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앞두고 금융회사에 이해상충 방지와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외형 확대보다 운용성과와 가입자의 노후소득을 높이는 경쟁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6일 김영훈 장관과 이찬진 원장 공동 주재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과 주요 은행·보험·증권사 대표 등이 참석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의 현장 준비사항을 논의했다.
정부 방안 주요 축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다. 노동자가 퇴직급여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전문성과 건전성을 갖춘 수탁법인을 통해 적립금 운용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이 목표다.
김 장관은 2030년까지 전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할 예정이라며 영세 사업장 지원을 강조했다. 퇴직연금을 처음 도입하는 사업장이 시기에 맞춰 가입하고 적립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준비 절차를 알기 쉽게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를 준비하는 사업자에는 운용 역량과 함께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상호 견제할 내부통제체계를 갖추도록 당부했다. 정부는 노동자 수급권 보호를 위해 수탁법인에 엄격한 수탁자 책임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계열사나 영업상 이해관계로 특정 금융회사·상품이 부당하게 우대되지 않도록 객관적인 선정 절차와 사후점검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경영진이 내부통제의 실제 작동 여부까지 살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기적인 외형 경쟁을 경계하는 메시지도 나왔다. 가입자가 운용성과와 위험, 비용을 충분히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특별한 이익 제공 등 과당경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저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탁법인의 재무건전성 확보도 과제로 제시됐다. 사업 초기 수익 기반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초기비용과 운영부담을 감당할 재무 여력을 미리 확보하도록 했다. 의결권 행사와 위탁운용사 선정·평가에서도 가입자의 장기적 이익과 수탁자 책임 이행을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은 영세 사업장 지원을 위한 민관 합동체계 구축, 기금형 제도 인가를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 다양한 연금상품 출시를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을 건의했다.
노동부는 이달 발의 예정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퇴직급여는 오랜 노동 대가이자 은퇴 후 새로운 출발을 위한 버팀목”이라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퇴직연금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전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