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SW 신자본"

7년 넘게 끌어오던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인 UR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국가의 보호를 받아오던 산업들이 이제는 온실바깥의 냉혹한 세파에 시달리면서 자립해야 할 무한경쟁시대로 들어섰다. 이 경쟁은 기술경쟁 이며 오늘날의기술경쟁은바로소프트웨어의경쟁이다.

경제의위기를 기술력으로 돌파 하여 슬기롭게 살아남은 국민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14세기 영국이 프랑드르지방에 양모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이 지방 기술자들이 원료를 찾아서 영국으로 이주한 것이 산업 혁명 의 뿌리가 되었다. 또한 불과 20년전 일본은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에너지 절약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여 단소경박제품의 생산기술을 확보하였다.

그러나최근 버블경제의 모순이 드러남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는 모든 제품, 공정 그리고 서비스까지 인텔리전트화에 총력을 집중 하고 있다. 즉 3D현상을 포함한 모든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소프트웨어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정보산업에서소프트웨어의 비중이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음은 92년도에 하드웨어의 골리앗인 IBM이 68억달러 적자를 낸 반면 소프트웨어의 다윗인 마이 크로소프트사가 6억2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우리나라는 오랜 유교사회의 영향으로 학문.지식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 그 가치를 무한한 것(invaluable)으로 인식, 값을 매기지 않는 아름 다운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이 정신이 오늘날에는 지적 생산물인 소프트 웨어까지 가격을 쳐주지 않는 (valueless) 상관습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육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관의 전도가 시급히 요구 되고있으며 이를 위해 먼저 새로운 시장메커니즘의 확립이 절실하다.

소프트웨어의가격을 별도로 인정하는 시장구조는 미국에서는 정보화 초기부 터 확립됐다.

이것은1969년 IBM이 독점금지법을 피할 목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하드웨어에서 분리해서 책정한 소위 언번들링(unbundling)방식을 취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난 4반세기 동안 소프트웨어의 자리매김이 분명해지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반이 확립되어 왔다.

일본은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여 금년초 "소프트웨어 신시대"라는 구호와 함께 시장메커니즘 정립작업에 착수하였다.

우리나라의소프트웨어 가치인정에 대해서 정부기관 등 발주자측이 소극적인 것은 원가산정이 어렵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투입인역수 계산에 의존해서는 소프트웨어의 품질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 할수 없다. 특히 소요되는 노동력의 수와 성과물의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 업무 분석. 시스팀기획.기본설계등 상유공정에서는 새로운 원가산정방식의 도입이 요구된다. 새방식 도입까지는 소프트웨어기술은 국가가 가장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분야이므로 다소 여유있게 계산되었더라도, 벤처 회사에 투자한 다는 자세로 믿고 인정해야 한다.

이른바지가는 상대적이므로 믿음을 근본으로 해야만 계산이 가능하다. 볼쇼 이 발레단의 A석이 20만원이라면 관객은 어떻게 원가계산을 할까? 우리는그들의 명성을 믿기 때문에 보기전에 미리 표를 사는 것이다.

최근에있었던 어떤 정부기관에서 발주한 소프트웨어개발업무 사례를 보자.

개발용역비는 처음에는 29억원이 적정한 수준으로 예상되었으나 발주자측은 예산 당국과 협의끝에 예산을 10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해서 예정가격을 9억원 으로 책정하였다.

결국8억9천만원에 수주한 회사는 29억원이 소요되는 개발범위의 용역을 30 %의 가격에 수행하므로 개발 성과품의 품질저하 및 업체의 적자누적이 예상 되고 있다. 그런데 예산당국이 소프트웨어 개발비로 10억원을 배정한 자체도 전례없이 파격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적자용역을수주한 회사는 이익 확보를 위해서 하드웨어 부문에서 보전을 시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회사내에서도 소프트웨어 부문은 적자부서로 인식 되어서 우수한 인재가 모여들지 않고 기술투자도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앞으로정보화의 추세가 시스팀통합.아웃소싱(out-sourcing)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통신 그리고 운영까지 일괄하여 발주하는 추세로 전환됨에 따라서 소프트웨어 가격분리의 시장메커니즘이 확립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의 제값 받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견된다.

정부에서는지난 89년에 제정한 소프트웨어개발비 산정기준에 대하여 금번에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급변하는 개발환경을 반영해 진일보하고 있으나 지속 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30년간 굳어온 관행인 하드웨어 중심의 상행위를 초월하여 소프트 웨어시장메커니즘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관련자 전원의 의식개혁과 대담한 제도적 조치에 의한 현행 방식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화.개방화의파고속에서 앞으로 닥칠 모든 문제해결의 핵심은 소프트 웨어기술에 있으며, 이제 소프트웨어는 국부에서 어떠한 생산요소보다 중요한 신자본으로서 기능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시스템공학연구소 소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