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과학기술의 체면을 톡톡히 세워주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반도체 메모리 소자 기술일 것이다. 이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파급 효과도 대단히 커서 메모리 소자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컴퓨터에 사용되는 소자의 기능은 "두뇌의 한 세포와 같을것이다 라고 알고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뇌세포를 상호 연결하고 운영하며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신경망과 같은 존재를 우리는 소프트웨어 라고 정의한다.
반도체 기술의 꽃을 기억소자라 한다면 소프트웨어야말로 잠들어 있는 뇌세 포에 생명을 불어 넣는 정보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산업은 첨단 제품들과 무형의 기술력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고리로서, 미래 산업을 주도해 나갈 선두적인 분야임을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첨단 공학기술의 발전과 그 성장을 바라보면서, 공학기술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 입장에서는 바로 앞만 내다보고 뛰기도 바쁘게 기술경쟁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 수록 앞뒤 재어보고 우리 과학기술이 걸어온길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는 우리를 배달의 민족이라던가 단일민족이라던가 하며 타민족에대한 우월감을 갖고 있는 듯이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일이 주어지면 죽을 힘을 다해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대단하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메모리 소자의 개발이요, 자동차 산업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1킬로용량 이 1메가, 그리고 또 1기가로 가야 하는 반도체산업, 엔진에 바퀴 4개가 달린 자동차 생산이란 목표, 이런 것들이 가시적 거리에 들어 왔을 때 우리의추진력은 그 위력을 발휘해 왔다.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뿌리내린지 10여년 만에 최첨단 기술보유국으로 또 자동차의 경우 세계 5위의 생산대수를 자랑하는 위치에 우뚝 서 있는것을 보면, 이러한 우리의 능력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라는 명제 아래서는 특유의 창의력과 끈기로 세계 최고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국제기술의 판도는 이전과 같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형태에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로 변해가고 있다.
정보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그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추세에 따른 것이다. 이 추세에 상응하여 국내 소프트 웨어 시장규모도 90년대 들어와서는 연평균 30%를 상회하는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고 대학과 전문대학은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외형적으로 모양세가 갖추어지고 있는 듯하지만 속사정은 많이 다르다.
세계적인 컴퓨터 기업 IBM사의 영업부진에 반해 미국의 MS사의 급부상 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특수한 대체 산업이 출현하지 않는 한 소프트웨어산 업이 향후 정보화세계를 이끌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나 창의력과 섬세성을 가진 우리의 풍부한 인력자원을 이용하면 국내 산업구조 로 보아 소프트웨어 산업은 우리에게 아주 적합한 첨단분야다"라고 말하곤한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분야가 국내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선결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고 본다. 먼저 정보화사회의 기술집약형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MS사의 빌 게이츠 같은 소수의 창조적 인력이 산업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됨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대학원의 전문 인력 확충이 꼭 필요한 것이다.
둘째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무단 전재 등과 같이 소프트웨어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민적 의식을 바로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과 제조업의 차별화를 없애야 한다. 현재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세제금융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를 과감히 정비 개선해 야 할 것이다.
셋째로 요즈음 소프트웨어 업계의 과다한 가격인하 경쟁과 공급업체와 유통 업체간의 파행적인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쳐 가격파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피해를 줄여야 한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업체는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소규모 자본의 회사들이며, 인력도 10여명 안팎을 넘지 못하는 처지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아래 기술정보 수립과 원활한 보급체계를 갖추기위한 기반구축이 절실할 뿐 아니라, 정보산업 단지의 조속한 조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젊은 두뇌의 창업에 적극 지원과 경영지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끝으로 주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며 민간주도산업으로 정착될 때까지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최근 확정된 "GIS핵심기술 조사"나 "초고속 정보망 요소기술 조사" 등의 대규모 기술개발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기획조사사업을 활성 화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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