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있다.
재정경제원의수입품 유통센터 건립추진계획과 통상산업부의 중소기업전용백 화점 건립계획이 바로 그 것이다.
세계화.국제화시대에서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과제다. 유통산업의 경쟁력은 곧 바로 국가 전체 경제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통산업 의 경쟁력 강화 방안중 하나가 유통구조의 효율화라 할 수 있다. 이를위해정부내 관련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서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정부의 유통구조 개선정책은 이러한 것을 무시한채 중구 난방식 경쟁적인 발표로만 치닫고 있고 일관성이 없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그것도국내 유통산업정책의 기본을 흔드는 것처럼 보여 심각성이 더하다.
통산부의 중소기업 전용백화점 건립계획은 바람직한 시책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중소기업 육성을 그간 기술개발이나 공정개선 지원차원에서 벗어나 이제 전용백화점 건립을 통해 판로지원 사업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전용백화점에 자사 제품을 전시.판매는 물론 백 화점운영자로 거래알선, 정보제공등 다각적인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중소기업들은 그간 경쟁력있는 상품을 개발하고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개발제품을 대기업에 OEM납품하는등 제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또대형유통매장에 납품기회를 얻었다 하더라도 판매능력 부족등으로 어려움 을 겪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전용백화점 건립계획은 중소기업들에게 큰 기대 를 갖게 한다. 특히 내년 유통시장 완전개방에 따라 외국 유통업체의 국내 유통망 장악이 예상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중소기업에 시기적절한 판로 지원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재경원이 물가안정 차원에서 외국산 수입제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명분아래 추진하고 있는 전문유통센터 건립계획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재경원은 유통단지개발촉진법 제정에 따라 조성되는 유통단지내에 수입품만을 취급하는 대형할인점이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 하고 내년에는 보세지역이나 복합화물터미널 부지내에 수입품 전문유통센터 를 설치, 소비자가 이곳에 직접 들러 싼값에 수입품을 구매하게해 물가안정 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3월말까지 확정지을 유통근대화계획에수입품 중간마진을 줄이기 위한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것은 겉보기로는 현재 폭리를 취하는 수입품 중간유통단계를 없애 수입품 도 가격파괴가 가능케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먼 장래를 보지못한 근시 안적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비록 개방이 시대적 흐름이고 이에 따라 물밀듯 유입될 외산제품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당면과제이지만 이는 효율적인 방안이라 할 수 없다.
재경원이 수입품 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하려는 명분은 물가당국으로서 물가안정에 수입품이 기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이는 재경원이 유통업계의 가격파괴를 확산시키기 위해 수입 공산품을 싼 값에 공급하는 유통센터 설치가 긴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또 수입공산 품의 경우 소비자판매가격이 수입가격의 3~5배에 달하는 등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많고 최근의 원화절상에도 시판가격이 변하지 않는등 가격왜곡이심한 것으로 지적된 게 사실이다. 이는 수차례 지적됐고 개선의 시급성도 강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순히 수입품이 물가안정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수입품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된다.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지원정책을 노리고 국내 대기업뿐아니라 외국 굴지의 다국적 유통업체들이 이 수입품 유통센터에 대거 참여할 경우 일어날 부작용이다. 가뜩이나 유통시장 전면개방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체 보호가 절실한 마당에 자칫 이 센터가 외국제품의 저가공세 창구로 이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수입품 유통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데 반대하는 것은아니다.다만 방법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대안이든 외산제품의 수입을 부채질하는 쪽으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수입품 유통단계를 대폭 줄인 전문할인점을 만들 경우 수입품 가격이 싸져 단기적으로 물가안정에 기여하겠지만 종국적으로 외산품 수요를 부추겨 국산품의 수요를 잠식하게 하는 해악을 끼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어떤 방안이 수입품 유통구조 개선에 실효를 거둘 수 있고 유통시장 개방대책으로도 한몫을 하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런 검토는 관계기관은 물론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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