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희 집 팩스번호 몇번이니" 지난달 결혼한 순임씨는 신혼살림집 약도를 팩스로 건네주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는 번거롭게 전화로 약도를 알려줘야 하는 불편은 없어졌다. 집집마다 팩스를 두고 전화로는 주고받기 곤란한 정보를 주고 받는 홈팩스시대 가 열린 것이다.
올해 사무기기시장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태일정밀, 갑일전자 등 팩 스사업 신규진출업체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들이 노리는 시장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그중 하나는 해외수출시장. 방대한 유통망을 구축 하지 않더라도 해외의 딜러만 제대로 잡으면 생산 물량을 대부분 소화할 수있기 때문이다.
팩스사업 신규진출업체가 노리는 또 다른 시장은 20만~30만원대 저가 홈팩스분야다. 현재 대부분 기업과 사무실이 팩스를 갖고 있어 대체수요 밖에 기대 할 수 없는데 반해 1천만가구로 추산되는 국내 일반 가정 가운데 팩스를 갖고 있는 집은 드물기 때문이다.
국내 일반 가정의 절반을 공략한다면 5백만대규모고 10% 정도만 성공적으로 파고 들어도 1백만대 규모 시장이다. 올해 전체 팩스시장 규모가 20만대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홈팩스 시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5인 이하 영세사업자들도 홈팩스시장의 또 다른 공략대상이다. 현재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 사업자수는 총 2백20만 정도. 이중 2백만 정도가5인 이하 영세사 업자들이고 이들 가운데 1백만 정도가 사무실에 팩스가 없는것으로 추산된 다. 팩스를 갖고 있지 않은 1백만 영세사업자 가운데 50% 정도만 공략해도50만대 규모 시장이다.
한마디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게 홈팩스시장인 셈이다. 팩스 시장 신규진출업체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별다른 첨단기술이 필요치 않은 저가감열팩스로 영세사업자와 일반 가정을 공략하겠다는게 팩스시장 신규진출업체들의 전략이다.
이같이 엄청난 성장가능성을 갖고 있는 홈팩스시장을 대기업이 그냥 지나칠 리는 없다. 화승,일진,태일정밀 등 팩스사업 후발업체들이 저가 팩스를 들고 영세사업자 공략에 주력하는데 반해 금성사,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월등한 자금과 기술, 영업력, 유통조직등을 무기로 일반가정을 정면에서 치고 들어가 진정한 홈팩스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홈팩스 시장에 제일 먼저 출사표를 던진 업체는 금성사. 금성사는 국내 최초로 "가가호호"란 이름의 20만원대 저가팩스를 개발, 9월 안방을 파고 든 이래 월 1천8백대 규모로 꾸준한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홈팩스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올연말 시즌이다. 연말분위기와 졸업,입학 등이 겹쳐 선물 교환이 빈번해지는 연말들어 "가가호호"는 뚜렷한 판매증가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대리점 공급물량을 적기에 대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금성사가 홈팩스시장 공략에 예상보다 빨리 적응함에 따라 올해 보통용지팩스 PPF 사업에 주력, 홈팩스시장 수요억제(디마케팅)전략에 주력해온 삼성전자도 이달들어 "마이팩스" 가격을 10만원 이상 인하, 20만원대 제품으로 뒤늦게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의 본격적인 참여로 가격과 영업 및 유통측면에서 홈팩스시장이 개막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된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한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일반가정에서 팩스를쓸만한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반가정에서 팩스수요 확대 를 위해서는 학습정보,주식시세 등 충분한 팩스부가가치 서비스가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한국통신이 그동안 서울 부산 대구 등 일부지역에 제한적으로 제공해오던 주문형팩스(FOD) 서비스를 올해안에 원주 인천 전주 등지로 확대할 예정인데다 내년중 FAX-VAN 서비스의 민간참여가 허용될 전망이어서 시간이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함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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