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가 따라 오르던 콜옵션가, 왜70만원에 '고정'…영풍·MBK 계약 변경 의혹 불거져

공개매수가 66만→75만→83만원 올라도 콜옵션 기준가70만원…영풍 유리한 가격 연동 조항 포기
공개매수가 인상 하루 전 계약 변경…MBK 인수 비용 부담 덜어주려 영풍 이익 희생 여부에 촉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체결한 콜옵션의 계약 변경을 둘러싸고 배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영풍이 법원에 제출한 MBK-영풍간 경영협력계약 문서내용이 담긴 자료에 따르면 당초 공개매수가격이 오르면 콜옵션 행사가격도 함께 상승하도록 설계했던 영풍 및 장형진 고문과 MBK(한국기업투자홀딩스) 측간 계약을 변경하는 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MBK가 영풍 측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 행사가격의 기준금액을 주당 70만원으로 고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당초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이후 다시 83만원으로 인상했다. 반면 영풍 측 주식에 대한 콜옵션 행사가격은 2024년 9월25일 계약 변경으로 70만원에 연 5% 이자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고정됐다.

법조계에서는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따라 영풍이 누릴 수 있었던 계약상 경제적 이익을 영풍 스스로 포기한 것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계약 변경은 공개매수가격을 75만원으로 인상하기 불과 하루 전에 이뤄진 점도 쟁점이다.

공개매수가격 연동 조항 포기…영풍은 왜 스스로 불리한 계약 맺었나

당초 영풍과 MBK가 체결한 콜옵션 계약은 공개매수가격 변동을 콜옵션 행사가격에 반영하는 구조였다. 최초 계약에서는 콜옵션 행사가격 산정 기준을 '본건 공개매수 신고서에 기재된 매수 가격(수정된 경우에는 최종 가격)' 및 이후 취득 주가 평균에 연 5% 이율을 가산한 금액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공개매수가격이 상승하면 MBK가 영풍 측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콜옵션 행사가격도 상승할 수 있었다. 영풍 입장에서는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4년 9월25일 변경계약을 통해 콜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70만원에 연5% 이자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고정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다음 날인 9월26일 MBK·영풍 측은 공개매수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했고, 10월4일에는 다시 83만원으로 높였다는 것이다.

최초 계약이 유지됐다면 이 같은 가격 인상이 콜옵션 행사가격에 반영될 수 있었지만, 변경계약으로 영풍은 해당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반대로 MBK는 공개매수가격이 83만원까지 상승하더라도 영풍 측 주식을 70만원을 기준으로 가산이자 등을 더해 취득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확보했다. 연5% 이자를 제외한 단순 기준가격 차이는 주당 13만원이다.

경영권 확보라는 콜옵션 행사조건이 분쟁 초반부에 달성했을 경우 공개매수가격과의 차이만으로도 수천억원의 손해를 영풍이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또 변경 전 콜옵션 행사 가격이 '공개매수신고서에 기재된 매수 가격(수정된 경우에는 최종가격)'으로 규정되었다가 '70만원'으로 변경된 점을 고려하면 (2년이 지난 시점을 적용해 가산이자를 반영한다하더라도) 주당 14만원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70만원 + 2년 가산이자 7만원 = 77만원, 83만원 + 2년 가산이자 8만원 = 91만원). 단순계산으로 주식수가 200만주를 훌쩍 넘는만큼 3500억원 규모의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공개매수 종료 후 MBK가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가보다도 높은 가격에 장내 매수한 거래까지 확인된다면, 콜옵션 기준가격을 70만원으로 고정한 결정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하루 전 70만원 고정…가격 인상 알고 계약 바꿨나

이번 계약 변경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대목은 시점이다.

영풍과 MBK가 콜옵션 행사가격을 70만원으로 고정한 날은 2024년 9월25일이다. 바로 다음 날인 9월26일 MBK·영풍 측은 공개매수가격을 75만원으로 인상했다.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추가 자금 조달과 인수 비용, 관련 신고 절차 등을 수반하는 중대한 의사결정이다. 따라서 가격 인상 발표 이전에 관련 내부 논의와 검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영풍과 MBK가 콜옵션 행사가격을 70만원으로 고정할 당시, 이미 공개매수가격을 75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만약 영풍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인지하고도 기존 가격 연동 조항을 포기했다면, 영풍이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면서 MBK에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특히 공개매수가격이 추가 인상될 가능성까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콜옵션 기준가격을 고정했다면, 해당 의사결정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거세질 수 있다.

MBK 인수 비용 부담, 영풍이 대신 덜어줬나…배임 여부 쟁점

이번 계약 변경은 MBK의 인수 비용 부담과도 맞물렸다.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 다시 83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부담은 커졌다 .

이러한 상황에서 콜옵션 행사가격까지 공개매수가격에 연동돼 상승하면 MBK의 향후 주식 취득 비용도 증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콜옵션 기준가격을 70만원으로 고정(+가산이자)하면서 MBK는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취득 비용 증가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자본시장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영풍은 기존 계약에 따라 확보할 수 있었던 가격 상승의 경제적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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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결국 MBK의 인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풍이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상 권리를 희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나아가 이 같은 계약 변경은 업무상배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영풍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회사에 유리한 계약상 권리를 합리적인 반대급부 없이 포기하고MBK에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면, 그 과정에서 영풍에 손해 또는 구체적인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했는지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9월25일 계약 변경 당시 공개매수가격 인상 계획을 누가, 언제 인지했는지, 70만원이라는 가격은 어떤 근거로 결정됐는지, 영풍 내부에서 경제적 손익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등이 향후 법정한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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