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2일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라피드 경기장에서 94 루마니아 프로리그 1, 2위팀 간의 첫경기를 시작으로 루마니아 6개팀이 4일간의 토너먼 트방식의 열전에 들어갔다.
이번 행사는 루마니아 국내 상위랭크팀의 축구경기란 점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이 축구경기가 삼성전자가 주최하는 "SAMSUNG CUP" 이라는점이다. 삼성전자의 이름을 내건 축구대회를 개최, 삼성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높이려는 광고전략이 그 뒤에 숨어 있었다.
삼성 전자는 루마니아가 94월드컵축구대회에서 미국.콜롬비아 등과 1조에 편성돼 어느대회보다 16강진출이 확실시되고 2천3백만 인구의 루마니아에 축구 열풍이 일고 있다는 점을 중시, 향후 5년간 "삼성컵 축구대회"를 전격적으로 개최키로 했던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루마니아의 삼성컵축구대회가 히트쳤다고 평가했다. 첫대회 에 내놓은 10만달러의 경기운영비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는 축구경기가 열리는 동안 현지 신문과 TV에 "우승팀 알아맞추기" 퀴즈게임 을 비롯, 전국 25개도시에 경기안내포스터를 부착하고 관람객을 대상으로 종이모자제공.경품추첨행사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개최하면서 삼성의 이미지 제고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루마니아가 미국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면서 삼성 컵축구대회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브랜드 알리기" 전략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가전업체들에 있어 중요한 경영전략이 되어버렸다. 현지생산 위주의 소극적인 국제화 전략으로는 국산제품에 대한 브랜드이미지를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 창출을 통한 마케팅활동이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이제 해외생산거점 구축보다는 고객확보가 가전업체의 국제화에 절대 과제가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가전업체들은 갖가지 이벤트를 내건 판촉행사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컵 축구대회 개최도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삼성 전자뿐 만 아니라 금성사.대우전자의 브랜드이미지제고를 통한 국제화 전략도 만만치 않다.
금성사가 지난 6월중순 북경에서 개최된 무역박람회참여를 계기로 전국 9개 도시를 대상으로 순회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나 대우전자가 세계각국에 옥외 광고판을 잇달아 설치하는 것도 브랜드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활동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 국내 가전업계의 국제화수준은 어느 정도 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지 않다. 산업별 특성이 다르고 업체마다 수준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가전업계의 국제화는 호황을 누리던 86년이후 급진전되기 시작, 이제는 꽤 고도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일반적인 패턴으로 기업의 국제화과정은 5단계로 진화된다. 1단계는 수출, 2단계는 해외판매망의 설치, 3단계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4단계는 경영자 원의 해외이전, 그리고 최종단계인 5단계는 경영자원 배분의 최적화로 나눌수 있다.
이같은 기준에서 가전업계의 전반적인 국제화과정은 3단계에 머물러 있고 일부 가전업체들은 4단계에 들어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해외지사를 개설하고 공장과 판매법인 몇개만 두면 글로 벌경영을 추진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가전3사를 중심으로 현지생산규모의 거대화, 현지 연구소의 대폭 강화, 디자인센터의 설립,현 지주재원의 현지인화, 지역별 본부체제 구축 등 국제화 추진이 새로운 양상 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의 가전업체 국제화 추진과정을 보자. 도시바등 일본의 가전업체들도 80 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품의 설계.디자인을 일본 본사에서만 수행했으나 80 년대말부터 현지회사에 본사기능을 부가, 현지지사로 하여금 제품의 설계.디자인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즉 해외 판매거점을 통해 수출활동을 전개하던 시대에서 생산거점은 물론 연구개발 더 나아가 현지공장자체가 본사기능까지 포함하는 명실상부한 글로 벌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도시바의 경우 현지생산 공장만 해도 50개 이상이 되고 판매법인은 1백개를 넘는다. 디자인센터를 포함한 현지 연구소도 지역별로 10개에 이르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가전업계의 국제화는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라 할 수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 가전3사가 일본 못지 않는 국제화를 발빠르게 추진 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가전3사는 세계각지에 이미 30개가 넘는 현지생산공장을 확보, 한국의 대표 적인 "국제화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세계 웬 만한 나라에 가면 이들3사의 국제화를 위한 "힘겨루기 장면"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를 보자. 이회사는 전세계를 지역별로 나눠 업무를 종합관리 하는 지역별 총괄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역별 업무를 보면 *미주총괄본부는 연구.생산.판매.서비스.물류업무를 종합관리하고 *구주지역본부는 연구.생산.판매.서비스 *동남아지역본부는 생산. 서비스.판매 *일본본부는 연구.디자인.판매.서비스.물류 *중국 본부는 생산.판매.서비스체제를 각각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가전제품 생산공장은 모두 15개이다. 태국의 컬러TV 공장을 비롯, 인도네시아 가전공장, 말레이지아 전자레인지공장, 중국의 오디오공장, 멕시코 컬러TV공장, 영국의 컬러TV공장, 스페인의 VCR공장, 헝가리의 컬러TV공장 , 터키의 컬러TV공장, 체코의 냉장고공장, 카자흐스탄의 냉장고 공장 등이다 삼성 전자는 다른 업체와 달리 공장신설에 연연하지 않는다. 중요한 거점에 설 만한 공장이 다 섰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앞으론 현지공장의 증설과 체질강화로 국제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계획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들어 멕시코의 컬러TV공장을 연간 1백20만대생 산규모로 확장하는 것을 비롯, 말레이지아 전자레인지공장(1백만대), 중국의 VCR공장(50만대), 영국의 컬러TV공장(50만대), 체코의 냉장고공장 (60만대), 인도네시아의 오디오공장(50만대)등은 50만대 이상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해외판매망은 지역별 18개의 판매법인과 37개의 지역대리점을 합쳐 55개에 이른다. 여기에다 전세계 70개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면서 생산-판매 -서비스에 대한 경영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국제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시장개척전략을 종래 그냥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는 방법에서 벗어나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으로바꿔가고 있다. 현지생산판매제품은 현지인의 취향에 맞도록 현지에서 개발 한다는 전략아래 92년 독일, 93년 도쿄에 이어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디자인연구소 SDA 를 개설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금성사의 국제화 수준도 삼성에 못지 않다. 외형적인면에서 해외공장은 14개 이고 판매법인은 미국(GSUS), 파나마(GSPS), 캐나다(GSC), 영국(GSUK), 태국 (GS-T), 홍콩(GSHK), 필리핀(GS-P)등 13개에 이른다. 아랍에미레이트에는 별도의 해외서비스전문법인(GSME)이 설립되어 있다.
금성사의 국제화전략에 특이한 것은 세계최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성사는 지난3월말 중국의 호남서광전자집단과 상해록음기재등과 각각 컬러TV브라운관 및 VCR공장 을 설립키로 했으며 중국컬러TV 생산업체인 목란전자와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금성사가 운영하고 있는 해외연구소는 연구법인 2곳과 3개의 연구소를 합쳐5개이다. 미국새너제이에 위치한 GS새너제이는 하이미디어관련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일본도쿄의 GSTL은 제품의 설계디자인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 보름스의 GSEL, 미국 시카고의 GSNAL, 아일랜드 더블린의 GSDT 등도 지역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개발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다하고있다. 대우 전자는 지난해부터 세계화전략을 내걸고 해외생산기지건설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현재 12개공장중 7개공장이 93년이후 설립됐다. 14개의 판매법인 중 10개이상이 올들어 오픈될 정도로 국제화에 대한 대우전자의 열의는 대단 하다. 현재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투자국 물색작업을 계속하면서 캐나다.페루 .동구권지역에의 투자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가 현재 의욕을 갖고 추진중인 공장은 멕시코의 세탁기공장이다. 그동안의 해외생산제품이 컬러TV.VCR이었다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멕시코 의 세탁기공장은 대우전자의 말을 빌리면 멕시코의 노동력과 한국의 앞선 기술이 결합, 중남미시장을 겨냥한 "기술대우"의 저력을 과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업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우 전자는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시장개척을 위해 1천5백만달러를 투입, 연간 10만대 규모의 냉장고공장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AV 위주의 해외생산에서 백색가전제품의 생산공장건설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가전3사 이외에 국제화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업체들은 오디오업체들 이다 아직은 인켈정도가 영국에 현지공장을 갖추고 있는 게 고작이며 대부분의 업체들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인켈 등을 비롯, 아남전자.태광산업.롯데전자 등이 중국현지공장설립 을 위해 현재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업체의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국제화의 진전은 아직 걸음마단계에 그치고 있다. 국제화라는 단어를 쓰기도 초라할 정도이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가전업체의 국제화추진에 대해 설명한다. 가전 업체들의 국제화추진은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하고어려운 기업여건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상승과 선진국의 보호무역강화 등으로 우리기업이 성장을 지속 하기 위해서라도 국제화는 필수적이다. 특히 국내생산비의 증가등 국내 투자 여건이 어려워진 반면 해외에서는 자국산업발전과 고용증대를 위해 좋은 조건으로 단독 또는 합작투자를 요청해 오고 있어 우리나라 가전업체의 해외진 출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전문가의 이같은 지적대로라면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의 국제화는 무역 규제회 피등 외부적인 여건에 의해 소극적으로 추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제화 전략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가전 업계의 국제화를 주도하고 있는 가전3사를 비롯, 가전 업체들은 현재 갖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외국과의 경쟁우위에서 뒤지고 있는 게 실질적인 예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들여다 스크루드라이브 방식의 단순조립생산에 연연해온 결과 제품의 개발능력이나 브랜드이미지가 낙후되었다. 이로 인해 현지공장의 채산성마저 크게 악화돼 해외현지공장치고 이익을 남기는공장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S사의 인도네시아, 중국공장의 경우 연간 1백억원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독일.영국의 판매법인들까지 이와 비슷한 손해를 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의 견제와 중국등 동남아시아 추격으로 독점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 가전업계의 국제화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가전3사의 국제화추진은 대세여서 해를 거듭할수록 내실화되면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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