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비디오CD(콤팩트 디스크)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가전업계의 양대 거목인 일본의 소니사와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차세대 비디오CD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경쟁업체들도 분주 하게 움직이고 있다.
소니-필립스 "연합" 그 자체가 갖는 시장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기술 적으로도 이들이 개발중인 비디오CD가 기존 제품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필립스 연합이 지난해 말 발표한 차세대 비디오 CD 기술의 핵심은 이렇다. 우선 음악은 물론 영화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소니-필립스 연합의 차세대 비디오CD는 고음질을 곁들여 1백35분짜리 영화 한편을 단일면에수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지름 5인치 크기의 이 신제품이 기존 CD의 5배를 훨씬 넘는 3.7 기가바이트 GB 의 방대한 정보를 압축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질 이 떨어지지도 않다. 오히려 현재 사용중인 비디오 테이프는 물론 레이저디 스크의 화질보다 선명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격은 어떤가. 플레이어를 포함한 가격이 5백~6백달러 정도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닐 것으로 전망되며 따라서 시장 창출이 빨리 이루어질 것이란 게 지배 적인 견해다.
소니-필립스 연합도 개발중인 차세대 비디오CD가 지난 82년 자신들이 상품화 한 오디오CD의 적장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간 3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오디오CD의 화려한 영광을 차세 대 비디오CD가 재현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차세대 비디오CD의 출현은 이를 작동할 비디오 CDP의 등장을 동반한다.
비디오CDP란한마디로 VCR와 CDP의 기능을 한데 묶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비디오CDP를사용하면 비디오CD는 오디오CD와 달리 재생뿐 아니라 녹음이 가능하며 일정정도 대화형 CD롬과 같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 멀티미디어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기존 오디오CD를 비디오CDP를 통해 듣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영화를 감상 하기 위해선 비디오CD가 필수적이다.
비디오CD가 전자산업, 나아가 오락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 오리 라는 예상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필립스의 한 고위 관계자가 "우리는 비디오CD가 향후 전자산업의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비디오CD가 전혀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
이른바 1세대 비디오CD는 이미 실용화돼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1세대 비디오CD는 영상의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영 화용으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영화 한편을 담기 위해선 최소한 90분 분량의 화상정보를 수록해야 하는데 1세대 비디오CD 는 기존 오디오CD와 마찬가지로 72분 분량의 정보밖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니-필립스 연합이 개발하고 있는 비디오CD를 차세대 비디오CD라고 부르는것도 이같은 배경하에 1세대 비디오CD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차세대 비디오 CD로 전자 및 오락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으려는 소니- 필립스 연합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도시바사다.
이 회사 또한 자사 고유의 차세대 비디오CD의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도시바가 개발중인 차세대 비디오CD는 2백70분 분량의 화상정보 수록이 가능해 소니-필립스 연합 제품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니-필립스 연합이 단면 디스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비해 소니는 양면 디스크방식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진영은 이와관련, 자기 진영의 기술과 제품을 산업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 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표준화를 실현하는 진영이 제품 판매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며 기술제공 에 따른 로열티를 챙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소니와 마쓰시타가 VCR 분야에서 벌였던 표준화경쟁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당시 소니는 베타맥스 시스템으로 기술적 우위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지원을 받는 표준화 경쟁에서 마쓰시타의 VHS에 뒤짐으로써 시장을 마 쓰시타에 내주는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미 타임워너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도시바가 지난 화요일 파이오니어 마쓰시타전기등 초대형 일본 가전업체와 프랑스 톰슨사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수세에 몰린 소니-필립스 연합은 그러나 이제부터 싸움은 시작이라는 입장이 다. 도시바측의 "화요일의 포격"으로 판세가 결정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실제소니-필립스 연합은 파라마운트사와 월트디즈니의 모회사인 바이어컴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등 반격 준비에 나서고 있어 앞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영화사들이 아직 어느 일방을 편들기를 꺼려하고 있어 양 진영의 싸움은 쉽게 결말날 것 같지 않다는 게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비디오C D는 환상적인 매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표준 논쟁에 끼여드는 것은원치 않는다. 두 진영이 단일 표준을 마련, 영화를 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있도록 해 줄 것을 원한다"는 MGM 영화사의 프랭크 만쿠소 회장의말은 영화 사들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차세대 비디오CD의 단일 표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90년대초에 벌어졌던 미니디스크(MD)와 디지털콤팩트디스크(DCC) 진영간 과열경쟁 의 결과 두 진영 모두 시장 창출에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경고 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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