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성패

지난 3월말 정부는 모든 언론을 통하여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커다란 정책 하나를 발표했다. 금년부터 2015년까지 44조여원을 투입해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이사업은 연평균 2조원이 넘는 돈을 정보통신 부문에 투자해서 산업 경쟁력 및 기술개발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함은 물론 이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공공 및 민간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런데이렇듯 어마어마한 정책임에도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않은 것 같다. 그것은 이 사업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세간의 뉴스가 아닐 뿐 아니라 그 내용이 전문기술적 사항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다수의국민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선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란 대용량의 고속 통신망과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정보들이 교환되는 "정보고속도로"를 의미한다. 어떠한 형태의 정보라도 이 망을 통해 전달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제까지 일방적으로만 전달되던 영화나 방송도 고객들이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보는 완전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TV와 전화. 컴퓨터 등의 기기 및 산업 간의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이러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직관적인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적 사건들과 비교해 보자.

우선통신사상의 의미를 살펴보면 1884년 김옥균이 우정국을 세운 것은 근대 적 통신제도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백년 뒤인 1980년대에 들어와 전화 보급 률이 1천만대를 넘어서면서 비록 음성통신에 국한되기는 했으나 모든 국민들 이 전기통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가 가능해짐으로써 우리나라의 통신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이제초고속 정보통신망은 누구나, 모든 형태의 정보를, 어디에서나 주고 받을 수 있는 완전한 "보편적 서비스"를 가능케 함으로써 또다시 통신 역사에 신기원을 이룩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자. 1970년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국토 의 대동맥을 구축함으로써 조국근대화의 기반을 이룬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 된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정보의 고속도로를 구축함으로써 21세기 조국선 진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이렇게 크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져다 줄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중 굵직한 것만 추려보더라도 우선 미래의 최대 기간산업이 될 정보통신산업에 막대한 새로운 시장 기회와 고용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대용량의 정보를 저렴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 으로 써 이를 필요로 하는 산업전반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또한초고속 정보통신망은 이제 막 시작되는 신기술 분야에서 국제적인 협력 을 통한 세계최고수준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가 21세기의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며, 첨단 정보통신기 술을 바탕으로 논스톱행정서비스나 재택근무, 원격교육 및 의료 등 전혀 새로운 차원의 공공 및 민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밖에도 사회의 모든 면에 걸쳐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부문은 없다. 따라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성패는 21세기 국가의 위상을 가름짓는 잣대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EU 등 선진 국들이 앞다투어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재원을 투자 하며 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은 이렇듯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 사업이 기에 이를 어느 한 부처의 사업으로 국한시킬 수 없다. 모든 정부 부처들이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 힘을 모아야 된다.

이제까지는 부처간의 영역다툼이 잦아서 종종 할거주의를 연출해 냈던 것이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각 부처는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국가적 목적에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궁리하고 실천하는 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초고속 정보통신망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사업은 궁극적으로는 민간주도로 전개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하는 민간기업은 누구든 이 망을 통하여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계속 새로운 사업기회가 제공됨으로써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져야 한다. 이를위해 정부는 사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금융.세제 등 제도적 지원장치를 만들어줌으로써 민간의 서비스개발의욕을 고취시켜주어야 한다. 민간기업들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의미와 가능성을 빨리 포착하여 남보다 한 발 앞서 이와 관련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데 도전해야 한다.

이제가열화되어 가는 국제경쟁의 탁류 한가운데에 서게 된 우리에게 있어서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업의 추진은 피치못할 선택이 되었다. 남아 있는 선택 은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21세기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사업의 실패로 선진국에 뒤질 뿐 아니라 후발개도국들에게도 추월당하는 처지로 남게 되느냐의 두가지 뿐이다.

초고속정보 통신망의 성패는 그 누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국가구성원 모두가 깨닫고 각자의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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