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보드를 생산하는 S사는 지난해 설계 및 시제품 제작까지 끝마친 통합보 드의 양산계획을 전면백지화했다.
최근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제품을 제작하는데 드는 부품원가가 대만산 수입 완제품보다도 무려 10%나 비싼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인건비, 조립비용, 고정비, 일정수준의 이윤, 대리점 마진 등을 포함 하면 소비자가격은 대만산보다 2배가량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고대만산 수입품이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체 개발한 칩세 트와 주문형반도체를 내장해 신뢰도면에서 한국산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것이 자체분석결과였다.
한마디로국산품은 가격 이나 품질면에서 모두 대만산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다.
최근국내 컴퓨터산업의 경쟁력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첨단기술력과 제품 가격, 마키팅능력 등 국내 컴퓨터 업계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점칠수 있는 관련지표들이 대부분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중대형기종은물론 PC와 주변기기. 소프트웨어 등 전분야에서 국내업체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첨단제품군은 거의 없다.
삼성의D램과 모니터를 제외한다면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각종 보드.보조 기억장치.입출력장치.통신장치 등 내수용 제품의 대부분을 수입품이 차지 하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일부품목들이 제값을 받고 팔리는 고급 제품 이거나 선진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춘 첨단제품인 것은 아니다. 싼 맛에 팔리는 경우가 휠씬 많다.
그러나기술력없이 싼 값에 팔리는 단순제품군은 향후 1~2년을 넘기지 못하고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업체들에게 시장주도권을 빼앗길 전망이다.
이들국가들은 품질이 아직 조잡하기는 하지만 평균임금이 한국의 10분의 1 고정비 부담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제품가격을 국산보다 20~30% 나 싸게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대만산 컬러모니터는 그동안 화질이 나빠 외면받았으나 최근 선진 국으로 부터 컬러CRT생산기술을 전수받아 15인치.17인치 등 고급형 모니터를 양산,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산화율이비교적 높은 보드업계는 대부분 자체인력으로 제품을 설계. 생산 하고 있다.
그러나최근 고성능 칩세트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고 칩생산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예 일정수량의 칩을 구입하면 제품설계도면과 구동소프트 웨어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어 기술력이 없는 기업들도 자체 개발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이경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부품을 대량구매해 자재비를 낮추거나 고정비 .인건비를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능을 칩 세트에서 제공 하기 때문에 기능을 특화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가격만 가지고 경쟁력을 확보 한다는 것은 현실감이 없다.
부품및 주변기기들의 제품경쟁력이 이정도이니 이를 조립한 PC 완제품의 경쟁력이 어떤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선삼성.삼보.금성 등 일부대기업들을 제외한다면 수출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해 내세울만한 브랜드가 거의 없다. 그나마 이들 업체의 제품도 현지에서3류제품대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인텔의 수백개 협력업체중 노른자위인 "레드커스터머(RedCu-stomer) " 로 등록된 한국기업은 아직 하나도 없다.
레드커스터머란세계 컴퓨터시장을 주도하는 IBM.컴팩.델 등 시스팀메이커와ATI. 웨스턴디지틀.쳉랩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로 구성된 인텔의 최상급 고객들로 제품 설계에서 양산까지 모든 정보를 함께 공유하면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 시제품단계에서 1~2개의 샘플을 제공받는 옐로 커스터머(Yellow Cus tomer)로 4~5개업체만이 등록돼 국제사회에서 기술신뢰도 및 시장중요도면에 서 모두 외면받고 있다.
국내컴퓨터산업의 현주소는 첨단기술력 부재, 비싼 가격, 마키팅능력 및 수출주도능력 부실 등으로 요약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처럼 경쟁력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첨단기술분야의 또 한축을 이루고 있는 정보통신쪽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국 통신(KT)의 통신설비를 이용해 국제전화나 전용회선사업을 추진 해온 데이콤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장거리전송로구축 1단계 사업을 최근 완료하고 올초부터 일부구간을 대상으로 자체 장거리전송로를 이용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데이콤이 구축한 장거리전송로에는 첨단정보통신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2.5G bps급 동기식 광전송장비(SONET)가 투입됐다. 소넷장비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통신기기 공급업체인 노던 텔리컴사 제품.
그러나데이콤이 노던 텔리컴사의 소넷 장비를 이용해 자체 전송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도 당시에는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국내 정보통신 기기업체들이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어렵게 개발한 5백65Mbps급 비동기식 광전 송장비가 있는데도 굳이 외국산 소넷장비를 사용하면서까지 동기식 광전송로 를 구축할 필요가 있느냐는게 업계 일부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
그렇지만 비록 외국제품이라 하더라도 세계적인 기술추세를 반영해 동기식 광전송장비를 사용할것인가 아니면 국내 통신업계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국 산비동기식 전송장비를 사용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적인 문제에 직면했던 데이콤으로서는 별고민 없이 외국업체장비인 동기식 광전송장비를 사용하기로결정했다. 국내 개발된 상용 소넷 제품이 없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서글픈 현실이었다. VAN사업자들이 구축 하고 있는 패킷교환망에는 1백% 외국산장비가 설치되어있다. 올해부터 국내VAN시장이 외국업체에 개방된다고해서 국내VAN 사업자들 은 한창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이들 VAN사업자의 넷워크에는 이미 수년전부터 외국산 패킷 교환기들 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VAN사업자들이 첨단 정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MHS(다중매체처리)나 EDI(전자문서거래) 관련 소프트웨어가 대부분 외국산제품이다.
VAN시장개방으로국내업체들이 입는 실질적인 피해는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대표적인 무선통신기기인 휴대형전화는 그동안 모토롤러사제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해왔는데 금성.삼성.현대전자 등 국내업체가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선진기술을 쫓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동전화시스팀은지난해 삼성전자가 애널로그시스팀을 개발, 한국 이동통신 (KMT )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워낙 모토롤러.AT&T제품의 아성이 막강하다보니 뚫고들어가기가 매우 힘들다. 결국 수출시장에서 작은 성과를거두는 정도에 그치고말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매우 많이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국산 T1 MUX인 "S DNS-16"을 개발한 이후에 데이콤에 상당히 많은 물량을 공급, 짭짤한 재미를 보았고 금성정보통신도 지난해 T1 MUX의 자체개발에 성공한 것은 매우 성공 적인 사례다.
무선호출송신기와교환기분야에서도 상당부분 수입대체효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가개발한 무선호출교환기인 TDX-PS기종이 KMT와 무선호출 제2 사업 자들에게 공급됐고 송신기분야에서는 앞으로 외국제품이 별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국산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지난해 한국통신이 종합유선방송의 전송로구축을 위해 실시한 CATV기기 구매입찰 당시 국내의 내로라하는 정보통신업체들이 참석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업체들이 외국산CATV 전송기기를 이용해 제안서를 제출해 뜻있는 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국내에제아무리 좋은 종합유선방송국이 생겨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고하더라도 외국에서 수입된 프로그램을 외산 방송기기와 전송로 설비를 통해 시청하는 기분이 결코 상쾌하기만 할 수 없다.
그렇지만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CATV기기 업체와 부품종합연구소가 공동으로 간선증폭기 등 CATV기기를 국산화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국산CATV기기개발에 참여한 14개 업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CATV기기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시험무대를 마련하기위해 지난해 하반기중 공보처가 실시한 수원시 권선구지역의 시범방송국사업자 선정시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시범방송국사업권이 기존의 유선방송 사업자에게 넘어가는 바람에 국산CATV업체들이 공동으로 시범방송국을 운용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 가고말았다. 국내업체들이 첨단정보통신기기 개발에 제아무리 힘을 기울 이더라도 시장이 확보되지않는다면 그기술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안겨준 셈이다.
ETRI(전자통신연구소)도향후 CATV기술의 총아로 각광받을 광CATV전송기술을개발 국내업체에의 기술전수를 추진할 예정인데 이 제품 또한 시장이 확보 되지않는다면 모두 허사다.
또디지틀이동전화기술도 현재 ETRI가 중심이 되어 CDMA 방식으로 개발 하고있으나 판로가 확보된 상태는 아니다.
사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컴퓨터 및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수준은 선진 외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특히 정보통신서비스의 실질적인 하부구조라고 할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그렇다고해서절망적인것은 아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자립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였던 분야에서 국산화를 이루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이것은 기술로 승부를 걸지않는한 첨단이 요구되는 정보통신 및 컴퓨터 분야에서 외국제품과 경쟁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구체 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장길수.남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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