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T(브라운관)업계의 CDT(모니터용 컬러브라운관) 총괄임원들이 요즘들어 자리를 자주 비운다.
몇 주가 멀다하고 계속되는 해외출장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연초인사방문이 고작이었으나 올해들어서는 연중무휴다.
임원들의해외나들이는 그동안 고정고객방문을 위한 것이 주류를 이뤘으나최근들어서는 상담만들어와도 곧장 출국하기 일쑤지만 혹 성과는 별로 없다.
CDT담당임원들을 더욱 곤욕스럽게 하는 것은 툭하면 가격인하를 들먹거리는바이어들의 압력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문제다.
생산라인쪽의 요구도 요구지만 수출부진에 따른 매출계획수정도 임원들을 당혹스럽게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없어 못팔던 CDT가 이제는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만들기가무섭게 팔려나가던 14인치 CDT의 호황시절이 완전 마감된 것이다.
CDT 담당임원이 수출부진으로 애를 태우는 반면 CPT(TV용 컬러브라운관)수출 담당임원들은 요즘 느긋하다.
20, 21인치 제품의 경우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다.
연말까지의수출스케줄이 마감된 지 오래다.
이미10개월가까이 계속되는 품귀현상으로 가격 또한 계속 오르고 있다.
많은바이어들이 물량만 확보해주면 가격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오더가 30%이상 넘쳐 주문을 정중히 거절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CDT는남아돌고 CPT는 물건이 없는 극단적인 판매추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컬러브라운관업계의 양극화현상은 품목별로 그 원인이 다르다.
우선CDT수출격감은 업계의 잇따른 증설이 가장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물론 국내 업체만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도시바.히타치.대만의 중화영관을 비롯해 국내 삼성전관.금성사.오리 온전기 등 세계 주요 업체들은 90년대들어 모니터시장의 초호황세를 겨냥, CDT라인증설에 경쟁적으로 착수한 바 있다.
국내 또한 무더기로 CDT라인을 설치했고 14인치 CPT라인의 CDT전환도 붐을이뤘다. 이 때문에 CDT공급과잉은 이미 지난해 예견됐다.
이결과 세계 CDT수요가 연간 4천만개에 불과한 데 반해 업계의 지난해 연 생산능력은 4천4백만개를 육박하기에 이른 것.
이 가운데 가장 치열한 분야는 국내 업계의 주력 제품군인 14인치다.
연간2천6백만개규모에 불과한 14인치 CDT시장은 2백50만개가량이 남아돌고있는 실정이다.
15,17인치 또한 5백만개에서 1백만개정도가 공급과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올해 중반부터 CDT시장은 공급과잉으로 급반전되면서 국내 업계에 타격 을 입히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업계는 하반기들어 CDT수출물량이 35% 가까이 줄어 들었고 절반수준 으로 떨어진 업체도 있다.
지난해까지 높은 마진폭으로 브라운관업계의 최대 살림꾼이었던 CDT는 이제 천덕꾸러기로 전락해있다.
재고 또한 월 10만~20만대씩 쌓여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가격은끝없이 하락, 지난해 개당 1백달러를 훨씬 넘었던 14인치 CDT의 경우90달러선을 지나 최근 8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반면 CPT품귀현상은 컬러 TV시장의 초호황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유리벌브 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초부터 벌브가 모자라기 시작한 CPT의 경우 세계적 유리벌브 공급 부족현상으로 인한 가수요까지 겹쳐 최근 주문이 생산량의 30%를 초과하고 있을 정도이다.
20, 21인치의 경우 생산능력보다 50%나 많은 주문을 받는 업체도 있다.
품귀현상이장기화되자 20, 21인치 CPT가격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60달러대에서 최근 70달러, 연말에는 80달러대가 유력시되고 있다.
결국브라운관, 유리벌브에 대한 빗나간 예측으로 인해 업계는 엄청난 피해 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니터시장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유리벌브수급 또한 내년 하반기에나 풀릴 것으로 밝혀져 CDT, CPT양극화현상은 내년 후반기나 돼야 해소될 전망 이다. 이번 기현상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컬러브라운관의 수요예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해설박스) <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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