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 준공…실제 계통서 안정화 성능 검증
전압 조절·고장전류 공급 등 ‘다기능 안정화’
비분해 진단기술 개발…국산화 기반도 확대

한국전력이 제주 전력망에 관성에너지 500㎿s급 '거대한 팽이'를 띄운다. 무거운 회전체에 저장된 운동에너지를 활용해 발전기 고장 등 돌발 상황에서 전력망의 급격한 변화를 완화하는 플라이휠 동기조상기다.
한전은 오는 30일 제주 한라변전소에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착공식을 열고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설치와 시운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설비 규모는 50㎹ar, 관성에너지는 500㎿s급이다. 지난 5월 제작과 공장 검수를 완료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플라이휠 동기조상기를 실제 전력망에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는 데 있다. 한전은 한라변전소에 설비를 구축한 뒤 주파수 변화 완화와 전압 조절, 전력망 사고 대응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동기조상기는 발전기처럼 전력을 생산·판매하는 대신 전력망 안정화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무효전력을 공급하거나 흡수해 전압을 조절하고 전력망 사고가 발생하면 보호장치가 고장 구간을 신속하게 감지·분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고장전류를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한전은 여기에 무거운 플라이휠을 결합해 관성 공급 능력을 높였다. 발전기 고장 등으로 주파수가 급격히 낮아지면 회전체에 저장된 운동에너지 일부가 계통으로 전달된다. 반대로 주파수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회전자가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실증 무대로 제주를 선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제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고 육지와 연결된 전력설비와 지역 발전기 등이 함께 운전돼 새로운 계통 안정화 기술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한전은 실제 계통에서 운전자료를 축적해 계절과 운전 조건이 달라져도 플라이휠 동기조상기가 안정적으로 기능하는지 확인한다. 향후 다른 지역에 적용하기 위한 설계와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실증 결과를 활용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수용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한다. 현재는 전력망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기존 발전기를 일정 수준 가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동기조상기가 이들 발전기의 안정화 기능 일부를 보완하면 계통 운영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 다만 실제 재생에너지 수용량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실증 결과와 계통 운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한전은 플라이휠 동기조상기의 장기 운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유지관리 기술도 함께 확보하고 있다. 핵심은 설비를 분해하지 않고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진단기술이다.
플라이휠 동기조상기의 회전자 내부 코일은 외부에서 직접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상 여부를 확인할 때마다 장치를 정지하고 분해하면 시간과 비용이 늘고 설비를 사용할 수 없는 기간도 길어진다.
한전은 설비를 분해하지 않고 내부 회전자 코일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상 징후를 조기에 찾아 점검과 정비 시기를 결정하고 설비 가동 중단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과열을 줄이기 위한 열 해석과 회전축 진동 분석, 에너지 손실 저감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관련 설계·진단·운영 기술을 국내 제작사와 연계해 적용 기반을 넓히고 장기적으로 기술 국산화와 관련 산업 생태계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