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게임업계 "휘청"

연말연시를 앞두고 재무부의 "세법시행령 개정안"이라는 핵폭탄을 맞은 게임 기업계가 비틀거리고 있다.

정부조직개편과 개각분위기로 각 부처가 일손을 거의 놓고 있는 가운데 느닷없이 재무부가 내년1월부터 가정용 게임기에 특별소비세와 교육세 19.5%를, 아케이드게임기에는 32.5%를 각각 부과키로 하자 게임기업계가 당혹감을감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광과민성 발작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게임기업계는 이번 재무부의 세법시행령 개정안으로 또다시 시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번 재무부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게임기업계가 일제히 이번 세법시행령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재무부가 세수확보에 얽매여 산업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있다. 현재 멀티미디어산업의 기반이 되는 세계게임기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마쓰시다 소니 등 선진 각국의 전자업체들은 32비트게임기를 개발하는 등이 분야의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상공부도 이같은 흐름을 뒤늦게 읽고 8비트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게임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마당에 재무부가 게임기에 특소세를부과키로 한 것은 이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게임기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게임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무부안이 시행되면 국내 게임산업은 살아 남을수가 없다"면서 "게임시장의 상실로 업계가 기술개발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돼 다가올 멀티미디어시대에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게임기업계는 또한 게임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데 있어 기술상의 문제점을 들고 있다. 우선 게임기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특소세의 세율이 달라 지는 문제점을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콤팩트디스크(CD)를 베이스로 한 32비트게임기의 경우 과연이것을 단순히 게임기로 보느냐 아니면 기존의 CD음향기기 계열로 취급하느냐에 따라 특소세의 세율이 13% 가량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금성사가 내놓은 32비트게임기 "3-DO"를 CD음향기기로 볼 경우 현행 잠정세율에 따라 2%만 내면 되나 이를 게임기로 볼 경우 15%의 특소세를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CPU를 내장하고 있는 게임기는 운용소프트웨어(OS)에 따라 게임 이외의 분야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소세가 면제되고 있는 PC와의 형평 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기업계는 가정용과 업소용 게임기에 대해 특소세 세율이 다르게 적용돼 동일한 기기에 세율이 달리 부과될 소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노래방기기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LD플레이어의 경우 업소용과 가정 용을 구분하지 않고 2%의 세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음에도 게임기에만업소용과 가정용을 구분해 세율을 무려 10% 가량 차이가 나게 적용하는 것은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현재 15%의 특소세를 부과하고 있는 기판용 게임기의 경우에도 특 소세의 부과 자체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즉 기판만으로 이뤄져 있는 업 소용 게임기의 경우 기판 자체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데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 것이냐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게임기에 대한 특소세 부과조치는 많은 문제점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큰데도 재무부가 관련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치 않고 졸속으로 결정한 데에 게임기업계는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원철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