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라이양·자오위안 4대 프로젝트 본격화…총 3000만㎾ 이상 개발 추진
원전 기반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장비 제조·기술서비스 생태계 구축이 관건
중국 산둥성 옌타이(烟台)가 중국 북방을 대표하는 원자력발전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해양(海阳) 원전을 중심으로 라이양(莱阳), 자오위안(招远) 등에서 대규모 원전 건설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중국 원전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발전시설 확충을 넘어 원전 기술과 장비 제조, 운영·정비 서비스, 청정에너지 산업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 원전산업은 탄소중립 정책과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 에너지 당국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중국의 원전 운영 및 건설 승인 기수는 총 112기, 설비용량은 1억2500만㎾에 달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승인·건설 중인 원전은 20기에서 53기로 늘었으며, 관련 설비용량도 2269만㎾에서 6293만㎾로 확대됐다.
중국은 2030년까지 운영 중인 원전 설비용량을 약 1억1000만㎾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원전 건설이 본격화하면서 동부 연안 8개 성이 주요 경쟁 거점으로 부상했다. 광둥성, 저장성, 푸젠성이 현재 원전 설비 규모에서 앞서고 있지만 산둥성 역시 최근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둥성의 원전산업 육성 전략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도시가 옌타이다. 산둥성은 해양·룽청·자오위안 등 3개 원전 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원전 설비 확대와 함께 자오둥반도(胶东半岛)를 중심으로 1000만㎾급 원전 기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산둥성 원전 운영 설비용량을 1300만㎾ 이상으로 확대하고 원전산업 규모를 5000억위안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옌타이는 현재 운영 중인 원전만 놓고 보면 해양 원전 1·2호기에 불과하지만 건설 중이거나 인허가를 받은 사업까지 포함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양 원전, 라이양 원전, 자오위안 원전 등 4개 주요 프로젝트의 총 설비용량은 3000만㎾를 웃돈다. 중국 내 지급시급 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평가다.
해양 원전은 옌타이 원전산업의 출발점이다. 2018년 10월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산둥성은 중국 원전 발전 체계에 본격적으로 편입됐다. 2호기 역시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3·4호기는 2027년 전면 가동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에는 5호기 원자로 구역의 첫 콘크리트 타설(FCD)이 이뤄져 3단계 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9월 중국광핵그룹(CGN)의 자오위안 원전 2호기 본공사가 시작됐으며, 국가전력투자그룹(SPIC)의 라이양 원전 1단계 사업은 7월 인허가를 통과한 데 이어 9월 초 부지 정지공사에 착수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 법인도 등록자본금 100억위안 규모로 설립됐다. 해양 신안 원전 사업 역시 아직 최종 인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관련 기반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옌타이의 경쟁력은 원전 발전설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원전에서 생산한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핵에너지 종합 이용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양 원전의 '난핵1호(暖核一号)' 프로젝트는 중국 최초의 상업용 핵에너지 난방사업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해양시 전역의 무탄소 난방을 실현했으며, 이후 자오둥반도 주변 도시로 청정 열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산둥성은 이러한 기반을 활용해 옌타이를 북방 청정에너지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원전뿐 아니라 풍력, 태양광,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액화천연가스(LNG)를 결합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고 에너지 생산과 산업 수요를 연계하는 전략이다. 옌타이의 2030년 청정에너지 산업 규모 목표는 700억위안 이상이다.
다만 대규모 원전 건설이 곧바로 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전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핵심 기자재 제조와 기술 연구개발, 설계·엔지니어링, 운영·정비 등 생산자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산둥성은 지난 2025년 10월 기준 지난,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를 중심으로 100여개 원전 생산자 서비스 기업을 유치·육성했다. 국가전력투자그룹 산하 원전 기술서비스 기업들도 산둥성에 거점을 두고 있다.
연구개발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웨이하이에 조성 중인 칭화대학 룽청 첨단원자력기술 연구기지는 종합연구동 건설을 마쳤으며, 사업이 완료되면 칭화대학 원자력·신에너지기술 연구원의 연구 중심이 단계적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향후 3000명 이상의 연구인력 유입도 기대된다.
옌타이의 부상은 중국 원전산업의 지역 간 경쟁이 발전설비 확보에서 산업 생태계 선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하이와 광둥, 저장, 쓰촨 등은 이미 원전 투자·운영과 기자재 제조, 기술서비스 분야에서 상당한 산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산둥성과 옌타이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전 건설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의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 원전산업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중국의 원전 건설 확대는 기자재, 엔지니어링, 안전성 평가, 유지보수 등 관련 산업의 공급망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옌타이가 발전소 건설을 넘어 원전산업 전반의 집적지로 성장할 경우 중국 시장의 사업 기회와 함께 글로벌 원전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옌타이의 도전은 원전 몇 기를 더 건설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발전설비를 기반으로 기술과 제조, 서비스가 결합된 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국 북방의 차세대 원전 중심지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