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을 바꾸다⑦]디밀리언, AI·로봇으로 배터리 해체·진단…1호기 현장 실증

고전압 배터리 해체에 로봇·공구 자동 교체 연계
잔존 성능 분석해 재사용·추가 정비 대상 구분 추진
경기도 기후테크 육성사업 통해 현장 적용 기술 고도화
2027년 국내 5대 공급 목표…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

기후위기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넘어 먹거리, 제조, 모빌리티, 자원순환 등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과 소비자 편의까지 높이는 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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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한 디밀리언 대표.

전기차에서 사용을 마친 배터리에도 에너지가 남아 있다. 다시 쓸 수 있는 배터리를 가려내려면 감전·화재 위험에 유의해 팩을 해체하고 상태를 측정해야 한다.

제조 특화 인공지능(AI) 기업 디밀리언(대표 한요한)은 이 과정을 로봇과 AI로 연결하는 시스템 '배턴(BATON)'을 개발하며 배터리 재제조 현장에서 실증하고 있다.

성균관대 연구실을 기반으로 출발한 디밀리언은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AI의 판단과 설비 동작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제조사·차종별로 구조가 다르고 해체 작업의 안전 부담이 큰 사용후 배터리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고전압 배터리 해체…작업자 부담 완화

사용후 배터리 팩은 크기와 형상, 볼트·커넥터 위치가 제각각이다. 작업자는 구조에 맞춰 공구를 선택·교체해야 하고, 잔류 에너지로 인한 감전·화재 위험에도 주의해야 한다.

해체는 배터리를 다시 쓰기 위한 첫 단계다. 팩 내부의 모듈과 부품에 접근해 상태를 측정하려면 구조에 맞는 순서로 작업해야 한다. 처리 대상이 달라져도 작업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는지가 로봇 적용의 관건이다.

배턴은 배터리 입고부터 해체, 상태 측정, 진단, 등급 판정, 작업 이력 관리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해체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진단과 재사용 판단에도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각 공정의 결과가 다음 공정의 판단 자료로 이어지도록 해 배터리 한 개의 처리 과정을 데이터로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차종별 형상 인식…해체 순서·로봇 경로 설정

고정된 작업을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은 대상 제품이 바뀔 때마다 작업 위치를 다시 입력하거나 설비를 수정해야 해 여러 차종의 배터리를 처리하는 재제조 현장에서는 재설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자동화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디밀리언은 2차원(2D)·3D 영상과 AI로 배터리 팩의 형상, 볼트·커넥터 위치를 파악해 해체 순서와 로봇 경로를 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공구 자동 교체 장치를 결합하고, 작업자가 AI의 판단 결과를 확인하면서 현장 검증을 마친 작업부터 자동화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영상에서 부품을 찾아내는 것과 로봇이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검증 과제다. 인식한 위치를 로봇 동작으로 옮기고 공구 교체와 후속 작업까지 연결해야 해체 공정이 이어진다. 개별 기능뿐 아니라 전체 작업의 연속성을 확인하는 이유다.

목표는 제조사나 차종이 바뀔 때마다 로봇의 작업 위치와 동작을 다시 설정하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디밀리언은 실제 배터리를 대상으로 작업의 연속성과 안전성, 차종별 대응력을 확인하고 있다. 팩당 해체 시간과 자동화율은 검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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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한 디밀리언 대표.
해체 뒤 진단까지…배터리 ‘디지털 이력서’ 구축

배터리를 분리했다고 모두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밀리언은 전압과 내부저항, 사용 가능한 용량, 셀 간 전압 차이, 충·방전 특성 등을 종합해 상태를 진단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확보 가능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와 사용 이력도 분석에 활용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재사용 가능한 배터리와 추가 점검·정비가 필요한 배터리, 재활용 공정으로 보낼 배터리를 구분할 계획이다. 입고 상태와 해체 작업 기록, 측정 결과, 판정 근거를 담은 배터리별 '디지털 이력서'도 만들 예정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기이륜차 등에 다시 쓸 때 구매자가 상태를 확인하고 활용처를 결정하는 자료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종 등급만 제시하는 대신 어떤 측정 결과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함께 남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해체·진단 이력을 활용하면 구매자는 재사용 판단의 근거를 살펴볼 수 있고, 추가 점검이 필요한 항목도 확인할 수 있다.

재사용에 따른 환경 효과는 실제 사용 기간과 새 배터리 대체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운송·진단·재제조 과정까지 반영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재제조 현장에 1호기 구축…육성사업으로 통합 실증

디밀리언은 배터리 재제조 전문기업 피엠에너지솔루션에 배턴 1호기를 구축했다. 실제 사용후 배터리를 투입해 로봇 해체와 측정·진단 기능을 검증하고, 작업 데이터를 차종별 대응 기술과 진단 알고리즘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2027년 국내 5대, 2028년 20대 공급을 목표로 세웠으며, 이후 베트남 전기이륜차 배터리 시장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밀리언은 AI·로봇 기술을 배터리 재사용 공정에 적용하고 통합 시스템의 안전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참여했다.

사업 지원을 활용해 영상 인식과 로봇 해체, 공구 자동 교체, 배터리 진단 기능을 통합하고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제조사·차종별 배터리에 대응하는 해체 기술과 AI 진단·등급 판정 기술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판정 정확도와 작업 시간, 자동화율은 추가 검증을 거쳐 확인할 예정이다.

한요한 대표는 “AI와 로봇 기술로 작업자가 고전압 배터리를 다루는 위험한 작업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재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보다 정확하게 선별해 더 오래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과 순환을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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