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DEC, 경영 다시 악화

90년대 들어 계속되는 매출부진과 적자 누진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아왔던 미국 디지틀 이퀴프먼트사(DEC)에 또다시 경영위기가 몰아 닥치고 있다.

지난92년 10월 DEC의 창업자이자 35년간 경영을 맡아왔던 케네스 올슨 사장 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뒤를 이어 로버트 팔머 사장이 최고 경영자(CEO) 자리를 물려 받으면서 시작됐던 구조 개편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매출 부진과 적자 폭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DEC는지난 1월 1일로 마감된 올 회계연도 2.4분기 실적에서 다시 7천2백 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다시 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것.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현재 경영 책임을 맡고 있는 로버트 팔머 사장의 자리 또한 위태로운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이다.

지난92년, DEC의 경영 위기가 컴퓨터 업계의 전반적인 "다운사이징(소형 분산처리 환경)" 추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금 DEC가 직면하고 있는 경영난은 그간의 경비절감 및 구조개편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데서 기인한것으로 풀이된다.

DEC와 함께 중대형 컴퓨터 중심의 전략을 펼치다 함께 위기를 맞았던 IBM이 나름대로 재기의 발판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반해 DEC는 재빠른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케네스올슨의 뒤를 이은 로버트 팔머 사장은 지난 14개월간 나름대로 소신 을 가지고 획기적인 경영회복책을 추진해왔다.

그는우선 대대적으로 인원을 정리하고 경비절감에 나섰다. 경비 절감을 위해 관리자급을 포함 2만여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하고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

또한그는 1백40억달러 규모의 DEC를 과감하게 분리하는 분사화 정책을 폈다. 92년말 PC 사업 부문을 독립시키는 것은 물론 본사 조직을 9개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각 사업 부문별로 별도의 책임자를 선임, 사실상 독립성과 자율성 을 최대한 보장하는 형태를 취했던 것.

이는물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발맞춰 최대한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한다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DEC로 볼때는 오히려 역 효과를 내고 말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DEC의분리된 사업부문을 맡은 핵심 간부층들은 대부분 엔지니어링이나 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들로, 사업부문을 맡아 관리 운영하기에 는 판매나 조직 운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것.

또한DEC가 야심작으로 내놓았던 차세대 RISC(축소 명령어 세트 컴퓨팅) 칩및 그 시스팀 판매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DEC의 어려운 상황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이후 1대당 가격이 20만달러를 넘어서는 고성능 컴퓨터의 판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DEC 전체의 매출 부진을 가속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DEC에선 또다시 14개월 전과 마찬 가지로 경영자 교체의 소리가 조심스럽게 번져나오고 있다.

앞장서조직개편을 지휘해 나가는 팔머 사장의 위력이 약화되면서 전세계 판매 및 마키팅의 판매 부사장인 에드워드 E 루센트의 입지는 더욱 강력해지고있다. DEC 내부에서는 루센트 부사장이 조만간 사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최고 운영책임자 COO 로 선임될 것이며 팔머 사장의 후계자로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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