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산의 메카인 미국 디트로이트시에 정보통신기술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디트로이트근교 랜싱지역에 자리잡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 모터스 GM 의 자동차 엔진 공장 "델타 엔진 플랜트".
생산라인자체만 보면 국내 자동차 생산라인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특별나게 더 자동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없다.
하지만 이곳이 89년 이후 일본 업체에 짓눌려온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앞선정보통신기술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회생의 용트림 을 하고 있는 현장이다.
GM의자동차들이 사용하는 엔진을 생산하는 이곳은 어떤 컴퓨터 업체 보다도 강력한 전산시스팀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전체적인 정보통신시스팀을 운영, 관리하는 스콧 R 허친스 전산실 장은 "GM이 다른 부서들과 연결된 강력한 정보통신시스팀을 구축, 회사 전체 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제품의 개발 및 생산효율을 극대화 하고있다 고 말한다.
이른바"빅3"라고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대 메이커가 철저한 경영혁신을 통해 자동차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 하고있는 밑바탕에는 대부분 정보 시스팀의 활용이라는 측면이 깔려 있다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최근들어오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신은 "지난해 빅3가 모두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는 소식을 "90년대 중반부터는 다시 북미지역의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전하고 있다.
올해1.4분기 역시 빅3의 호황 국면은 이어지고 있다. 각사가 평균 10억 달러에 가까운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한동안 미국내 시장점유율마저 일본업체들에게 내주는 치욕을 당했던 미국 자동차산업이 재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진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물론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 과 분석이 필요하다.
외형적으로는빅3의 처절한 감량정책, 자동차 노조의 협조적 자세, 그리고 미국내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분위기 등을 가장 기본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조금만 더 유심히 빅3의 변신과정을 추적해 보면 빅3가 변신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 이른바 시스팀통합(SI)이라고 통칭되는 정보통신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유행처럼 번졌던 "기업 리엔지니어링" 역시 정보기술 적용의 한 유형이 라고 볼 수 있다.
세계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GM의 성공담은 컴퓨터 기술과 정보처리 기술이 제조업체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모범적인 사례다.
GM은일단 독립적 자회사의 형태로 거느리고 있는 세계최대의 SI 업체인 EDS (Electronic Data System)사의 정보기술력을 이용해 기업 전체의 리엔지니어링을 시도, 적자의 늪을 벗어난 경우다.
이때최종 목표로 설정한 슬로건이 "21세기에 가장 훌륭한 자동차 회사를 만드는 것". 이러한 목표를 위해 *제품개발에서 출시까지의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fast to market)과 *정보통신시스팀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등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됐다.
자동차신모델 하나를 개발 하기 위한 과정은 크게 엔지니어링-디자인-생산( Manufacturing)등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서 GM 자동차 생산 과정의첫번째 문제점이 발견됐다.
그것은다름 아닌 각각의 과정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생산 등의 부서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개별적인 프로세스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똑같은 과정을 불필요하게 여러 번 반복하는 비효율이 누적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한 것이 바로 전산화를 통한 각 부서간의 정보공유라고 할 수 있다.
각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형태(data forms) 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통일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여기에 GM의 각 임직원들을 새로운 정 보시스팀에 적응시키는 교육훈련까지 정보시스팀 통합업체인 EDS와 공동으로 진행시켰다. 결과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신모델의 개념(concept)이 설정된 시점부터 실제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시점까지의 시간을 30개월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80년대 말 미국 평균이 62개월, GM의 경우는 무려 65개월이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무려 32~35개월이 단축된 엄청난 효과를 얻은 셈이다. 당시 미국 소 형차 시장을 석권하던 일본차가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3 개월이었고, 도요타 자동차가 24개월을 목표로 했다가 36개월만에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을 정도로 GM의 시간 단축은 대단한 일이었다.
GM이 EDS와 벌인 이러한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작업에 동원된 기술은 소위 C4라고 하는 컴퓨터와 정보처리기술이다.
C4란 *컴퓨터 지원 설계(CAD) *컴퓨터 지원 생산(CAM) *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 CAE 그리고 *컴퓨터 지원 테스트(CAT)를 통칭하는 용어.
디자인.생산.엔지니어링.교육훈련.제품성능테스트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하나의 전산 시스팀으로 통합시켜 모든 단계에 있는 직원들이 공통의 정보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없앨 수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와통신기술, 즉 정보통신기술의 지원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작업이 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와관련, GM의 경영층에서도 시스팀통합(SI)업체인 EDS의 역할이 컸다는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EDS의정보기술은 미국자동차가 가진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인 자동차 유통구조에도 혁신을 불어넣었다.
미국에서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격은 같은 자동차라고 해도 지역별. 딜러별 로 천차만별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메이커가 유통까지 장악하는 우리 나라와 는 달리 딜러 중심의 유통구조이기 때문이다.
GM과EDS는 이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사용된 기술 역시 컴퓨터와 통신 등 정보기술이다.
델타엔진공장과 같은 랜싱지역에 위치한 GM의 올스모빌 부문 소비자지원 센터 Oldsmobile Customer Assistance Center)는 전국의 GM 소비자들로부터 들어오는 서비스 요청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곳이다.
이곳은전국의 딜러들과 거미줄 같은 통신망으로 연결돼 딜러들의 자동차 출고와 서비스 요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의전산시스팀이 자랑하는 것은 문서처리시스팀. 고객이 서명한 자동차 구매계약서를 스캐닝해 바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고객 개개인에 관련된 데이터베이스의 기본자료로 활용한다.
A라는고객이 서비스 요청을 해왔을 경우, 처음 구매시절부터 현재까지 자동 차에 관한 모든 이력을 DB로 보관, 더욱 신속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올스모빌서비스센터를 운용하는 EDS의 체릴 듀얼 전산실장은 "이런 종합적 인 서비스 전산망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측면 이외에도 생산 공장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고객에게 가장 빠른 시간안에 제품을 인도할 수 있는 효과 도 거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GM의성공요인은 어느 한 부분만의 혁신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제품 구상에서부터 디자인-엔지니어링-생산-판매-AS에 이르는 총체적인 과정을 재분 석, 불필요한 과정을 합리화시키고 컴퓨터와 정보처리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는 대수술이 진행된 것이다.
미국자동차 업계의 이러한 정보기술도입은 하나의 조류인 것처럼 보인다.
빅3의하나인 크라이슬러사 역시 GM과 대단히 유사한 과정을 통해 회생에 성공하고 있다.
올해초 북미 자동차 쇼에서 처을 발표돼 "일제 자동차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크라이슬러의 "네온(NEON)"은 첨단 정보기술을 제품 개발에 응용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이자동차는 2천? 급이면서 일본의 어느 차종도 흉내낼 수 없는 8천9백75달 러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경쟁 차종인 일본 혼다의 시빅, 닛산의 센트라가 1만 달러 내외의 가격에 판매된다는 사실에서 네온의 경쟁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역시 네온의 개발 과정에 회사의 모든 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시스팀 구축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개발계획담당자뿐만 아니라 경리.영업 부문의 담당자들도 자체 전산 시스팀 을 통해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 비효율적인 중복 의사결정과정을 없앤 것이성공의 비결이었다는 분석이다.
세계자동차산업의 맹주임을 자부하면서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일본차에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던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여기에 자리잡고 있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는 미국이 자랑하는 앞선 정보통신기 술의 힘을 빌어 세계 최강의 자동차 왕국의 명예를 되찾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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