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8조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국내 거래소의 콜드월렛 보관 비중 확대를 주문한 가운데, 자산 보관 비율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보안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은 3일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이론적으로 타당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콜드월렛에서 자산을 인출하는 절차가 잦아지고 그 과정이 공격받는다면 오히려 보안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거래소 현황을 점검하고 콜드월렛 보관 비중 상향과 입출고 상시 모니터링, 준비금 추가 적립 등을 주문했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콜드월렛 비중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핫월렛에 보관된 자산이 탈취될 수 있으니 그 비중을 줄이자는 당국의 판단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콜드월렛에 보관된 자산도 결국 고객의 출금 수요에 맞춰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을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보안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김 센터장은 “바이낸스가 해킹당한 것과 비트코인이 해킹당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이번에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나 블록체인 자체가 공격받은 것이 아니라 바이낸스라는 거래소의 IT시스템이 침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이나 보험사 등 전통 금융회사도 IT 시스템을 운영하는 만큼 유사한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거래소 시스템에서 발생한 사고를 가상자산 기술 전체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해킹 사고 이후에는 피해 확산을 막고 거래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사고 이후에는 포스트모템(Post-mortem) 보고서가 신속하게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래소가 사고를 숨기지 않고 대응 상황과 재발 방지 조치를 공개하는 것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에 대해서는 해킹 사고와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시급한 제도 개선 과제로는 법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 참여 확대를 꼽았다.
그는 “법인 거래는 법 개정 없이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법인과 기관의 참여가 확대되면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구조를 개선하고 가격 왜곡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도 신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 펀드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는 온체인 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에 원화 기반 결제·정산 수단이 없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미국은 금융시장을 온체인으로 이전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등 자체적인 온체인 금융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화가 늦어지는 동안 국내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금융·거래 수요는 해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법인 거래 활성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