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지사업 표류의 배경과 전망

대기업들의 전지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기술의 부재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전자제품과 달리 흔히 생명있는 물체에 비유되는 전지는 화학분야의 기술을 중심으로한 고도의 복합기술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업계에선 전지사업의 성패 여부는 제조 노하우와 노와이에 달려 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음.양극물질과 전해질 등에 화학 물질을 이용하는 까닭에 설령 제조 과정을알고 있다 하더라도 양산 노하우가 없이는 안정된 품질의 전지를 만들 수 없으며 노와이가 없이는 전지내부의 화학반응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개발 및 생산과정의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하지 않고 외부에서 기술을 단순 제공 받는 것만으로는 전지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놓을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차전지사업을 추진해온 국내 대기업들은 그러나 자체 축적한 노하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단기간 내 양산이라는 목표달성에 급급, 별 성과없이 시행 착오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기초없이 집을 짓겠다는 무리한 발상이 낳은 결과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는국내 전지 전문인력의 부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실제대기업들은 전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력확보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전지산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탓에 이 분야를 전공한 인력을 찾기가 어려웠으며 결국 기존 전지업체의 일부 인력을 스카우트 하는데 그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의전지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사업성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은 초기에 최소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야하는데 실제 사업이 본궤도에 이를때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는2차 전지 사업에 참여한 대기업들의 수가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많다는것과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초기한 두 업체가 시장 참여를 결정할 당시만해도 2차전지 사업은 사업성면 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러나지금 처럼 너도 나도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판에선 얘기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삼성.금성.대우.현대그룹계열사가 제각각 2차전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그룹 물량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채산성 확보는 물론 경쟁력 확보마저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실제최근 사업을 포기한 금성마이크로닉스의 한 관계자는 "전지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혀 이같은 주장이 타당함을 뒷받침했다.

또지난해 포항제철이 프랑스의 샤프트사와 1천억원대 규모의 합작회사 설립 을 추진하다 포기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술과사업성외에도 2차전지 사업추진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애를 태우는 것은 양산설비의 도입.

2차전지가 반도체와 LCD 등에 이어 주목받는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최고의 기술과 설비를 갖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이 양산설비의 이전을극히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이같은 문제들에 봉착, 그동안 사업을 추진해온 대기업들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일단, 전자에서 전관으로 사업을 이전해 당분간 자체 기술 축적에 주력할 방침이고 대우는 기존 중소기업의 개발지원을 통한 협력을 진행 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금성마이크로닉스 등 일부 업체는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대기업들이 전지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자제품의소형.경량화 추세에서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가 전지의 개발 인데다 시장 잠재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경우 대부분의 유명 전자 업체들이 전지 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맥락에서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일단 사업화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늦추고 기술개발 과정을 통한 노하우 축적에 전념하되 수면하에서 외국과의 기술제휴 및 양산 설비 도입 등 필요한 준비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럭키금성의경우 금성마이크로닉스의 사업 포기와 별도로 계열사인 럭키금속 이 최근 외국업체와 제휴, 리튬 폴리머전지의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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