 많은 배려를 촉구한 다. 실제로 오디오용 모터를 비롯한 마이크로 모터의 국내생산 붕괴로 현재 수급 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수요업체들의 현실은 이같은 점에서 시사하는바가 크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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