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한국산 VCR반덤핑조사에 공동대체하라

유럽연합(EU)의 한국산 VCR 반덤핑제소에 대한 공조체제에 구멍이 뚫렸다.

가전3사들이EU지역 전자업체들의 반덤핑제소에 대한 공동대응에는 공감하면 서도 실무적인 부분에서 자사 이익을 고려,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2분3열로는 EU집행위원회의 반덤핑조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없다는 점에서 고율의 덤핑마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유럽업체의 반덤핑제소에 대한 국내업체간 공조체제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전자업체들은 막상 공동대응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서는 최대현안인 덤핑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관심사 항인 협력문제에 있어서도 핵심을 비껴감으로써 "알맹이" 없는 회의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필립스의 자회사인 IR3사의 한국산 VCR 및 헤드에 대한 반덤핑제소건에 있어서도 이러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5월부터 소문으로 떠돌던 IR3사의 한국산 VCR 및 헤드에 대한 반덤핑제 소 소식이 지난 9월중순 IR3사가 EU집행위에 반덤핑제소장을 접수시킴으로써 사실로 확인되자 가전3사 관계자들은 IR3사의 의도확인과 함께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얼마전 전자공업진흥회에서 있은 통상관계자 회의는 EU업체들의 한국산 전자 제품에 대한 반덤핑제소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비상한 관심을모았다. 특히 이번 회의는 그동안 겉돌기만 해온 EU지역의 반덤핑규제 대책을 정부차원에서 앞장서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회의 결과는 정부차원의 해결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만 교환한 형식적인 회의에 그쳤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와관련, 가전업체 통상관계자들은 "EU집행위가 IR3사의 제소장을 받아 반 덤핑조사여부를 최종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공동대응태세를 보이면 역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 브뤼셀 무역관을 통해 IR3사의 반덤핑제소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가전3사가 답변서제출을 위한 수출 및 내수가격 조사와 만약에 대비 한 변호사선임 등에만 주력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연유된다.

물론 EU집행위의 최종결정이 가변적이라는 점때문에 가전3사의 공조가 제대 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가전3사의 이해관계로 공조체제가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3사들은 현재 EU지역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VCR의 연간생산량이 40만대 를 넘어 반덤핑판정을 받을 경우 현지생산 규모를 확대해 직수출을 줄이면 되는데 무리수를 두면서 EU집행위와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금성사는 최근 독일의 VCR생산라인을 현재 50만대에서 80만대수준으 로 확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스페인의 VCR공장을 70만대 규모로 증설하고 있다. 대우전자 역시 영국의 VCR공장 증축을 서두르고 있다.

VCR반덤핑제소와관련, 3사의 반응이 소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전3사의 공조체제가 힘을 갖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예년에도 그랬듯이 실현가능한 공동대응전략이 없으며 또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EU집행 위에 먹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업계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근거로 이번 IR3사의 반덤핑제소가 지난 89년 3월 이후 5년간 계속돼온 반덤핑규제가 완전 해제된 올 2월말을 기준으로 7개월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꼽고 있다.

반덤핑제소 시기는 물론이고 그동안 VCR완제품에만 적용하던 반덤핑품목을 이번에는 헤드등 부품으로까지 확대하면서 한국산 VCR의 EU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 스스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다 EU집행위가 역내산업보호차원에서 현지기업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현지변호사를 선임해 반덤핑여부에 대한 협상을 벌여도 EU집행위를 설득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차원의 문제해결노력이 미흡한 점도 가전3사 공동대응의 걸림돌로 작용 하고 있다. 반덤핑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없이 민간기업차원 의 공조체제구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오랜만에 가전3사가 의기투합해 마련키로 했던 IR3사의 반덤핑제소 대응전략 이 아무런 효과없이 부진한 것은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외국기업의 반덤핑제소를 맞을 수는 없다. 가전3사의 현지생산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직수출이 줄지않기 때문이다.

한국산 VCR의 대EU지역 수출은 지난해 1억2천만달러로 36.5%가 증가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7천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9%가 늘어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업체들이 한국산 제품 견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반덤핑제소 의 남용을 막으려면 불공정무역방지를 위한 민간기구설립과 함께 EU집행위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부주도의 전문조직 구성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금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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