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철 교수의 지역혁신 대전환] 〈4〉 지역대학, 지역산업 AX의 공동연구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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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철 국립부경대 공과대학장

“인공지능(AI) 도입을 마쳤습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 말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외부 업체가 만든 설비 고장 예측 모델도 원료나 공정 조건이 바뀌면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사업이 끝난 뒤 모델을 관리하고 재학습시킬 주체가 없으면 성과는 오래가기 어렵다. 산업 AI 전환(AX)은 프로그램 설치가 아니라 현장 변화에 맞춰 해법을 계속 고쳐 가는 과정이다.

필요한 AI는 산업과 기업마다 다르다. 조선소의 용접 결함을 찾는 기술과 양식장의 집단 폐사를 예측하는 기술은 설계부터 다르다. 범용 AI를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 데이터와 작업자의 경험,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함께 쌓여야 한다.

기업 규모별 AI 활용 격차는 뚜렷하다. 2024년 기업활동조사에서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활용률은 18.0%, 100인 미만 기업은 6.2%였다. 격차는 2017년 2.8%포인트(P)에서 2024년 11.8%P로 커졌다. 중소기업의 의지 탓만은 아니다. 도입 비용과 인력, 정보 부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전환 과정을 지역에서 이어갈 주체가 필요하다. 지역대학은 기업의 현장 문제를 연구과제로 만들고, 해법을 찾으며 학생을 키울 수 있다. 연구 성과가 현장에 적용되고 참여한 학생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면 연구는 지역의 일자리와 역량으로 이어진다.

지역대학에 '지역 AX 공동연구소'를 설치해 상설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데이터와 실증 기회를 제공하면 교수·학생·AI 연구자가 해법을 찾고, 대학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룰 환경과 컴퓨팅 자원을 마련하는 구조다. 연구소는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체 R&D 여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에도 열린 창구여야 한다.

공동연구소가 과제 종료와 함께 멈추지 않으려면 데이터 활용 범위와 성과의 소유·공유 원칙을 정하고, 대학·지자체·기업이 운영비와 인력을 나눠 맡아야 한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도 후속 연구와 교육에 남겨야 한다. 공동연구소는 과제를 모으는 창구가 아니라 지역산업의 문제와 해법을 축적하는 저장소다.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는 거점국립대가 지역 성장엔진 산업과 AI 분야 교육·연구를 강화하도록 돕는다. 산업통상부도 2030년까지 공공연구기관 등 지역혁신기관을 중심으로 산연 공동연구실 30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흩어진 지원을 지역 기업이 언제든 기댈 상설 연구망으로 엮어내는 일이 남았다.

대학은 지역의 산업 기반과 수요를 살펴 역량을 집중할 AX 분야를 정해야 한다. 조선·해양 산업이 발달한 지역은 선박과 항만, 조선소의 지능화에,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은 공정 최적화와 품질 개선에 역량을 모을 수 있다. 성과는 지원금 규모나 협약 건수가 아니라 불량률과 가동 중단 시간, 에너지 사용량의 감소, 매출 증가로 확인해야 한다. 현장 과제를 수행한 학생이 지역에 남아 그 경험을 기업 혁신에 활용하는지도 중요한 성과다.

지역이 의제를 결정할 권한이 있어도 현장의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들어 해법을 찾아낼 조직이 없다면 지역혁신은 구호에 그친다. 지역대학의 가치는 학생 수보다 지역산업에 기여할 역량에 있다. 이제 대학이 자문할 차례다. “우리는 지역산업의 다음 10년을 함께 개척할 역량을 갖췄는가.”

지역의 문제가 연구과제가 되고, 성과가 기업을 혁신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한 인재가 지역에 뿌리내리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질문과 해법을 축적하고 인재를 키울 때 대학은 비로소 지역산업의 AX를 견인하는 공동연구소로 거듭날 것이다.

서용철 국립부경대 공과대학장 suh@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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