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산업 경쟁력을 높이자(42);장애극복(6)

국내 전자산업이 향후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줄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협.분업체제의 구축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협분업체제, 즉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나누어서 부담을 질 부분은 나누어서 진다는 이같은 체제는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간 협력체제에서부터 동종기업 간 부품의 공동구매라든가 공동 연구개발체제의 구축, 기업간 전략적제휴등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있다.

분야별로는 역시 기술개발 속도도 빠르고 투자 부담도 큰 멀티미디어 산업과 반도체 산업에서 이같은 협분업체제 구축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있다.

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이든 국내 동종업체간 협력관계 구축이든 모두 향후의 험난한 기술경쟁시대에서 같이 살자는 공존과 동반의식에 바탕을 둔 것임은 쉽게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지난달 산업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신분업과 한국산업구조의 재편방향"을 주 제로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분업체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국제 분업구조의 재편과정에서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틈새 시장"을 겨냥한 선진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제품차별화에 적극 나서야한다는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국제 분업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내 산업은 선진국의 첨단기술을 효율 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술분업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도 산업정책의 선명성을 유지하고 업계간 경쟁보다는 협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있게 제기된 바 있다. 이른바 기술분업체제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일반적인 협분업체제로는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간 협력체제와 부품의 공동구매등을 손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전자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등 가전3사는 협성회.성력회.협우회라는 이름으로 각각 협력업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들어 부품 기술의 고급화가 추구되면서 예전의 하청구조 관계의 협력체제는 공존공생의 동반자적 관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각사는 협력업체간 폐쇄성에서 탈피, 최근들어 3사가 공동 구매하는 전문 업체들도 크게 늘고있어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부품업계와 세트업계의 새로운 관계 정립에 자극제가 되고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부품업체 육성이 제대 로 되지못해 고부가.고급 기술은 세트업체가 독자적으로, 또한 계열 부품사 를 통해 자체 공급한다든지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온 부품 공동구매체제 구축이나 해외 동반진출등이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현재 국산화가 안된 대부분의 부품이 투자 규모가 엄청난 고급기술들이 어서 부품업체가 독자 개발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품목들이다.

세트.부품간 협력체제의 구축을 통해 전자산업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 을 도모키위해서는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이같은 고부가.고급 부품의 공동 개발과 수급안정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국내 기업들의 국제화가 본격 진척됨에 따라 가장관심을 모으고있는 협분업체제는 외국 전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이다. 기술개발 속도가 빠른 반도체 부문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전략적 제휴관계가 성행하고있다. 국경없는 기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반도체 부문에서의 전략적 제휴는 그 규모와 다양성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3년 11월 미마이크로테크놀로지사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기술교환 협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국내 D램 반도체 업체를 미정부에 반 덤핑제소해 국내 기업들을 곤경에 처하게했던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또 미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와 합작으로 포르투갈에 반도체공장 을 세우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TI도 국내 기업을 상대로 특허권침해 시비 를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기업중의 하나다.

특히 D램 부문에서 국내업체와 경쟁을 벌이고있는 일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가 크게 늘어난 것도 전략적제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데 빠트릴 수 없다.

삼성전자는 92년말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도시바와 차세대 플래시 EEP롬 분야에서 기술교류및 시장개척을 위해 협력키로 합의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LCD 액정표시장치 분야에서도 협력키로 했다. 금성일렉트론 또한 일본 히타치 와 16MD램을 OEM공급해주는 대신 0.5미크론급 가공기술을 얻기로 합의한 바있다. 이같은 반도체업계의 전략제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업계의 몸부림을 엿볼 수 있게한다. 또한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협력파트너로 둔갑하는 국제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실감나게한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전략제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외국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완전히 흡수통합(M&A)하는 쪽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어레이사의 지분을 20% 인수, 멀티미디어용 핵심 반도체칩인DSP기술을 획득한 것과 현대전자가 미AT&T사의 비메모리사업 부문을 3억달 러에 전격 인수한 것등을 예로 들수 있다.

이같은 지분참여나 흡수합병이 전략제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대안으로 받아들여 지는데는 전략적제휴 관계가 아직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접 시사하고 있다.

제품교환공급을 비롯한 협력계약이 원칙적으로 합의되어도 실제로 예상만큼 진전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외국파트너가 공급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공급물량확대를 꺼리는가하면 처음부터 원칙적으로 합의했던 공급대상품목을 늘리기위한 협상을 계속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전략적 제휴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아직도 팽팽히 맞서고있다.

반도체 부문에서의 전략적 제휴가 기술개발의 전문성과 개발속도의 단축이 주요 원인이라면 멀티미디어 부문에서의 전략적 제휴는 해당 분야의 다양성 에 크게 기인하고있다.

멀티미디어란 컴퓨터.통신.가전기기.유선방송등 전자정보 산업분야에서부터 영상.문자.음향.그래픽 데이터가 각각 디지털 신호로 통합되어 가공.저장.편 집.전송이 쉽게 되도록 구성한 시스템이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영상.음향.문 자등 각각의 미디어로 전개되던 AV기기, 영화배급, 비디오대여및 온라인 정보서비스등도 포함되고있는 추세다.

복잡한 만큼 개발해야할 분야도 다양하고 기업간 제휴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과 하타 에이지로 일본통상장관간에 열린 제3차 한일 통상장관회담의 가장 큰 주제도 멀티미디어 산업부문에서의 양국간 전략적 제휴였다. 한일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멀티미디어부문의 표준화, 연구기관간의 공동연구 기업간 기술협력촉진및 지원방안강구, 전문인력양성과 공공기관간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시범사업등 7개 부문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지금까지의 통상장관 회담시 부품기술의 이전이나 무역역조 개선이 최우선과 제로 등장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멀티미디어 산업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관계의 중요성이 시급한 것임을 간접 시사해주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는 멀티미디어를 통해 양국이 미래정보사회로 진입하는데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국내 업체중 멀티미디어 부문에서 가장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있는 금성사가 추진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지분참여를 통한 첨단기술의 도입"이다. 또다른 형태의 전략적제휴인 셈이다.

금성사는 이미 지난 91년 1천5백만달러를 투입, 미제니스사의 지분 5%를 인수하고 제니스가 보유하고 있는 HDTV분야 최첨단 기술인 평판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의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HDTV의 개발 CD-I및 VOD등 멀티미디어기기의 개발과 북미.중국.중남미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공동 추진키로했다. 이 회사는 또 AT T.타임워너.일마쓰시타등 7개사가 공동으로 참여하고있는 3DO사에 1천만달 러를 투자해 3.04%의 지분을 확보, 차세대 게임기 공동개발에 나섰으며 이에앞서 미오라클사와는 차세대 멀티미디어 상품인 주문형 비디오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필립스와는 CD-I등 멀티미디어 제품을 생산하기위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필립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제휴를 맺고 CD-I를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CD롬 타이틀 개발을 위해서는 일세가사와, 주문형 비디오 부문에서는USA비디오사와 VOD단말기 개발및 생산.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또 모 토롤러사와는 무선 펜 PC를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인터라이트사와는 CD-I 타이틀을 개발하고있다.

현대전자는 멀티미디어 통신시대에 대비, 미로랄사가 추진중인 글로벌스타 계획에 참여했으며 베스콤사와는 주문형 비디오를 위한 세트톱 박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또한 미VSD사와 MPEG칩 개발에 나서고있으며 일 닌텐도사와는 16비트 게임소프트웨어 기술계약을 맺고 오락용 CD롬 타이틀의 공동개발에 나선 한편 파라마운트사와는 영상소프트 사업을 위한 제휴를 추진중이다. 반도체와 멀티미디어 부문에서 연쇄적으로 터지고 있는 이같은 전략적제휴는 적지않은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실제로 얻는 것이 없다는 불만에서부터 리 스크가 크고 때로는 중복투자의 피해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적 제휴는 결과적으로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다는데 업계 전문가 대부분의 견해가 일치하고있다.

새로운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와의 동반자적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제휴등을 통한 국제 분업체제에 적극 동참할 수 밖에없다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의 결론이다.

<이경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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