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뽀-홍콩전자산업

홍콩의 관문인 카이탁공항에는 "4분마다 비행기 1대가 뜨고 내린다" 는 말그 대로 세계인들의 왕래가 잦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카이탁공항을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게 즐비하게 널려있는 외국 유명전자업체들의 옥외광고탑이다. 홍콩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국제적인 도시임을 일깨워준다. 국제 적인 분위기와 함께 공항부근에 재개발이 한창이다. 지저분한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고있는 모습은 우리나라 서울의 재개발지역과 별로 다르지 않다.

구룡섬.홍콩 섬 등 4개의 큰섬으로 이루어진 홍콩은 서울보다 약간 넓은 1천70평방킬로미터의 작은 도시국가로 아시아관문이기도 하다. 인구가 6백50 만명에 불과하지만 국제적인 쇼핑도시이기도하다. 때문에 홍콩에선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같은 관광.쇼핑과 비즈니스 도시로 유명한 홍콩이 빠른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ADB를비롯한 홍콩정청등 각 기관들은 올해 4.8~5.5%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콩무역발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홍콩의 수출은 전년대비 18% 증가한 1천5백84억달러(홍콩달러), 수입은 19% 가량증가한 1천6백5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홍콩 경제는 중국경제의 호조와 내수회복에 힘입어 5%내외의 성장을 이룬 것으로추정되고 있다.

"중국이기침을 하면 홍콩 경제가 감기 걸린다"는 말처럼 홍콩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높다. 지난해 홍콩의 국별 수출비중을 보면 중국이 전체의 32.3%를 차지, 가장 높고 다음은 미국 23%, 독일 5.2%, 일본 5.1%순 이다. 수입비중도 중국이 전체의 36.2%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일본 18.2%, 대만 8.8%순이다.

홍콩의제조업은 주로 중소규모의 공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동화와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중국 이전으로 업체당 고용인력이 85년 평균 18명에서 92년에 는 14명으로 줄었다. 90년까지만 해도 이같은 산업이 홍콩을 이끌어 왔으며특히 전자산업은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50년대말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입, 라디오를 조립하면서 시작된 홍콩 전자 산업은 60년대말 미국 전자업체들이 다이오드등 부품 생산을 위해 직접 투자 하면서 본격화됐다. 70년대들어서는 유행상품이던 전자시계, 계산기, TV게임 등으로 발전기반을 굳혔다. 한마디로 전자 손목시계와 탁상시계가 홍콩 전자 산업의 성장에 큰 공헌을 한 것이다.

홍콩의전자업체수도 60년 4개에서 70년에 2백30개로 연평균 50%이상 신장 했다. 또 85년 1천3백4개, 89년 2천9개를 정점으로 다시 줄어들기 시작, 92 년 1천4백46개에 이르고있다. 전자산업계 종사인력도 88년 10만9천6백77명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 92년에 6만6백53명이었으나 업체당 평균 고용 인원 은 제조업평균수준인 14명보다 많은 42명에 달한다.

홍콩의전자산업 총생산액은 81년 2백33억4천1백만달러에서 88년 6백53억2천 7백만달러로 신장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하락하기 시작, 91년 5백54억8천7백 만달러에 이르고있다. 이중 컴퓨터관련기기의 생산액은 1백98억5천9백만달러 로 전체 전자산업의 35.8%에 달한다. 또 전자시계는 1백33억9천9백만 달러( 24.1%), 전자부품은 1백9억7백만달러(19.7%)에 이른다. TV수상기와 방송장비가 33억4천만달러(6%), 오디오및 녹음기관련기기가 15억7천5백만달러 (2.

8%)등이다.80년대 이전만해도 전자산업의 생산성은 제조업 평균생산성에도 못미쳤으나80년이후부터는 비약적으로 증가, 제조업의 평균 생산을 뛰어넘었다. 그만큼 홍콩에 있어 전자 산업은 제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홍콩 제조업의 1인당 생산액은 81년 3만6천달러에서 91년 14만2천달러에 그친데 반해 전자업체들의 1인당 생산부가가치는 81년 2만9천달러에서 91년에 18만 5천달러로 연평균 20.4% 성장했다.

홍콩전자산업은 시장 규모가 협소한 특성 때문에 수출을 통해 성장해 오고있다. 80년 1백34억1천7백만달러에서 92년 6백2억9천1백만달러로 급속도로 증가했다. 주요국별 수출액을 보면 92년기준으로 미국이 전체 수출의 25.3% 인 1백52억3천7백만달러, 중국이 24%인 1백44억4천9백만달러였다.

이제홍콩의 전자 산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홍콩의 기반산업을 이루었던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중국 이전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첨단 기술집약적인 컴퓨터.통신분야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부 터 13일까지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컴퓨터쇼에서 HKPC(Hong Kong Productivity Council)의장인 S K 찬씨는 "컴퓨터기술은 노동집약적인 산업 에서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환기를맞고 있는 홍콩전자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 에서 홍콩은 시장 그자체로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홍콩지부의 송창의씨는 "홍콩 시장은 동남아 전자부품 시장의 유통센터를 맡고 있다"며 "이 시장에 대한 국내 중소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홍콩사무소 안경환부소장도 "홍콩시장은 중국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 말했다.안부소장은 또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광동성 등 남부지역을 진출하는데 있어서 홍콩을 통하지 않고서는 효율적인 진출이 어렵다" 고 들려준다.따라서 홍콩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서는 세계에 마지막 남은 시장인 중국시장을 개척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홍콩이 오는 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대두됐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홍콩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현재 홍콩 행정부의 고위직들이 중국인들로 교체되면서 홍콩 행정도 중국 스타 일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여전히 자본주의 시장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는게 현지인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중국이 개방정책을 구사 하면서 홍콩은 중국의 대외창구로 존재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외국굴지의 전자업체들이 홍콩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홍콩시장은 "세계 전자제품의 집합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 시장 을 선점하지 못하면 중국시장까지 진출하는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각국의 전자업체들이 이 시장에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대한무역진흥공사 홍콩무역관의 이종일관장은 "한마디로 홍콩은 테스트 마킷시장 이라며 "홍콩시장을 선점하면 중국을 비롯 동남아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홍콩전자시장의 내수 규모는 얼마 안된다. 현지업계 한 관계자의 말은 이를잘 증명해준다. "홍콩의 TV시장중 내수는 연간 20만대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홍콩을 경유해서 중국시장으로 흘러간 것까지 포함하면 연간 6백만대를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홍콩의 지난해 주요 가전 제품 수입규모를 보면 컬러TV는 7백82만대, VCR는 3백12만6천대, 에어컨 70만대, 냉장고 29만5천대, 세탁기 23만9천대, 전자레인지 91만8천대등이다. 이중 제3국으로 재수출되고 있는 규모를 보면 컬러T V가 6백1만1천대, VCR가 1백19만3천대, 에어컨 18만9천대, 냉장고 9만9천대 , 세탁기 4만5천대, 전자레인지 71만1천대에 달한다. 컬러TV와 VCR는 수입과 동시에 거의 제3국으로 수출되는 것이다. 홍콩이 국제교역의 중심지임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문제는 이들 제품이 대부분 일본이나 대만과 싱가포르에 포진한 일본 업체가 생산한 것이라는 데 있다. 한마디로 우리 나라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 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업체들의 활동상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 등 우리나라 주요 전자업체들이 모두 홍콩에 진출해 있으나 일본을 비롯 세계 주요전자업체들과의 브랜드싸움에서 밀려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우리 업체들은 가격면에서도 중간을 차지하고 있어 홍콩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고가에서는 일본및 미국업체들에 밀리고 저가에서는 중국산에 밀려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이다.

현지한 전자제품판매상은 "홍콩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입 하고있다 며 "한국제품들은 가격이 어정쩡해서 전혀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을 얻지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컴퓨터쇼에서도 이같은 한국업체들의 현주소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컴퓨터쇼에서 볼 수 있었던 한국제품은 현지업체가 선보인 금성사의 컴퓨터 뿐이었다. 대만의 14개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참가한 것에 비하면 국내 업체들은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

홍콩에서 금성사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인 선텍사의 반위웅영업이사는 "홍콩 컴퓨터시장은 486DX-II기종을 중심으로 활황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고 "한 국제품은 대만 및 홍콩 조립제품에 비해 성능.질면에서 좋으나 IBM.AST.올리 베티와 일본 NEC제품에 밀려 월평균 30~50대가량 판매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이사는 특히 한국업체들이 홍콩시장을 개척하는데 지원이 전무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재 AST가 개런티를 3년간 보장해 주고 있으나 금성은 1년밖에 안된다"고 말하고 "특히 마더보드등 핵심부품의 불량이 발생하면 서비스를 받기위해 한국까지 가야한다"고 불평했다. 또한 자사 직원들이 서비스교육을 금성사에서 한번도 받아 본적이 없다고 밝혀 충격적이 기까지 했다.

우리업체들이 홍콩시장을 뚫기위해 기존 유명 브랜드업체들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판매가 소량이기 때문에 전혀 신경을 쓰지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브랜드에도 밀리고 서비스도 부족한 한국제품이 일본업체와 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따라서 한국제품의 판매를 높이기 위해선 우리 업체들의 적극적인 서비스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현지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우리업체가 열악한 홍콩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규모를 단행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홍콩현지판매법인이 그것이다 . 이 회사는 미국에서 쓰고 있는 광고비보다 배나 많은 1천만달러를 올해 광고비로 투자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홍콩유한공사의 한국현사장은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기위해선 일본업체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면서 그일환으로 TV-OK 를 내놓고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판촉 전략은 중국시장 개척을 위한 디딤돌이라는게 한사장의 말이다.

홍콩시장의잠재력은 엄청나다. 중국과 동남아지역의 시장을 흡수할 수 있기때문이다. 우리업체들도 이제 홍콩시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하고 이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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