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이 참여한 영상산업분야 중 가장 고전을 하고 있는 분야를 꼽는다면 단연 음반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음반시장은 반세기가 넘도록 전문 음반사들에 의해 주도돼 왔을 뿐, 흥행성이 짙고 기업의 "제조"개념으로 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문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양대 그룹의 음반시장 진출은 실로 "도발"적이고 파격적이라고 표현한다. 기업은 시대에 따라 탈바꿈하고 변화해야 산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케 하는 대목이 다. 대기업의 음반시장 진출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면서 이들이 음반시장 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디어의 통합이란 커다란 시대적 흐름때문이다. 다시말해 영상과 음악이 분리된 사업적 특성을 가지면서도통합.양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 어느 한 부문만을 택할 경우 더이상의 이점을 얻을 수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의 인식제고와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필연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란 비판의 "총대"를 메면서까지 음반사업에 참여한 그룹은 삼성그룹. 삼성은 지난 92년 계열사인 제일기획을 통해 제일 먼저 음반시장에 입성했고 뒤이어 지난해 삼성전자의 삼성나이세스를 가세시켰다. 올해 설립된 디지털미디어도 넓게보면 삼성의 멤버로 꼽을 수 있다. 이에따라 그룹사중 음반사업부문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그룹 으로 삼성이 꼽힌다.
이에반해 대우그룹은 지난해 대우전자를 통해 설립한 세음미디어가 음반사업 을 총괄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세음미디어는 지난해 9월 설립된 이래 이동원 박광현, 하수빈 등의 가수와 제휴하여 약 15개 가요타이틀을 선보였으나 아직은 미완의 음반사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삼성그룹 가운데 음반사업 주력 사업체는 삼성전자의 삼성나이세스다. 가요.팝.클래식 타이틀을 고루 선보이고 있을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공연 및 이벤트등을 적절히 가미하고 있다. "뮤지컬캣츠"의 공연과 조수미의 내한공연 등은 실제로 삼성나이세스가 주관한 것. 삼성나이세스는 궁극적으로는 별도법인으로 독립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축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미지수이다.
제일기획이 추진하고 있는 음반사업은 광고 전략과 연계하는 사업이란 특징 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나이세스가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라면 제일기획은 소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가요.팝.클 래식에서 약 80여개 타이틀을 선보인 제일기획은 최근 클래식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원준의 "모두 잠든 후에"는 제일기획이 올린 최대 성과. 최근 이문세의 8집 앨범도 제작해 기염을 토하고 있다.
양대그룹의 전체적인 음반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삼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삼성은 소싱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컨셉이 안정돼 있고언제든 적극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게끔 팀이 구성돼 있는 것이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대우그룹의 세음미디어는 자금과 조직, 인력면에서 적지않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업추진에 있어 명성마저 잃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는 실정 이다. 그러나 이같은 객관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획득은 꼭 직접 제작에만 있지 않고 결국 이 시장에서의 최후승리자는 유통을 쥐는 자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세음미디어는 유통분야의 선점을 위해 "비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한판승부는 제작보다 유통시장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삼성이 소매점을 중심으로한 프랜차이즈형 사업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이나 대우의 세음미디어가 "버진 메가스토어" 나 "타워레코드"와 같은 대형 소매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모두 유통 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유리한 곳은 대우가 되지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음반업계도 이들 양대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적어도 산업적 기여를 위해 국제적 레이블 육성에 주안을 두고 소싱보다는 유통의 난맥상을 바로잡는사업추진에 역점을 둘 것을 강력히 요망하는 등 이들의 역할을 결코 부정하지 않고 있다.
"제조개념"이 없는 명실공히한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참여한 이들 양대그룹이 소니뮤직 과 "폴리그램" 등과 같은 유력 음반사로 새로이 창출될 수 있을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 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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