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화낙 "15년 아성" 흔들린다

CNC공작기계가 자동차업체들을 중심으로 본격 도입된 이후 CNC장치 부문에서15년여동안 난공불락의 자리를 지켜온 화낙의 아성이 점차, 그러나 뚜렷하게흔들리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화낙 1사지배체제로 대표됐던 국내CNC장치시장에 춘추전국시대까지는 아닐지라도 경쟁양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한국산전과세일중공업이 저가형 국산컨트롤러를 배경으로 시장공략을 본격 화했던 91년 당시에도 경쟁체제도래라는 섣부른 전망이 일부 나오기는 했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그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7월말을기준으로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만도 자그만치 6개사에 달한다. 화낙이 합작형태로 맨먼저 진출한 이후 세일중공업.한국산전.금성 계전이 국산모델을 바탕으로 참여했고 올해에는 독일의 지멘스와 기술제휴한 현대정공 , 32비트급 3축CNC장치를 독자기술로 선보인 삼성전자가 이에 새로 가세했다 참여업체수의 증가만 보고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나 "경쟁체제로의 전환" 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CNC장치업계스스로 현재를 경쟁구도라고 평하는 것은 참여업체들이 나름대로 확실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시바모델의 32비트급 CNC장치 "시스템 200/380"모델을 선보인 한국 산전은 대우중공업이란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고 세일중공업은 자사공작기계 모델과 일부중소전문업체 그리고 연간 6백여대이상의 수요를 보이고 있는 교육용CNC장치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다.

일야스카와사와보급형모델에 대해 기술제휴를 맺고 야심만만하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금성계전은 독자모델인 "스타메릭"시리즈로는 중소 전문업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새로 출시중인 "골드스타-야스낙"모델로는 주요공작기계생산업체들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더욱이금성계전은 야스낙모델을 줄곧 사용해줬던 기아기공이란 든든한 물주 (?)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91년부터독자적인 시장공략에 나섰으나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지멘 스역시 올해는 달라졌다.

현대정공에최신모델인 "840-D"기종을 기술이전하고 수출용 공작 기계에는 840-C모델을 공급키로 해 가장 든든한 배경을 잡았다.

기술력에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현대정공이 내수용 공작기계류에 자체 CNC장치모델을 장착한다면 양상은 확연히 달라진다.

현대정공의1년 CNC공작기계판매대수가 국내생산분의 20%수준인 1천5백여대 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상반기를 기준으로 금성계전, 세일중공업, 한국산전, 지멘스의 국내 공급물량은 2축간이형 CNC장치와 교육용을 포함해서 약 1백30억원,화낙은 1백 80억원을 약간 상회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화낙컨트롤러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60%이며 이것에현대정공의 마작컨트롤러를 덧붙이고 계산한다면 화낙의 시장점유율은 더 떨어진다. 화낙이 80년대후반에는 거의 1백%를, 91년에는 70%를 웃도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격세지감이 든다.

올해32비트급 3축CNC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다크호스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개발모델의 신뢰성을 완벽히 인정받고 삼성중공업과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내머시닝센터업계에 성공적으로 접근한다면 관련시장의 파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탄탄한기술력으로 초기시장부터 강력하게 시장을 선점, 세계제일의 CNC장치 업체로 손꼽혔던 화낙이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CNC장치시장이경쟁구도라는 새로운 판도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엔화 강세와 공작기계업계의 경쟁치열이라는 91년이후에 나타난 두가지 변수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91년이후현대정공과 삼성중공업이란 두 공룡이 시장참여를 선언하자 주요생산업체들이 제품 또는 가격차별화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욱이91년 이후 3년간이나 흔들림없이 지속돼왔던 엔화강세는 공작기계 업계에 원가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이런상황에서 국내수요업체의 뿌리깊은 화낙선호도는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일례로 대우중공업은 올해 충분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값싸고 서비스가 제대 로 지원된다면 어떤 컨트롤러이든 상관않겠다는 입장을 지난 5월의 서울국제 공작기계전에서 명백히 밝혔다.

이같은상황은 역으로 공작기계원가의 30%를 차지하는 CNC장치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는 공작기계업체가 있다면 그 회사는 경쟁력저하를 각오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은연중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국내CNC장치시장의 흐름에 대해 화낙은 결국 전체공급량의 90%를 차지하는 주력기종 "O시리즈"의 국내생산단행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화낙이 선택한 국내생산개시라는 대응책이 어떤 결과로 나타 날지는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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