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정보통신부의 역할(중)

경상현 정보통신부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정보통신부가 최우선으로추진해야할 과제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프로젝트"라는 데는이견이 없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기반 구축사업이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간판을 바꿔 단 정보통신부에게는 힘있는 정부부처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일종의 권한인 동시에 버거운 짐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초고속 사업"과 관련해서 정보통신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아무래도 민간의 참여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내야할 것이냐는 방법론일 것이라는예상이다. 현재 정부주도의 초고속망 구축계획은 원칙론적인 방법외에 망을 활용하기 위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인프라 확보에 대한 비전이 약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때문에 정부의 강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 에서는 오히려 "강건너 불 보듯"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현실을 정보 통신부로서는 깊이 인식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되도록 많은 민간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을 전개하겠다"고 한 경장관의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은 것이라는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과 떼어놓을 수 없는 사안이 "규제 완화"이다.

통신기기제조 업체들의 통신서비스 사업 참여를 규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각 부처로 중복돼있던 정보통신 관련 정책 업무를 정보통신부로 일원화한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민간에게 가해져 왔던 각종 규제를 실정에 맞게 완화시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표가 근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규제완화와 같은 선상에서 추진돼야 하는 부분이 바로 "경쟁의 촉진"이다.

지금까지우물안 개구리처럼 정부의 철저한 보호속에 성장해온 통신서비스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분야에 경쟁을 촉진, 국내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국가 정보통신산업을 세계화의 대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개발도 정보통신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보통신부가 출범 초기부터 감당해야하는 몫은 이외에도 수없이 산적해 있다. 우선 내년초부터 시작될 통신시장 개방 협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기본통신분야의 통신개방 협상이 본격화 될 경우를 대비,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시장 개방으로 얻을 수 있는 몫을 최대화하는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 장관은 이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의 통신시장이 개방된다는 협소한 인식보다는 세계 시장이 우리를 향해 문을 연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선 진국의 시장 개방 협상에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것임을 암시했다.

무조건적인 정부의 보호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물론 대외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특정분야에 있어서는 조심스런 보호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통신사업경쟁과 요금등의 규제기능을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통신위원회"로 이관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막 출발선상을 떠난 정보통신부의 정책기조는 "규제 완화 와 "경쟁촉진" 그리고 "국민의 정보통신 이용 편익"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부처간의 업무조정에 관한 교통정리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다른 부처와의 업무 영역 문제를 둘러싼 갈등 발생의 불씨가 완전히 진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상공자원부에서 개편되는 통상산업부와 정보통신 관련 하드웨어 분야에명쾌한 업무분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정보통신부로서는 한동안 "눈엣 가시 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보처와 마지막 순간까지 신경전을 펼쳤던 종합유선방송 업무도 상당한 고민 거리다.완전한 업무이관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공보처의 중계유선방송국과 종합유선방송국 허가권을 정보통신부로 이관하되 종합유선 방송국 추천권은 공보처에 잔류하는 다소 기형적인 형태로 업무가 조정됐기 때문이다. 또 정보통신부 내부적으로는 기존 체신부의 묶은 찌꺼기를 과감히 털어내는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이는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환경이 단순 한 "통신"의 개념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방송등이 융합되는 멀티미디어 통신의 개념으로 진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 국가의 정보통신 정책을 책임지는 정보통신부도 이에 걸맞는 보다 고도화된 정책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