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와 연구개발

중. 고등학교 학생을 키우는 우리나라 40대와 50대들의 가장 큰 관심사중의 하나는, 전자기술이나 과학기술의 발전도 중요한 관심사이겠지만 무엇 보다 대학입시 제도일 것이다. 금년부터 14년만에 부활된 대학별 본고사제도는 종래의 단답식 또는 4지선다형인 객관식 문제를 지양하고 주관식 위주로 전환 하여 학생들의 단순 암기력이나 간단한 이해력이 아닌, 종합적 사고력인 분석역 론이적 전개를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이러한 대학입시제도는 학생선발에서 유능한 학생을 합격시키는 것은 물론 중.고등학교의 교육 방법, 학생들의 학습태도에도 직접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주관식 문제의 평가는 객관식 문제의 평가보다도 훨씬 어려우며 컴퓨터를 활용하기도 불가능하고 여러명의 채점자를 동원하여야 하는 등 경제성 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엄밀하게 평가를 하여도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며 평가자마다 채점기준이 다를 수도 있어 각 대학들은 같은문제를 여러 명의 교수가 평가하고 점수차이가 큰 경우 재검토를 하는등 평가의 객관성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험 당사자들의 경우도 종래에는 그 날로 각자 채점을 하여 자기점수를 알고 신문지상에는 예상 커트라인등이 발표되고 하였으나, 금년의 경우 수험생 본인 점수의 계산은 물론 합격 예상점 수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도 답답할 것이고 합격자 발표후 에도 억울하다고 하는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때보다도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고,따 라서 연구개발의 투자확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확대에는 가용재원범위내에서 분야별 예산배정과, 분야 또는 과제별 연구 개발 결과의 활용도 검증 및 질적 수준, 평가의 합리적 방법 도출이 필요하다.

이러한문제는 대학입시제도와 유사한 바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소위 연구 공급자인 연구원들은 수험생이며, 학부모나 중.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은 연구 기관의 간부에 해당할 것이다. 또한 연구개발 정책 수립자나 재원을 조달 하는사람들은 출제를 담당하는 교수들일 것이다.

입시에서어떠한 과목을 얼마만한 비중으로 출제할 것인지 등의 출제 경향을 조절함으로써 소위 입시에서 중.고등학교의 교육방침을 변화 시키는 것이 본 고사의 중요한 철학이라면, 연구개발에서도 모든 분야를 균등 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분야는 무엇이며 또한 이러한 분야의 국내 기술수준은 어떠한가를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입시문제 출제 시에 고등 학생들이 현재 배우고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감안 하는 것과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지난91년부터 기획되고 92년 말부터 시작된 G-7과제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술 여건을 감안하고 "시장기능"과 "전약적 선택"을 도입해 모든 분야의 미미한 투자보다는 입시에서의 주요 과목처럼 주요기술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시장기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민간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바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판의 소리가 없지 않다.

관심있는분야가 선정이 안되거나 민간참여가 어려운 분야에서 특히 비판이 높은데, 이는 대학입시에서 어떠한 과목이 출제되느냐 또는 어떠한 학과가 소위 인기가 높으냐 등과 유사한 것 같다.

본고사에서 모든 과목을 시험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분야의 투자 를 똑같이 할 수는 없으며, 시장기능과 전략적 선택없이 과학기술이 국가경 쟁력에 직결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입시에서 전문가들이 최대한 공정하게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여 당락을 결정하는 것처럼 과학 기술 에서도 과제선택과 결과평가, 그리고 평가결과의 활용을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될 때 과대홍보 시비는 저절로 없어질 것이며, 어떤 분야가 선정이 안되고 과제가 중도 탈락되어 억울 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사라질 것이다. 다만 입시제도가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어서는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어려운 것처럼 연구 개발도 정부 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바뀌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