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의회 영향력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입법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되면서 의회 권력 재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 투자자 보호와 이해충돌 방지 등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이미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한 클래리티법을 둘러싼 여야 간 협상이 다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정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구분하는 것이 골자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발행 기업이 어떤 규제를 따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해 그동안 모호했던 규제 기준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이 법은 지난해 7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올해 9월 15일 상원에서 심의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표결에 실패했다. 당시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장치, 불법자금 이동 차단, 스테이블코인 보상이 은행 예금에 미칠 영향 등이었다. 공화당은 표결에 앞서 민주당의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면 상임위원회 운영과 법안 심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조사와 감독도 강화할 수 있다. 클래리티법이 새 의회에서 다시 발의될 경우 기존 법안에 담긴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강화되거나 자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조항 등이 추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법안 처리 일정도 불투명하다. 현재 제119대 의회 임기는 내년 1월 3일까지로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연말 회기에서 법안 처리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선 표결에서 여야 간 이견이 확인된 만큼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현 의회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새 의회에서 다시 발의해야 한다.
입법 지연은 가상자산 기업의 사업 불확실성을 높인다. 미국에서 신규 토큰을 발행하거나 거래소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와 감독 기준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의 관련 사업 진출과 신규 금융상품 개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클래리티법이 현 의회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면 새 의회에서 투자자 보호와 공직자 윤리 조항 등을 보강하는 재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비트코인은 2024년 미국 대선 직전 약 6만9000달러에서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인 약 12만6000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7만70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며 대선 이후 상승분의 약 86%를 반납했다.
클래리티법 처리 지연에도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등 일부 분야의 제도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제정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유지되고, SEC도 기존 권한을 활용한 토큰화 관련 규제 정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예탁결제원(DTCC)이 토큰화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의 토큰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