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속 안개 걷어 상처 꿰맨다…포스텍, 신개념 '발광 패치' 개발

국내 연구팀이 피부 속 '안개'를 걷어 빛길을 열고, 벌어진 상처를 스스로 당겨 모은 뒤 빛으로 붙이는 패치를 개발했다.

포스텍(POSTECH)은 한세광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성종 박사, 석사과정 조경주 씨 연구팀이 피부의 빛 투과를 높이는 기술과 발광 패치를 결합해 상처 접합과 회복을 돕는 광치료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상처를 꿰매지 않고 빛으로 붙이는 방법이 있다. 바로 '광화학적 조직 접합'이다. 빛에 반응하는 물질인 광감작제를 상처에 바르고 빛을 쬐면,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콜라겐이 이어지며 상처가 붙는다. 하지만 피부는 빛에게 마치 '안개' 낀 도로와 같아서, 빛이 사방으로 흩어져 안쪽까지 잘 닿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벌어진 상처 양쪽을 단단히 모아 줘야 제대로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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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한세광 포스텍 교수, 김성종 박사, 석사과정 조경주 씨

연구팀은 안개부터 걷어냈다. 열쇠는 노란 색소 '타르트라진(Tartrazine)'이다. 식용 색소로 알려진 이 물질은 피부 속 빛의 흩어짐을 줄여 녹색빛이 더 깊이 들어가게 한다. 여기에 녹색빛을 받으면 콜라겐을 이어 주는 광감작제 '로즈벵갈(Rose Bengal)'과 두 색소가 뭉치지 않고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돕는 히알루론산 유도체를 더했다. 그 결과 동물 피부에서 녹색빛 투과량이 두 색소만 사용할 때보다 약 2배 늘었다.

길이 열렸으니 이제는 빛을 보낼 차례다. 빛은 피부에 붙이는 얇은 패치에서 나온다. 연구팀은 히알루론산 젤에 녹색으로 빛나는 잔광나노입자를 분산하여 머리카락 굵기 정도인 76마이크로미터(㎛) 두께의 패치를 만들었다. 패치는 자외선을 받으면 약 535나노미터(㎚)의 녹색빛을 내고, 자외선을 끈 뒤에도 모아 둔 에너지를 조금씩 내보내며 야광 스티커처럼 한동안 빛난다. 실험에서도 자외선이 꺼진 사이 나온 빛이 콜라겐을 붙이는 데 힘을 보탰다.

두 번째 걸림돌인 상처 틈은 패치가 해결한다. 패치는 상처에 바른 용액을 머금고 피부에 착 달라붙은 뒤, 자외선을 쬐는 동안 마르면서 오그라든다. 줄어드는 패치가 상처 양쪽을 끌어당기는 사이 녹색빛이 콜라겐을 이어 붙인다. 지퍼를 올리듯 '당겨서 모으고, 빛으로 붙이는' 일이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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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적 피부 투명화를 이용한 광화학 조직 접합용 발광 접착 패치 모식도

동물 실험 결과, 피부를 절개한 상처에 용액을 바르고 패치를 붙인 뒤 자외선을 10분 쬐는 단 한 번의 처치만으로, 하루 뒤 상처 부위가 잡아당기는 힘을 견디는 정도(인장강도)가 실로 꿰맨 경우보다 높았다. 이 차이는 5일 뒤에도 이어졌다. 회복도 깔끔했다. 상처를 덮는 피부 겉층이 끊김 없이 되살아났고 콜라겐은 가지런히 자리 잡았으며, 염증과 조직이 지나치게 딱딱해지는 섬유화 관련 지표도 낮게 나타났다.

한세광 교수는 “빛이 피부를 더 잘 통과하도록 돕는 소재 기술을 상처 치료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수술 부위나 꿰매기 까다로운 상처에서 기존 봉합술을 보완하는 접착형 광치료 기술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 한국연구재단 BRIDGE연구사업, KOBRA 프로젝트, 기초과학연구사업, 한국의료기기개발기금, B-IRC 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 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표지 커버(Front Cover)로 선정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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