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황때 불황을 대비하자

올해의 전자산업 경기 호황세가 내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 터 상승무드를 타기 시작한 국내전자산업은 올해 사상 유례없는 폭발적인 신 장세를 보인데 이어 내년에도 두자릿수의 고성장이 예상된다는 낙관적인 보도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국내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내놓은 산업연구원의 전자산업전망에 따르면 성장률은 올해 추정치인 수출 20.9%, 내수 2백26.9%, 수입25.4%, 생산 22 .9%등에 비해 다소 낮아지나 확장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부문별로 수출은 올해보다 13.6% 늘어난 3백64억2천5백만달러, 내수는 14.

7%늘어난3백23억7천5백만달러, 수입은 무려 53.6%증가한 2백36억3천6백만 달러, 생산은 12.0% 신장한 4백61억1천2백만달러에 달하는등 성장세가 올해보다 약간 둔화되나 그래도 상당한 호조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은 산업연구원보다 훨씬 더 낙관적이다. 수출.내수.수 입.생산이 각각 17.4%, 37.9%, 42.8%, 22.2%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 성 장폭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이같은 호황세는 올해 전자산업 실물경기를 바탕으로 청사진을 짜는 전자업계의 체감지표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일단은 믿을 만한 분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전자산업의 성장견인에는 세계경제의 회복세와 반도체경기의 호황지속, 국내업계의 신제품개발, 제품고급화, 해외지역별 특화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삼성의 분석이다.

93년 1월을 저점으로 2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산업전반의 경기확장국면이 96 년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통계청의 분석도 전자산업의 고성장세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특히 경기 순환주기는 이번이 최장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전자산업 의 호황주기도 그만큼 연장될 것이란 성급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산업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리경 제의 확장에 필수불가결한 수출경기는 미국과 일본이 내후년까지 확장세를지속하고 EU경제도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적 호황세를 내실로 연결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전자산업 구조를 고도화해 자력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전자산업의 호황세가 엔고등 외적요인에 의한 것이지 산업경쟁력 자체를 강화해 얻어지는 과실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일본은 엔고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어 국내전자산업의 어부지이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엔고효 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력이 있을 때 전자산업구조를 고도화 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전자업계의 부익부.빈익빈현상도 해결해야 할 주요과 제중의 하나다.

대기업쪽은 포만감에 젖어 있고 영세중소기업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져있다. 전례없는 호황속에서도 양극단의 구조적인 모순이 전계업계의 현실로 자리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등한 상보관계를 형성해야 할 세트업계와 부품업계간에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 불균형 해소를 위한 처방전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전자산업이 내실을 기하려면 우리가 안고 있는 이같은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국내전자산업의 미래는 경쟁력과 직결되는 신기술개발.품질개선.생산시스템 혁신 등을 이룰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한편으로는 첨단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품질 제일주의로 기존의 틈새시장(니치마켓)을 철저히 공략, 기술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의 협공을 뿌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투자의 우선순위와 전략산업과의 함수관계를 도출해 시장잠재력은 무한하나 위험부담이 따르는 신산업부문은 관산학연이 합동작전을 전개해 기술선진국을 추월해야 한다.

기술의 세계에는 2등은 별 의미가 없다. 제일만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게신기술세계의 냉혹함이다.

이번 확장국면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확장기에 우리가 안고 있는 약점을 보강해야 한다.

우리의 현위치를 정밀점검하고 내일로 가는 좌표를 설정함으로써 호황뒤의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그래야만국내전자산업의미래가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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