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예언과 과학;박세영

노스트라다무스같은 예언가는 이미 수백년전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예언했다고 한다.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먼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언가들이다. 그 다음으로 먼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만화가나 공상 소설가들인데 이들 역시 수십년의 시공을 쉽게 넘나들면서 매우 그럴듯한 미래를 예언한다. 그 다음으로 개인의 가까운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이 무당을 포함한 역술가들이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과학기술자들이다.

과학 기술자들의 예언은 앞에서 이야기한 사람들의 예언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예언에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앞의 예언가, 만화가, 무당들의 예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큰 신뢰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나과학 기술자의 예언은 그것과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크게는국가.사회적인 책임이 있고, 작게는 자기가 속해 있는 집단이나 조직에 대한 책임이 있다. 또 가장 가깝고 구체적인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어서 거짓말도 쉽게 드러나 예언하기가 만만치 않다.

과학기술자가 하는 예언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번째가 기존의 제품이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되는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이다. 286, 386, 486, 펜티 엄 프로세서가 나오면서 차례로 286, 386, 486PC시장이 없어져 PC를 구입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두번째는 분명히 도래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장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데 그 시기에 대한 예측이다. 기술적으로는 모든 것이 다 해결되어 있지만, 주변 환경이라든지 사람의 마인드가 따라오지 못하여 시장형성이 되지 않는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1990년초 국내에 2백대밖에 없던 CD롬드라이브가 현재 30만대를 육박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2천만대에 이르고 있어 CD- I는 살고 CD롬은 죽는다고 예언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세번째는 G4 FAX나 Telete.처럼 세상에서 빛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기술에 대한 예언이다. 특히 1980년대 초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젊은과학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LISP머신이나 Connection머신같은 것이 모두 다 죽으리라고 예상하기 힘든 컴퓨터들이었다. 이렇게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한 기술들은 그 분야의 과학기술자들이 제대로 전망하지 못했거나 다른 요인에 의해 그 예언이 틀린 것으로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오는 미래도 있고 생각보다 잘 실현되지 않는 미래도 있다. 1980년대 미래 통신망의 유일한 대안이었던 ISDN이 채 빛을 보지 못하고 바로 B-ISDN으로 발전해 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 반대로 일본 이 제5세대 컴퓨터를 시작할 때, 10년후면 컴퓨터가 인간의 말도 알아듣고글도 알아볼 수 있다고 예언했던 것이 다시 10년이 더 필요할 지 20년이 더 필요할 지 모르는 형편이다.

이렇듯 과학을 한다는 사람의 미래 예언은 매우 어렵다. 살아남을 수 있는기술을 따라 가야지 죽는 기술을 따라 가서는 쓸데없이 시간과 연구개발비만 낭비하고 자기가 속해 있는 집단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 때문에 지구가 다 뜨거울 지경이다.

미국에서한다니까 우리나라도 해야 되겠다고 나섰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본질적으로 제조업분야에서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게 된 미국이 아직도 비교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정보통신 관련 산업을 이용하여 국가경쟁력을 제 고시키기 위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잘 예언해야 한다. 우리가 케이블을 매설한다고 땅을 파고 있을 동안 빌 게이츠는 위성 몇 백개 띄워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란 미래를 다 해결 해버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약역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컴퓨터연구단 책임연구원,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공학사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공학석사), 프랑스 파리 제7대학교 전산학과(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