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텔, 올 사업 전망

미국 인텔사의 회장 앤드루 그로브. 그가 다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지난해말"펜티엄 악몽"으로 시달렸던 그가 경쟁업체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 를 취하고 나섰다.

그로브 회장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세개. 가격파괴, 새로운 공장, 그리고 신형 칩이다.

가장 강력하고 효과가 확실한 무기는 가격파괴.

인텔은오는 2월1일부터 펜티엄칩 가격을 45% 인하할 계획이다. 기존 가격 의 거의 절반인 셈이다.

인텔칩 가격이 비싸다고 등을 돌렸던 PC업체들이 다시 인텔에 손짓을 할 것이다. 또 고자세라고 비난하던 많은 PC업체들도 인텔칩을 다시 사게 될 것이다. 저가공세 앞에서는 누구도 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인텔의 계산이다. PC업체들이 저가의 펜티엄칩을 구매하면 지금까지 486칩을 공급하던 인텔 경쟁 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텔은 공장건설로 두번째 공격에 나선다.

핵심은첨단공장 건설과 설비확보에 29억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겠다는 것.

경쟁업체인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사의 7억달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텔은 이 공장에 첨단공정시설을 도입, 더욱 빠르고 성능이 우수한 칩을 생산할 방침이다. 또 칩을 대량생산해 제조원가를 좀 더 낮춰 가격파괴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조만간 출시될 이 칩은 속도면에서 빠르고 제조원가는 30%나 절약할 수 있다고 인텔은 자신있게 말한다.

인텔의 세번째 무기는 "P6"칩. 인텔의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한 이 칩은 대충 만 살펴봐도 경쟁업체에 위압감을 준다.

P6은 펜티엄보다 두 배 많은 6백만개의 트랜지스터를 한 칩에 집적하고 있다. 또 파워PC와 같은 라이벌제품에서 스피드향상 기술을 도입, 기존의 가장 빠른 펜티엄보다 두 배 정도 빠르다.

이 칩의 최대목표는 경쟁업체들이 올해 중순경 출시예정인 펜티엄급 칩들에게 일격을 가하겠다는 것.

인텔은 오는 2월16일 P6의 기술적인 특징을 공표함으로써 경쟁업체들의 기를꺾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이 연초부터 이러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사실 인텔은 지난해 말 "펜티엄결함사태"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깊은 불신 을 받아왔다.

주고객인 PC업체들은 "인텔만이 전부는 아니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다른 공급업체를 확보하자"고 한결같이 외쳐왔다.

이러한 불신을 없애는 길은 더욱 뛰어난 성능을 이들에게 보증해 주는 것이라고 인텔은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다 인텔은 지난해 최대고객인 IBM과 컴팩 컴퓨터사를 놓쳤다. 이들은 인텔칩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불평이다.

IBM과 컴팩을 비롯한 PC업체들은 더이상 "이러한 콧대높은 인텔"에만 매달리지 않고 AMD.사이릭스.넥스젠 등 경쟁업체로 발길을 돌리려고 하고 있다.

인텔이가격을 45%나 인하하려고 하는 사정은 바로 이를 의식해서이다.

인텔칩 호환업체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인텔은 설상가상으로 IBM.애플.모 토롤러 등 "파워PC"칩 진영으로부터 포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 칩은 애플의 "파워 매킨토시"에 장착돼 소비자의 반응이 비교적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공룡기업인 IBM과 모토롤러도 3월부터 이 칩을 자사PC에 장착할 예정 이어서 인텔의 신경을 더욱 곤두 세우게 하고 있다.

어쨌든 인텔은 95년 벽두부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인텔이 펜티엄을 무기로 95년 세계 MPU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은 인텔의 펜티엄이 펜티엄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4.4분기에도 3.4분기에 비해 두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말 판매된 PC의 42%가 펜티엄칩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인텔은 지난 한햇동안 펜티엄칩 교체비용으로 4억7천5백만달러를 지출했지만 순이익에서 22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95년초는 인텔이 다시 공격적인 정책을 구사할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펜티엄파고가어느정도 진정되었고 8년동안 끌어왔던 AMD와의 법정분쟁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즉, 인텔은 이제부터 사업에만 전념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올 한해는 인텔과 인텔호환업체 및 파워PC진영간의 경쟁이 어느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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