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일랜드 전력망 연계 실증 추진
‘자격검증절차’ 거쳐 보조서비스 시장 타진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급변 대응으로 확장

한국전력이 국내에서 개발·실증한 '슈퍼커패시터'를 앞세워 유럽 전력망 안정화 시장에 도전한다. 고창에서 성능을 검증한 1㎿급 시스템을 아일랜드 전력망에 연결해 현지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조서비스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전은 아일랜드 에너지 기업 룸클룬과 1㎿급 슈퍼커패시터 시스템의 현지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국내 성능시험과 운송 준비 등을 거쳐 내년 아일랜드 전력망 연계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슈퍼커패시터 기술 개발은 2020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상용 제품 대비 최대 방전시간이 5배 이상 긴 주파수 조정용 100㎾급 슈퍼커패시터 스택을 개발했다.
2022년부터는 서고창변전소와 연계한 고창전력시험센터에 1㎿급 시스템을 구축해 실증 규모를 키웠다. 슈퍼커패시터 단독 운전뿐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와 결합한 운전도 시험해 실제 전력망 적용을 위한 경험을 축적했다.
소재·부품 기술 확보도 병행했다. 산·학·연 협력으로 그래핀 전극과 대용량 모듈을 개발하고 전극 제조 관련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했다. 단순히 시스템을 실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핵심기술의 국내 산업 활용 기반까지 넓힌 셈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의 다음 시험대는 아일랜드다. 한전은 현지 기후와 주파수 응답 조건을 반영한 1㎿급 시스템을 적용해 실제 전력망에서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해외 실증에서는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뿐 아니라 현지 전력망의 주파수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지, 아일랜드 전력망 운영 시스템과 원활하게 연계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사업화의 핵심 관문은 '자격검증절차(QTP)'다. 새로운 기술이 아일랜드 전력망에서 요구하는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한전은 현지 검증을 거쳐 슈퍼커패시터의 전력망 보조서비스 시장 참여 가능성을 확인한다.
보조서비스는 전기를 생산·판매하는 것과 별개로 전력망의 주파수와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시장이다. 전력망 운영기관이 일정한 성능 기준을 충족한 자원으로부터 안정화 서비스를 제공받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
한전은 아일랜드 실증을 해외 사업화를 위한 시험대로 활용한다. 다만 실증 성공이 곧바로 시장 진입이나 수익 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성능 검증과 시장 참여 요건, 운영 규칙 등을 충족해야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전은 실증 결과를 토대로 해외 적용 가능성과 사업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슈퍼커패시터의 활용처는 전력망을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규모 연산장비의 가동 상태가 빠르게 바뀌면 데이터센터가 외부 전력망에서 끌어오는 전력에도 순간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한전은 이 같은 급격한 전력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급 슈퍼커패시터 시스템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고창에서 확보한 기술을 아일랜드 전력시장에 적용하고 다시 AI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력수요처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