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전문가에게 듣는다] 종합유선 현황과 문제점

종합유선방송의 실시가 4개월 뒤로 바짝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다매체. 다채 널이라는 새로운 방송환경에서 종합유선방송이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공보처 발표에 의하면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본격적인 종합유선방송이 95년 3월부터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케이블TV는 어떠한 양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일본 CATV사업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같이 국민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매체로 성장할 것인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케이블TV 방송실시가 가능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분석 , 검토해 보면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다. 정부와 업계는 이 시점에서 시급히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종합유선방송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첫째, 프로그램 공급의 장단 기적인 수급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케이블TV가 국민생활에 얼마나 파고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각국의 매체환경과 정책에 달려 있다. 그러나 케이블T V의 성공적인 정착에 가장 중요한 사안은 바로 프로그램 공급이다.

케이블TV는 기존 공중파TV가 채널의 제한때문에 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 의 전문화.다양화.세분화가 가능하며, 기존 공중파TV보다도 훨씬 더 시청 자들의 기호와 취향에 맞고 시청자에게 이익이 되는 편성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케이블TV의 성공은 시청자들의 기호에 부합되면서 도움이 되는프로그램을 얼마나 좋게(질), 그리고 얼마나 많이(양) 제작.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케이블TV 사업 초기단계에는 흔히 "닭과 달걀의 논쟁" 을 벌이게 된다. 즉 프로그램이 좋아야 가입자가 증가한다는 논리와, 가입자 가 많아야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경제성의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용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질높은 프로 그램의 제공과 가입자의 증가는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무엇보다도 프로그램 공급업자로 지정된 25개 기업들의 과감한 초기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프로그램 공급업자의 연간 총 소요편수로 추정되는 약 4만5천편 가운데 현재 확보된 물량은 70%에 불과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확보된 프로그램은 대부분 외국것으로 내용도 영화 및 여성 프로그램에 치중되어 있다. 현재 외국 프로그램 편성비율은 보도.스포츠.교양 분야가 50%로 상향 조정되었고, 나머지 분야는 20%내외로 묶여 있다. 따라서 나머지 시간대는 국내 제작으로 메워야 하는 부담을 안고있는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은 프로그램 수입보다는 국내 제작에 주력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내 프로그램 제작 실정은 미미한 형편이다. 프로그램 제작은 인력뿐만 아니라 제작비 문제까지 겹쳐 업체별로 심한 편차를 보이고있는데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이나 프로그램 제작경험이 축적된 업체의 경우는 제작일정에 따라 비교적 순조롭게 제작에 들어가고 있는 반면기본 편성안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채널.양방향 기능의 특성으로 요약되는 종합유선방송이 정보화사회의 핵심 적 위치로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종합유선방송 실시시기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 프로그램공급업자들은 95년 3월 방송개시라는 대명제 전제아래 다양한 국민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각 지역의 케이블TV 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지역채널 의 경우 비뉴스성과 비정치성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으나 케이블 TV방송 국의 기본정신을 살려(특히 다채널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다른 매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지역 지향적 프로그램, 지역민의 접근(access)권이 보장되는 로컬성 프로그램의 폭을 넓혀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방송국 운영자의 지역채널 운영부담을 경감시켜 주면서 양질의 지역 프로그램 확보를 위해서는 3~5개의 인접지역 유선방송국 사업자들이 지역방송 프로 덕션을 설립,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하거나 각자의 시설.인원.아이 디어.자금을 상호보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영상산업의 하부구조를 배양하는 일이다. 종합유선방송 초기에는 국내여건상 프로그램 공급사업자 스스로 자구책을 세워 양질의 소프트사업에 주력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종합유선방송을 지탱하는 배경은 프로그램을 개발 하고 생산하는 영상사업체, 즉 독립프로덕션이 되어야 한다. 프로덕션의 활성화가 진행되면서 프로그램 공급자는 점차 편성 전략에 따른 프로그램 기획 능력에 주력하고 대신 제작기능은 외부에 의뢰하는 분업화를 실현, 방송매체 사업이라는 서비스 유통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이윤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케이블TV가 정착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이유중 대표적인 점을 꼽으면 풍부한 프로그램 공급환경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영화, TV프로그램 제작 수출 대국으로 풍부한 영상 소프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과 배급이 전문화된 사업구조로 케이블TV에 원활하게 프로그램이 공급될 수 있었다. 최근에 실용화 폭을 넓혀 가고 있는 VCTV(Viewer Controlled Cable Television)의 개념, 즉 시청자가 가정에서 편리한 시간대에 보고 싶은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비디오 온 디맨드(Video on Demand)등은 디 지털 압축기술(Digital Compression Technology)이나 광케이블 기술의 발달이전에 풍부한 소프트 공급 환경에서 비롯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 CATV보급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 공급구 조의 취약성이다. 즉 증가하는 채널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크게 부족한 것이다. 일본의 인기있는 주요 채널은 절대적으로 미국의 소프트웨어에 의존 하고 있다. 뉴스채널은 CNN, 스포츠는 ESPN, 그리고 영화의 경우는UIP 등 메이저 영화배급사의 할리우드 영화나 텔레비전 제작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방송물 제작 프로덕션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KBS MBC SBS 등 단순히 공중파TV매체 중심으로 매우 한정되게 영상제작사업이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TV방송사는 자체 제작시설 및 인력을 갖추고 있어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보급하는 폐쇄성을 보여 왔다. 이러한TV방송국의 폐쇄성과 아울러 독립제작사들은 한국사회에 제한된 기업의 수와 홍보물에 대한 낮은 인식들로 인해 공급시장이 제한되어 왔다. 한편 영화 사들도 역시 제한된 극장수와 배급구조 등으로 인해 배분이 제약받아 왔다.

이제 95년의 전국 방송채널 수는 25개의 신규채널과 기존 공중파방송을 포함 해 3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듯 짧은 기간에 막대하게 요구될 소프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프로덕션의 육성책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최근 정보.멀티미디어 분야의 경우 첨단기술업종으로 지정되어 전폭적인 세제 및 금융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분야의 적용범위를 영상소프트 프로덕션에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설비투자 및 기자재 구입시세제혜택 창업지원금 지원, 수입기자재의 특별관세 감면혜택 등 실질적인 자금지원이 적극 시행되어야 한다. 독립프로덕션 또한 그간 소극적 활동에서 탈피해 이제는 분야별로 전문적인 제작업체로 탈바꿈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전문프로덕션, 쇼 프로그램 전문프로덕션, 스포츠중계 전문프로덕션 등 그 기능이 보다 전문화되고 상호간 경쟁력을 지닐수 있도록 육성발전되어야 한다. 셋째 방송전문인력 양성이다. 현재 종합유선방송에는 필요한 방송인력의 약60%정도가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 민방, 위성방송 등으로 이어 질 방송인력의 엄청난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현 방송인력의 재교육뿐만 아니라 방송예비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 정비도 시급한 정책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공적인 기관에서 단기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일부인력을 양성한 것을 제외하면 책임있는 공적 기구를 통한 제도적 방송인 력 양성은 거의 전무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일부 방송사 및 대학부설교육 기관이나 사설학원에도 방송인력 양성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미래의 뉴미디어나 새로운 방송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방송인력을 양성하는데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4년제대학, 2년제 대학, 단기방송 실무 교육기관, 방송국내 OJT전 문 연수과정의 4단계를 연계해 각기 특성별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상호협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통합체계의 교육기관 과 방송인력 수급을 구성하는 기관을 주체별로 나누어 역할을 정리하면 대학 은 이러한 교육단계 중 가장 중요한 방송인력의 공급기관으로 정리될 수 있으며 방송사는 이들 인력에 대한 수요기관으로 정리되고, 기존학원은 재교 육과 신입사원 전문교육기관으로, 관련 기관은 이들 요소간 조정기관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들 관련기관의 조정을 통한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도 방송인력 수급문제를 해결하는데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방송사 대학 관련학원 및 관련기관으로 구성된 Ad Hoc Committee(임시대책기구)를 구성한다면 방송인력의 수급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체계적인 뉴미디어 정책과 방송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정책을 결정해 놓고 현실이야 어떻든 끼워 맞춰 나간다는 식의 행정논리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정부는 새롭게 도입되는 종합유선방송 매체가 자리잡아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케이블TV 사업도 시장경쟁 원리에 입각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가 효율적이며 허가에서 제외된 업체들의 선정과정까지의 투자와 노하우가 사장되어서는 안된다. 모두 허가해 줌으로써 시장 경쟁원리에 의해 우수업체가 선택되어지는 방법이바람직하다. 그래서 지역방송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이 방송매체로서 상호 보완되는 모델로의 방송질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95년 3월 종합유선방송 실시를 앞두고 내년 6월로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종합유선방송 운영업자측의 의견을 더 이상 반영해서는 안된다. 공보처 나 종합유선방송 관련기관을 법적으로라도 강화시켜 준비상황을 철두철미하게 점검해야 한다. 운영업자측의 의견이 대두되는 등의 시소게임이 지속되어 서는 안된다. 얼마 남지 않은 종합유선방송 준비기간이지만 종합유선방송 운영업자와 프로그램 공급업자, 전송망 사업자, 그리고 정부의 유관부서는 "어 둠을 백 번 탓하기보다는 촛불 하나 켬이 더 바람직하다" 는 옛 속담을 되새기면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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